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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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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워질 때


BY ejsop 2001-10-21

어느 T.V광고에서였는지
한석규가 첼로를 쓰다듬는 부드러움이
나를 얼마나 부럽게 하는지 모른다.

이제 열일곱이 되는 내 딸아이는
제 기억속의 어미를 이야기하며 나를 웃게 만들곤 한다.
제가 회초리 맞던 이유를..
반듯하게 앉지 않아서, 바르게 걷지 않아서,
식탁에서의 예절이 옳지 않아서,
전화를 받을 때의 자세가 어때서...

어느 작가의 이야기 속에
반쪽의 동그라미를 찾아 굴러다닌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내 자신이 미워지는 것은
동그라미가 되지 못해서 인데
그것은 나도 모르게 선을 그어 놓고, 각을 지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딸아이에게 의자에 앉을 때면 직각이 되게 앉아라,
지하철을 탈 때면 선을 이용해 반듯이 걸어라
요구하며 나는 내 자신을 너무나 미워한다.

가끔은 그저 흐느적거리듯이 살고 싶다.
나 자신을 풀어 헤치고
그저 세상속에 동화되어 살고 싶다.
동그라미가 되어
이곳에도, 저곳에도 굴러다니고 싶다.

선이 그어 있는 내 얼굴을 풀어
부드럽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