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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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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고아입니다


BY poem1001 2001-10-21

내 남편은 고아입니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단 한명의 형제도 혈육도
설령, 있다고 해도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는
버려진 고아입니다
어머니가 과자를 사주시며
고아원 마당에서 기다리면 다시 찾으러 오시마하고
그렇게 영영 네살짜리
내 남편을 고아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난 아주 평범하게 살아왔습니다
연애를 하면서도
그가 고아라고 힘겹게 고백했을 때에도
나는 별반 감흥이 없었습니다
고아면 어떠냐고
그건 당신탓이 아니라고
너무나 당당하게
그를 내 남편으로 허락했습니다

결혼 칠년
우린 두 딸을 둔 부모가 되었습니다
친정은 가족이 많아 다복하지만
그리고 우리 가족을 늘 챙겨 주지만
구정이나 추석이 가까워오면
나는 가슴이 아려 옵니다
친구나 주위에서 시집이야기를 물어 오면
나는 또 가슴이 메어 옵니다
그렇게 나도
고아가 되어져 갔습니다
고모나 삼촌이 없는 내 아이들도
고아가 되어져 갔습니다

남편의 양어머니와 가족들이 계시지만
나는 늘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나도 양어머니를 얻은 딸이 된 듯,
나는 이제 그의 슬픔을 압니다
아직도 어디에서든 당당하게
내 남편이 고아임을 말하지는 못하지만
...
나는 이제 그를
더 자랑스러운 남편으로 여기려 합니다
이제는 당당해지려 합니다

시아버지 생신도
시어머니 이름도 모르는
고아 며느리지만..
주민등록등본
달랑 남편이름 하나였던 허전한 공간에
이젠 아내 내 이름과
두 딸아이의 이름이 적혀 있으니까..

삶이 내게 택하게 한
이 평범치 못한 길을
나는 이제 두 손으로 감싸 안아 받으려 합니다

내 남편은 고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