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 금지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37

나의 청춘은 어떠했는지...


BY norway 2001-01-22

호수로 스케이트를 타러 갔다.
마음으로는 공중 회전이라도 할 것 같았지만,
몇 년 만에 스케이트 신은 몸은 휘청휘청거릴 뿐
마음먹은 대로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한 3년 전만 해도 제법 날렵하게 얼음 사이를 앞으로 옆으로 뒤로 달렸었는데. 나이가 먹어 몸이 둔해졌구나.
나이를 먹었다는 실감. 비애감.

그 넓은 호수가 모두 꽁꽁 얼어버렸다.
스케이트장을 벗어나 호수 위를 한참 걸었다.
가지가지마다 눈꽃을 잔뜩 피우고 있는 나무들.
온통 눈세상이다.
하얀 눈을 덮고 있는 너른 호수와 푸른 하늘.
눈이 부시다.

햇살에 눈을 찌푸리며 둘러보니
연인 몇 쌍이 눈길을 걷고 있다.
저들은 좋겠지? 그렇겠지!
남자가 코트를 벗어 여자에게 입히려 한다.
여자는 몸을 빼며 사양한다.
잠시 실랑이를 하더니 결국 둘이 꼭 껴안고 코트를 함께 걸친다.
서로 바라보며 행복하게 웃는다.
그 모습이 눈부시다.

나도 저 나이 때에는 그랬던가?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마음놓고 그저 행복하기만 했던 순간이 있었던가?
모르겠다. 나의 청춘은 어떠했는지...

하지만 20년 전에는 그랬지.
연인들도 요즘처럼 마음 놓고 행복해하질 못했지.
나의 행복이 꼭 누구의 불행에 기대어 있는 것 같아,
완전히 행복해하지 못했었지.
행복한 순간은 항상 죄책감과 미안함이 함께 숨어 있었지.
그런 시대였지.
우리는 회색 도시에서 숨은 듯이 사랑을 했지.
무거운 사랑.
아닌가? 나만 그랬을까?

요즘의 사랑을 보면, 무작정 부러워.
가벼운 사랑! 사랑밖에 없는 사랑!
나도 저들처럼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질투가 나.
내 감정에 충실하지 못했던 그 젊음에 화가 나기도 해.

다시 태어나면 그땐 잘할 수 있을까?
온전히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미안해하지 않고, 죄책감도 없이, 내 감정에만 충실하게,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그렇겠지. 그렇겠지....

온통 하얀 눈밭에 서서
과연 나는 지금껏 어찌 살아온 건지,
그냥 무엇인가에 밀려 그럭저럭 살아온 건지,
그렇게 살아온 삶도 의미가 있는 건지,
답도 없는 물음에 아무 생각 없이 매달려 있었다.
저 뒤 멀리에서 아이들이 부를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