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으로부터의 상처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겠지만, 유독 우리나라의 경우에 더 극심하게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고부갈등이 그것이다. 아마 부부간의 금슬이 고부간의 갈등으로도 끝장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하고 많은 이혼사유 중에 시댁과의 갈등으로 인한 것도 상당수라고 한다. 한데, 그 시댁과의 갈등이란 것이 대부분 고부간의 불협화음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시누이 등쌀에 이혼한 경우가 얼마나 있을 것이며, 시동생 뒤치닥 꺼리가 버거워 가정을 파탄낼 여자가 몇이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인해서는 많은 수의 여자들이 남편과의 이혼도 불사한다. 아들과 남편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야하는 남자의 태도가, 두 여자 사이에서 오히려 더 갈등을 증폭시킬 때, 그 가정의 끝은 안봐도 짐작할 수 있음이다. 그렇다고 모든 가정이 그렇게 고부간의 갈등이 좀 있다고 해서 다 이혼으로 치닫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결혼한 여자에게 있어서 고부갈등이란 대단한 스트레스 요, 또한 그래서 야기되는 것이 주부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대개 시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 정신적으로도 편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겠지만, 육체적으로 상당히 일이 많은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자기네 식구끼리 핵가족으로 사는 것보다 일이 많은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로 '숟가락 하나만 더 놓으면 되지'라는 말을 하는데,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 사정 상, 어른을 모시는 일이 결코 숟가락 하나 더 놓아서 해결되는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시동생이나 시누이를 데리고 있어도 그렇지 못할 터인데, 하물며 시어른들을 그렇게 모시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전통적인 유교사상이 아직도 잔재해 있는 우리네 사고방식으로는, 아랫사람이 모든 일을 다 하는 걸로 인식되어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아무리 일이 많아 며느리가 분주해도 시부모가 그 일을 흔쾌히 거들어주는 일은 그야말로 가물에 콩날 일. 여자라면 한번쯤 일생에 한번 이상은 우울증을 경험하게 된다 고는 한다. 하지만 그 우울증을 겪게 되는 시기가 보통 이렇게 시댁 식구들과의 마찰이 잦은 때부터 찾아오기 시작한다는 건 분명히 문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게 찾아오는 대부분의 우울증은 경미하여, 약간의 기분전환만으로도 별다른 치료없이 자연치유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연속적이며 수시로 야기되는 갈등으로 인한 우울증은, 병원 신세를 지지 않고서는 도저히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특이하게도 서양에서는 아들과 장모 사이가 우리나라 고부갈등과 맞먹는다는데, 그것 또한 어찌된 영문인지. 하여튼 왜 우리나라에서는 유달리 그 고부갈등이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것일까. ...... 우리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과연 어떤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으며 사는 것일까. 그러나 그것은 놀랍게도 나와 먼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기 보다는, 내 가까운 사람들로 부터의 상처가 더 많고 깊음을 알게 될 것이다. 남편으로부터, 아내로 부터, 부모로 부터, 자식으로 부터....등등. 시댁 식구나 처가 식구도 가족임에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게 우리가 남이 아닌 가족으로부터 상처받으며 살고 있다는 것은 너무도 슬픈 일이다. 그러나 누구나 그런 것이다. 이것은 예외가 없는 일들이다. 우리 자신도 알게 모르게 내 사랑하는 가족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신과 상담에는 반드시 환자와 가까운 사람. 즉, 가족과의 병행상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왜냐하면 그 환자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그 가족이 분명히 알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린 이미 현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정신 무장이 필요한 시기에 들어서있는지도 모르겠다. 남으로부터 받는 상처로도 치명적일 수 있는 이 복잡한 세상을 슬기롭게 살아내기 위해서는, 한번쯤 진지하게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일도 괜찮을 듯 싶다. 다만 확실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상처낸다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된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상처받고 싶지 않다면, 자기 자신부터 먼저 그 어떤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않으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 노력이란 것 또한 쉽지 않은 것이겠지만, 가족이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절대로 해체될 수 없는 인류 본연의 삶의 형태라는 내 생각에 변함이 없는 한, 그 노력 또한 가치있는 일일 것이다. 칵테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