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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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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년!, 엄마, 요년!'


BY ns05030414 2001-10-24

엄마는 딸에게 말을 가르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고 쬐끄만 입에서 언어가 만들어 지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요즈음엔 구사하는 언어의 수가 제법 늘었다.
엄마, 아빠, 맘마, 메롱, 싫어,....등으로 시작해서 두 단어를 연결시킬 줄도 알게 되었다.
물 줘, 아빠 와,이리 와, 저리 가......
물론 엄마가 반복해서 열심히 학습을 시킨 결과이다.
오늘도 엄마는 딸과 마주 앉아 학습에 열심이다.
엄마가 반복해서 들려주는 말을 제대로 따라하기라도 하면 엄마는 신이 나서 박수도 치고 깔깔 웃기도 한다.
옆에서 이 모습을 바라보는 할머니도 덩 달아 신이 난다.
저녁식사 후 온 가족이 모여 신바람이 난다.
누굴 닮아서일까?
딸은 말 배우는 속도가 유난히 빠르다.

엄마는 이 번에는 새로운 시도를 해 본다.
"요년!"
새롭고 낯 선 단어여서 인지 딸은 따라하려 하지 않는다.
"요년!"
엄마는 다시 천천히 한 음절, 한 음절을 분명히 하면서 말해본다.
그래도 딸은 따라할 마음이 없는 지 눈만 깜빡깜빡 한다.
할머니는 마음이 쬐끔 불편하다.
세상에 가르칠 말이 없어 아이에게 이런 것을 가르친단 말인가?
그러나 워낙 말이 없는 사람인지라 둘이서 하는 양을 지켜보기만 한다.
엄마는 혼자서 신이 났다.
딸에게 어서 따라 해 보라는 뜻으로 엉덩이도 투덕여 준다.
"요년!"
"요년! 지혜, 요년!"
자꾸 해 볼 수록 신이 난다.
누구에게 이런 단어를 사용해 볼 수 있으랴?
오직 내 딸이기에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딸이 없었더라면 평생 한 번도 사용해 볼 수 없을 뻔한 단어일 수도 있는 것을......
엄마는 그저 신이 났다.
한동안 반응이 없던 딸이 드디어 입을 움찔움찔한다.
듣기 학습이 충분히 된 모양이다.
드디어 말하기 단계로 넘어갈 모양이다.
엄마는 긴장한다.
"요년!"
드디어 딸의 입에서 나타난 학습결과이다.
분명한 발음은 아니지만 의미를 담기에 충분할 만큼은 또렷했다.
그러나 한 번으로 충분하지 않았던 지 다시 딸이 입을 움찔거렸다.
딸의 입을 지켜보는 엄마에겐 지루한 시간이 흘렀다.
드디어 고 귀여운 입을 열어 딸은 말했다.
"요년! 엄마, 요년!"
처음보다 분명하고 또렷한 발음으로 말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할머니가 박장대소했다.
"거, 참, 잘 당했다!"
엄마는 멍 했다.
아니 이럴 수가......
그리고도 엄마는 히히 웃었다.
딸이 귀엽기만 했다.
"흐이그, 이쁜 내 새끼!..."

엄마는 몰랐다.
그 것은 하나의 불길한 징조 였음을......
그 딸이 자라 사춘기가 되어 엄마가 겪어야 할 고난의 서곡이었음을......
딸의 심사를 거스르면 안 된다는 것을 엄마는 학습하지 못했던 것이다.
딸은 분명하고 또렷하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