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이는 보기보다 온유한 아이였다.
오히려 첫날과는 다르게 어색해하는 경순이
두아이는 할머니의 죽음이 슬프지 않다고 했다.
아니. 그아이들은 아직까지 할머니가 안계시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는듯 했다.
아뭇튼 그 아이들을 두고 우리가 불쌍하다 아니다를
논할 그런 단계는 아닌듯 싶었다.
다만 그 아이들의 딱한 사정을 우리에게 알리고 도움을
청해온 분의 마음이 감사해서 아무 조건없이 그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주기로 했다.
현철이는 이제 중학생이 된다.
학교에 입고갈 교복 조차도 준비못한 현철이가 이제부터
집안의 가장이되어 모든것을 떠맡아야 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두렵고 암담할지 상상이 간다.
그리고 그런 현철이의 인생에 과연 우리는 얼마만큼의
도움이 되어 줄 수 있을런지 두렵기는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철이와 우리들의 만남은 정말 어느 노랫말처럼
분명 우연은 아닐것이다.
하나님의 뜻이있어 만난거라면...
현철이의 집을 나오면서 아직 들판에 남아있는 눈을 보았다.
눈처럼 깨끗한 현철이와 경순이의 마음이 행여 우리들로
인하여 상처받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2001년 오늘 두아이를 만났다.
마치 나의 인생처럼 두아이와의 인연에 가슴이 설레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