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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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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생일


BY 오드리햇반 2001-10-21

초등3학년 큰아이 생일이였다
남자 아이인데도 성격이 너무 내성적이고 소심한 편이라 친구 초대하기도
쑥쓰러워했다
1학년때야 엄마인 내가 팔걷어 붙이고 친구 엄마들을 통해 여러 친구를
초대하기도 했었지만 2학년때는 아이 성격대로 조용히 지나쳤다
3학년이 되면 좀 나아지려나 하고 아이에게 넌지시 물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설래설래 도리질로 파티를 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싫음 관둬라 그럴수도 있었겠지만 3학년때 학교를 옮겼고 반 아이들과
집도 많이 떨어져 있어 늘 혼자 놀던 아이가 안쓰럽던 참이였다

여름방학이 끝난후 작은아이 청소를 도우러 학교에 갔다
1학년은 일주일에 한번정도 자모들이 반청소를 도와준다
그럴 때 만이라도 학교에 가면 선생님을 만날수 있고 또 자연스럽게
자녀에 대한 상담도 할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학급 게시판 이라던가 화일꾸러미를 보면서 내 자녀가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는지도 알수있어 특별한 일이 없는한 청소는 꼭 참여하는 편이다
학교에 온김에 3학년 오빠반에 둘러 선생님을 뵙고 도움을 청했다
선생님께서는 공개적으로 반 아이들에게 토요일에 반 친구들을 우리집으로 초대하겠다는 말을 전해주시겠다 하셨다
그날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친구들 다 온대.."
"잘됐네 뭐"
말은 그렇게 했지만 걱정스러운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토요일 오전부터 꼬마 손님들 초대로 그야말로 비상이였다
생일잔치를 통해서 알게된 사실 중 하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치킨과 피자라는거다
피자는 직접해서 금방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 내가 만들기로 했다
치킨과 다른 몇가지 음식을 추가하고 주문할 건 전화를걸어 배달을 시켰다
피자를 구울때쯤 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집은 순식간에 아이들로 가득찼고 떠들썩한 소리로 정말 잔치집 같았다
저마다 한 손에는 선물 꾸러미를 들고 와서는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상위에 차려진 음식을 보고는 그래도 3학년이라 체면을 차리는지 덥썩 음식을 집는 아이는 없었다
새삼 집에 있을땐 어리게만 보이던 몸집작은 우리아들도 반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있으니 의젓하고 듬직해 보이는 것이 부쩍 커진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해준 음식들을 너무도 잘 먹는 아이들이 이뻤다

생일 축하곡을 쳐주겠다고 피아노 앞에 앉던 우진이...
책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삼국지를 좋아한다던 정운이...
종알종알 내 옆에서 와서 말을 하는 윤미랑 가람이...
얌전하고 착학게 생긴 민구짝 단비..
아기햄스터랑 민구 동생하고 놀아주는 착한 홍석이...
컴퓨터 게임을 하는 친구들..
레고로 군사놀이를 하는 친구들...
그 틈에 잠시 짬을 내 토닥거리는 친구들...
하나같이 그야말로 어린이 다운 모습들 뿐이였다
모두 밝고 씩씩한 그래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들이였다

요즘엔 아이들 생일도 밖에 나가서 한다고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아이들 생일 잔치는 집에서 하자는 주의다
그 시간만이라도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으리라
물론 밖에서 생일 잔치를 한다고 해서 아이들 끼리 있는건 아니지만 일단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는건 나무도 당연하다
늘 시간에 ?기는 바쁜 아이들에게 생일잔치 만큼이라도 여유있는 시간을
줘야하지 않을까
파티장소 전체를 빌리는것도 아니라면 영업하는 장소에서 그 많은 아이들을 다 수용하기란 쉬운일도 아닐 뿐더러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도 주지 말아야 하고 그렇게 이것저것 가려가며 주의를 줘야 할 것 같으면 굳이 집을 떠나 파티를 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말이다
내집에서야 낮 시간에 잠깐 좀 소란스러우면 어떤가
미리 양해를 구하고 몇시간 씨끄럽다고 해서 누구네 집에서 영업(?)을 방해한다며 항의하는 일 따위는 생기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편안하고 여유있게 아이들을 둘러보면 분명 아이들에게서 뭔가 다른
것을 얻을수 있을것이다
내 아이와 함께 하는 친구들과의 모습에서 중요한것을 발견할 수 만 있다면
일년에 한번 있는 생일뿐 아니라 몇번이라도 이렇게 꼬마손님을 치르고
싶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그것이 내 자식 뿐 아니라 남의 자식까지 사랑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