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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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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에 맞는 떡은 어디에도 없다.


BY seon004 2001-01-20

한파가 며칠동안 계속되더니 이제사 조금은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
나서는 밖의 풍경마다
허리뭉치를 잘룩하게 짚새기 옷을 입은 나무,
꽁꽁 동여맨 목에서부터 긴 부츠의 발목까지 완전무장한 사람,
어디 한군데 바람이 근접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조금만 추워도
'오메 추워서 못살겄네'
조금만 더워도
'오메 더워서 못살겄네'
사람의 입맛은 한이 없나보다.

일년 4계절을 앉아서 감상 할 수가 있는 곳에 태어남을
감사드리라던 어느 분의 이야기가 새삼 피부에 와닿는다.

언 땅을 헤집고 올라오는 파아란 새싹을 보고
감탄에 젖은 목소리로 난 봄이 좋아.
여름에는 시원한 냇가에 발 담그면서 첨벙첨벙
너무 시원한 목소리로 난 여름이 좋아.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낙엽위를 걸으면서
시몬! 넌 낙엽 밟는 소리가 들리뇨...하며
너무 감상적인 목소리로 난 가을이 좋아.
겨울에는 하얀 눈위를 걸으며 사랑하는 님의
이름 석글자를 쓰면서 난 겨울이 좋아.
도대체 어느 계절이 좋다는 건지 헷갈린다.
몽땅 다 좋다는 거겠지만...

이렇게 계절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어느것 하나 고르지 못하는데
인생살면서 어느 한 부분을 고르라고 하는것은 너무
가혹한 형벌이다.
즐거움만이 호리병속에서 뚜껑이 열리길 바라고 있는것도 아니고,
괴로움만이 이 세상을 보고파 대기하고 있는것도 아니고,
흔히들 우리네 인생사를 고해의 바다라고 한다.
뚜껑 열어보면 701호 702호 사는것이 다 똑같다고도 한다.
나만 홀로 외로움에 떨고 불행한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에
벽을 쌓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기력조차 없이
스스로의 늪에 빠질때가 많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먼곳으로의 일탈도 생각해 보지만
모든 힘듦의 근원은 나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또다시 나를 추스리고 기운을 낸다.
드문드문 올라오는 님들의 괴롬과 힘듦의 흔적을 발견하며
나또한 누군가의 눈에 비추일 때에는 행복한 모습의 부분만 보여지고
또다른 한 면은 보이지 않겠지 하는 맘도 느끼면서...

아주 힘들어서 지칠때는 난 한권의 책을 읽는다.
캔 키지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와
조세희님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문학적으로 그 책들을 다 이해는 하지 못하지만 어려운 현실속에서
자신의 살 길을 헤쳐 나가는 모습에서 나의 지금
현실은 너무도 편안하고 안락한 궁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내 입맛에 맞는 떡을 찾는것이 아니고
내가 그 떡에 입맛을 맞추어야 한다는 너무도 평범한 진리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하는 것처럼
때늦은 깨달음을 한다는 것 만으로도 난 일보 전진을 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