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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와 24년살이~


BY 수련 2001-10-24

한 남자를 만나 눈이오나 비가 오나
슬플때나 기쁠때나 평생을 같이
살리라 반지 주고 받으며 맹세한적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4년이나
되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
서로를 맞춰가며 아웅다웅 살았지만
이제는 느긋하게 뒤를 돌아볼수 있는 세월이 된것이다.

다시 남남으로 돌아설뻔한 위기들을
몇번 겪으면서 남편의 눈짓,행동만
보아도 뭘 원하는지 이제는 도가 트였다.
스스로 성인이라고 단정지은 나이에서 24년동안
한사람과 살을 맞대고 살았으니
이제는 부딪치는것보다
웬만큼은 서로 양보할줄도 아는
슬기로움도 생기고 비껴가는 지혜로움도
터득했다.

가끔씩 억장무너지는 소리를
해대지만 남편의 입장에서 나는
뭐 그리 만족스런 여편네였을까 싶다.

부부모임에 나가면 가끔씩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다.같은 주거공간에서 24년동안이나
같은 음식을 먹고,같은 TV프로그램을 보고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그렇게 부벼대고 살았으니
그런지도..그래서 부부는 닮는다고 했던가.



24년동안 살면서 굳이 따지자면 얻은 소득은
단연 아이들이다.
크게 말썽 안피우고
그냥저냥 잘 자라준 아이들이
힘들때마다 나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이제는 아이들도 성인이 되었으니
부모보다는 기댈 제짝을 찾을날도 얼마남지 않았으리라.

피를 나눈 부모형제보다도 피한방울 안섞인
남남인채로 더 오래 같이 기대고 살면서
앞으로 서로의 등어리를 긁어주며
지나온 세월에 연민을 느끼고
손주들을 안아보며 좋아라 하는
늙은이로 살아가겠지.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에는
자식들에게도 사회에서도 자유로워 졌을때
한사람에게서 매여 살았던 끈을
풀고 이승을 마감하기 전에
각자의 삶을 새로 시작해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나에게 100% 만족하지 못하고 산 남편에게
한번의 기회를 주고 싶기도 하고...
아니다. 오히려 내가 그러고 싶다는
음흉한 마음이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새장속의 새처럼 주는 모이만
먹고 안주하다가 막상 풀어 놓으면
날아가지도 못하고 그 주위에서 짹짹거리며 퍼득이다가
떠나온 새장을 그리워 할지도 모르겠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