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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50) *노래가 좋은 여자*


BY 쟈스민 2001-10-27

나는 노래를 참 좋아한다.
부르는 일도 ... 듣는 일도...

내가 만약 무인도에 얼마동안 고립되어 있다면
며칠동안 밥은 안 먹어도 음악은 들을수 있어야 살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 노래는 없어서는 안될 나의 한 일부분이
되어버린거다.
일정한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고루 좋아하는데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편식을 하지 않는 편이다.
즐겨듣는 가요로는 이은미와, 장혜진의 앨범이 있다.
오래전의 조용필을 좋아하고, 시크릿 가든의 연주음악도 넘 좋아한다.

여중시절부터 즐겨 부르던 그리운 한국 가곡 몇 곡쯤은 지금도
악보만 있다면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신이내린 목소리의 주인공 조수미를 만나는 시간에도
나는 참 행복하다.
그녀를 만나면서 난 사람의 소리 ...
그 아름다움을 새삼 알게 되었던 것 같다.

FM의 잔잔한 클래식의 선율도 나의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어려서부터 내 아버지는 음악을 참 좋아하셨던 걸로 기억된다.
주로 드롯트였는데 김연자나, 하춘화를 특히 좋아하셨다.
그 당시 동네 노래자랑에서 상품은 모두 아버지가 가져가시곤
하였다 한다. 부르는 일도 꽤나 즐겨하셨던 모양이다.

울 오라버니는 비틀즈의 팝을 즐겨 부르고 들었던 것 같다.
오라버니가 고교시절 한참을 그렇게 보내고 있을 때 난 어깨넘어로
배운 팝송을 학교에서 부르기도 하던 단발머리 여중생이었다.
그 땐 아이들에게 참 인기가 좋았었는데 ...

갓스물 적의 나는 그 시절 통기타를 퉁기며 오라버니와 난 4살의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마주 앉아 가요책 한권을 죄다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노래를 즐겼다.

가을이어서일까 ...
문득 그 시절이 몹시도 그립다.

올캐언니는 달밤에 강변에서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오라버니의
모습에 반하여서 결혼하게 되었다 한다.

아...
통기타 치며 다정히 앉아 노래부르던 그 때 그시절로
다시 돌아가고프다.

그 어떤 기계적인 소리도 아닌 사람의 목에서 나오는 소리는
자연의 소리가 그러하듯 내겐 깊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하늘에서 푸르른 물이 주르륵 하고 흘러내릴 것만 같다.
나의 가슴에서는 그리움의 눈물이 바다를 이룬다.

지금 나는 이은미의 "어떤 그리움"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내가 만약 노래를 한다면 저렇게 부르고 싶다 할 정도로
그녀는 나의 마음을 잘 담고 있는 듯 하여 난 그 노래를 들을때면
들을때마다 어김없이 마음속 눈물을 흘린다.

사는게 무엇인지 ...
이즈음의 나와 오라버니는 기타 치며 노래부르던 시절이
까마득한 일이 되어 버렸다.

언젠가 친정식구들이 모두 모여 노래방에 간적이 있었다.
새벽2시가 넘었는데 집에 갈 생각도 않고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러대던 그 날이 참 많이도 그립다.

친정오남매는 하나같이 모두 노래를 즐겨부르기에 누구랄것도 없이
순서대로 한번씩 돌아가며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곤 하였다.

나의 이런 그리움이 더 깊어지기전에 ...
이 가을이 다 가기전에...
조만간 그 동안 잊고 지내던 목청을 마음껏 가다듬어
노래를 부르러 가야겠다.

사는 이야기 밤새 나누며
이젠 그렇게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여유로움으로
보고싶은 이들을 마나서 함께 노래할 수 있는 즐거움에 빠지고 싶다.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는 자신에게 가장 솔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지금 내가 이 일을 하고 있지 않다면 아마도 난 성악가가 되었거나
가수가 되어있었을지도 모른다.

유년시절 아주 시골에서 태어난 나는 일찍부터 피아노를 몹시도
배우고 싶었다.
그 때만 해도 개인적으로 음악공부를 하는 아이들은 꽤 있는
집안에서나 하던 시절이었으니 늘 나의 부러움을 사는 대상은
마음껏 배움의 자유를 누리고 있었던 아이들이었다.

그 날이 언제일까?
내가 아닌 나의 딸아이가 치는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엄마의 목소리로 노래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
못다 이룬 꿈에 대한 아쉬움이 나를 사로잡기도 하고 ...
그래서 더욱 노래를 해야할것만 같은 ... 노래가 하고 싶은 ...
충동이 인다.
아뭏튼 그 시간속에는 아픔과 즐거움이 반반씩 녹아 있지만
나에게는 분명 행복한 시간임에 틀림없다.

지금도 설겆이를 하면서 ... 청소를 하면서 ...
간간히 노래를 부른다.
아파트의 이웃주민들에게 헹여 소음이 될까 염려하면서 ...

학창시절 ...
배에 손을 얹고서 발성연습을 하던 때가 생각난다.
언니같고, 엄마같이 다정한 그 여선생님은 지금쯤 어디에
계실까 ?

곱게 물든 단풍잎에 내 마음을 적어 편지를 쓰고 싶다.
지금의 나는 노래를 하며 살고 있진 않지만
그 노래를 잊지 못하고 산다고...
아직도 노래가 하고 싶다고....

내가 나의 노래하는 목소리를 처음 듣게 해 주신 그 선생님도
너무 너무 보고 싶다.

가을은 참 그리움의 계절인가보다.

보고싶은 이들이 단풍잎처럼 나의 마음에 물들고
나는 또 그 마음이 떨어지는 낙엽이 되어지기전에
그들을 보고 싶다.
목이 터지도록 내 하루를
나를 둘러싼 모든 생활에서 벗어나서
그렇게 하루쯤은 내가 아닌 나로 살아보았으면...

네귀퉁이 반듯하게 포장되어진 얄미운 옷을 모두 벗어버리고
훌훌 나는 자유스러움으로 아무런 치장을 필요로 하지 않는
내가 되어 보고 싶다.

그리하여 돌아오는 길목에서의 바람이
어제와는 다른바람으로 내게 온다면
나는 또 그 하루를 그렇게 잘 살아내었다고 말할수 있으려나...

노래하고 싶다.
눈물이 날 만큼 고운 소리로 노래하고 싶어진다.
마음을 씻기우고 ... 치유하여야 할 아픔이 남아있다면
그 상처를 아물게 하고 싶다.

가을은
이렇게 평소의 나답지 않은 조금 다른 나로 살아보고 싶게
만든다는 말은 내가 만들어낸 핑계일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가을은 나를 노래하고 싶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