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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주부의 알.콩.달.콩/11.잠순이


BY 꼬마주부 2000-07-18

꼬마주부의 알.콩.달.콩
11.
잠순이

얼마전에 제가 '뿔뚝이'라는 글을 올렸었죠?
사실은 뿔뚝이 보다 앞 선 애칭이 있는데 그건 다름 아닌 '잠순이'입니다.
신랑은 곧잘 그래요.
"너가 나한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뭔 줄 알아?"
"사랑해?"
"이그, 아냐. '이잉~~조올려~~' 그 놈의 잠은 아무리 자도 자도 줄지가 않냐? 이 잠순아."
사실이기 때문에 어쩌구 저쩌구 따지지도 못해요.
전 왜 이렇게 잠이 많을까요?
한 번 졸립다 싶으면 장소 불문하고 그대로 쓰러져서 아무리 깨워도 묵묵부답.
극장에서 자는 건 예사고 결혼 전에는 시댁에 가서도 얼마나 잘 잤는지 몰라요.
집이 가까워서 그랬는지 신랑 집에 놀러가서도 10시만 되면 시부모님이 계시든 말든 그냥 그대로 쓰러져 자곤 했어요.
다행히 시부모님이 막내딸처럼 귀여워 하셔서 "오냐,오냐"해 주셔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걸핏하면 잠들곤 했었죠.
결혼을 해서도 마찬가지예요.
신랑은 직장에서 바쁜 탓에 밤 12시가 다 돼야 돌아오는데, 전 착한 아내답게 잠도 안자고 꿋꿋하게 기다렸다가 간식도 만들어 주고 tv도 같이 보곤 하죠.
그러나!
밤에 즐겁게 놀면 뭐합니까, 아침되면 신랑이 출근하는지 마는지 알지도 못하고 잠만 쿨쿨.
신랑이 귀에 대고 "나 출근한다!"를 외쳐대면 그제서야 눈 한 번 떴다가 몸 한 번 일으키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쿨쿨.
어쩌다 몸을 일으키게 되더라도 눈은 뜨지도 않은 채 질질 끌려나가다시피 하곤 배웅을 한답시고 현관까지 나가서 신발
신는거 쳐다보다가 다시 쿨쿨.
12시만 넘겨서 잠을 자면 다음날 백발백중 8시이내에 깨어나질 못해요.
어떻게 신랑이 출근하는데 일어나지도 않고 잠만 잘 수가 있느냐, 신랑이 불쌍하다, 그러고도 아내 맞냐, 시어머니가 아시면 뒤로 넘어가시겠다. 네,네 저한테 돌을 던지시리라는 거 알아요. 오죽하겠어요? 이러는 나도 나한테 돌을 던져서라도 일어나고플때가 있는데.
그런데, 학교는 어떻게 다녔느냐고요?
그게 또 신기한게, 아침에 약속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라도 깨어나요. 물론 7시 이전에는 깨어나지 못하고 일어날 때도
여러번 뒹굴다가, 여러번 찡찡대다가 일어나는 거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예요? 일어난다는게. 하지만 언제나 허둥지둥 서두르
고 시간 간당간당하게 가거나 지각하거나...그랬죠. 직장도 마찬가지였구요.
그래서, 항상 내일은 약속이 있다, 신랑 배웅하는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 고 체면을 걸고 자지만 그게 또 귀신같이 알곤 그대로 쿨쿨예요. 허허, 참.
잠은 습관이라잖아요? 또, 자면 잘수록 느는게 잠이라잖아요? 그런데 전 타고 난 것 같아요.
어린 시절 내내 잠 많다고 아빠께 엄청나게 혼이 났으며, 대학 때는 농촌봉사활동 갔다가 4~5일 새벽 5시30분에 일어났다고 6일째 되는 날 쓰러지기까지 했거든요. 물론 푹 자고 났더니 말짱해졌죠.

지난 일요일에는 다음 날이 제헌절이라 신랑과 10분 거리에 있는 시댁에 가서 잠을 잤어요. 시동생도 놀러가서 시부모님
만 계셨어요. 시부모님은 새벽에 운동을 다녀 오시고 거실에서 자고 있는 저희가 깰까봐 안방에서 조심조심 하고 있는데 7
시가 되어 깨어난 신랑이 tv를 켠거예요. 그러자 아버님이 놀라 나오시며 "야,야 tv보려거든 안방에 와서 봐,응?애 깬다."
그러나 신랑은 일부러 나 깨우려는 듯 tv볼륨을 높였어요. 그제서야 전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났죠. 그러자 어머님은 제게 오시더니 "여기서 잠이나 푹 자겠냐? 얼른 집에 가서 더 자고,(신랑에게)야, 넌 애 데려다 주고 다시 와서 여기서 밥 먹어.알았지? 집에 밥 있냐? 없지? 밥 퍼 줄테니 이건 자고 일어나서 먹어라. 알았지? 어서 가서 자라."
아버님은 신랑에게 "그러게 안방에서 tv보랬더니..(저에게) 작은 방에서 더 자고 가지 그러냐?"
어머님 "지 집이 편하지. 여기서 편하겠수? 얼른 가서 자. 응?"
...전 잠결에 그만 쫓겨나다시피해서 밥 한공기를 들고 졸린 눈으로 집으로 돌아왔죠. 그 때 신랑은 도끼눈을 하고 있더군요.
집에 와서 11시 30분까지 내리 잔 나의 잠 실력.../

아, 난 왜 이렇게 잠이 많을까요?
하루종일 내리 잔 적도 많아요. 한 곳에서 쭉~은 아니고, 안방에서 건너방으로 옮겨, 건너방에서 쇼파로 옮겨, 쇼파에서
바닥으로 옮겨, 옮겨...이 폭포수와 같은 잠을 어떻게 물리쳐야 할까요?

"넌 세상에서 잠이 젤 좋지?"
"심심해? 그럼 자."
"웬일이야? 오늘은 낮잠도 안자고?"
"또 자? 아후, 잠순이. 배만 뿔뚝한게 잠만 자네?"
신랑은 과연 이 못말리는 잠자는 숲 속의 꼬마주부를 깨워낼 수가 있을까요?

ps.꼬마주부가 젤 싫어하는 사람은?
잠들만 할 때 전화거는 사람,
자는데 큰 소리로 깨우는 사람,
밤에 늦게까지도 잘 기다리고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 깨끗한 모습으로 단장하고 아침 준비했
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