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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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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렇게 살다 죽을래.


BY sara 2001-09-25

내가 새벽에 못일어나는 건
저도 알고 나도 알고 하늘도 알고 땅도 아는 일이다.
그러니 저 잠 안온다고 새벽에 산보가자고 깨울 때
내가 잠결에 발길질 좀 했다고 치자.
그래도 그건 어디까지나 당연지사 아닌가 말이다.

아침 7시.
샤워하고,화장하고,아침식사 준비하고,
애들 먼저 밥먹여 동네교회 보낸 후
9시반,교회 갈 시간 거의 다 되서야 울남편 들어왔는데
"늦으셨네에~,어디갔다 왔어요?"
대답이 없다.
못들었나해서 다시 한 번 물어도 들은 체도 안한다.
"어라?화났나?"
뭐땀시?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어렴풋이... 새벽녘에....산보 가자는데...뿌리친 기억이....
설마,그것 때문은 아닐거고....

울남편 말없이 먼저 나가기에
부리나케 ?아 나갔는데
차가 없다아..?
경비아저씨 왈,떠났다잖아.
별꼴이야...왜 그러는거야,도대체...

택시타고 교회 도착하니
울남편 떡하니 교회에 먼저 와있다.
찬바람이 쌩쌩분다.
아이고,무시라.
저럴 땐 말 안거는게 상책이다...죽은듯이 옆에 앉았다.

예배끝나고 친구와 얘기하다가
아직도 사태파악을 잘 못한 이 푼수가
친구에게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말했다.
친구와 친구남편이 차 뒷자리에 앉고 내가 앞자리에 타려는 순간
울남편 안에서 문을 찰칵 잠궈버린다.
뭔 일이랴?
"문 열어요."
울남편 앞만 보고 앉았다.
"이봐요.문 열어요."
그래도 앞만 본다.
친구와 친구남편은 울남편얼굴 봤다,내 얼굴 봤다,좌불안석이다.
그사람들 미안해서라도 아무일 없었던 듯 그 차를 타야만 했다.
그 차 타기....정말 죽기보다 싫었으나
순전히 친구땀시 올라탔다.
근데 눈물이......하염없이....자존심 상하고 드러워서...

우이씨~,쓰다보니까 화딱지 나네.

친구집 앞에서
친구 내릴 때 나도 내려 버렸다.
치사해서 안탄다,난 뭐 *도 없는 줄 아냐?
친구에게 새벽의 일을 얘기하니
설마 그 일 때문이겠냐며 다른 뭐가 있겠지 한다.
이거 친구 맞아?

집까지 걸어오며 곰곰 생각해 봐도
아니,그게 그럴 정도의 일인가 말이다.
친구앞에서...아이구, *팔려.
이가 악물려진다.
눈물은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좋아,이번엔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나도 화나면 무섭다 이거야.
너 한번 당해 봐라.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애들하고 중국요리 먹고 있다.
나를 거들떠도 안 본다.
웃기지 마라,이번엔 내가 너 안 본다.

여지껏 하던 버릇대로 울남편,밥차려 줘도 안 먹는다.
안 먹으면 말아라...하나도 겁 안난다.
차려주고...안 먹고,차려주고...안 먹고.
먹던 말던 나 할일은 한다 이거야.
여.자.의.본.분.

한 달이 지났다.
잠은 물론 딴방에서 자고
말도 한마디 안 섞고....
그러던 어느날 밤,(영화같지?)
자려고 누웠는데 울남편 현관문 열고 들어오는 소리나더니
딱그락딸그락...탁!
어라?밥 안먹었나?
가스불 켜는소리.
그리곤 방으로 들어간다.
살그머니 나와보니...라면물 올려놨다.
여자의 본분을 다 하는 내가
우렁각시처럼 몰래 라면을 끓여 식탁에 차려놓고
나 자는 방으로 들어왔는데
샤워하고 라면끓이러 나왔던 울남편
끓여져있는 라면보더니 먹지않고 그냥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지독하지?
그렇다니까아~.

또 그러던 어느날...
아이들 소풍가는 날이었다.
울남편 아침상도 김밥으로 차려놓고
"아빠 진지 잡수시라고 해."
내 모토는 싸움은 애들 모르게....다.
"아빠,진지 잡수시래요."
출근하려던 울남편,눈을 세모로 뜨고 째려본다.
난 못 본척 거들떠도 안본다.
"애들한테 하지말고 직접 얘기 해."소릴 버럭 지른다.
놀고 있네(혼잣말이니까)....
입 꼭 다물고 눈 내리깔고 김밥만 싼다.
혼자 소리 벅벅 지르다가
끝내 대답 한마디 안하자
여자가 저렇게 독하다나 어?다나하며 나가 버린다.
사돈 남 말하네.

첨으로 애들 앞에서 싸우는 꼴을 보이고 말았다.
그래도 아빠 위신은 지켜줘야지...
지가 이뻐서가 아니고
애들에겐 존경할만한 아빠가 있는 것이 행복하니까..애들을 위해서.
"있잖아.지금 엄마랑 아빠랑 싸우는게 아니고
엄마가 아빠한테 잘못해서 야단 맞는거야."
나,신사임당보다 더 신사임당 같지?

소리지르고 화내는 거 보니까
울남편 더 이상 참지 못할 때까지 온 것 같다.
그 자존심에 먼저 말 거는 건 죽어도 못할 사람인 거 내가 알지.
그래,내가 져 준다.
어디까지나 져주는 거다.
그 알량한 자존심 지켜주기 위해.

그날 밤,
애들 다 잠든 후 울남편 방에 갔다.(지가 안방 점거 했거든)
"미안해요,이제 그만 하세요."
"....."
누운 채 꼼짝도 않는다.
으이구,속으론 반가우면서...니가 드디어 비는구나 하고.
빌다니?어림없다...빌어주는 거다,내가.
"고만하세요,잘못했어요."
울남편 몸에 손대고 쌀쌀 흔들어 본다.
확 뿌리치며 일어나 앉아 울남편 하는 말,
"무릎꿇어!"
어절시구리...
때 아니게 웃음이 난다.
울남편 몸에서 독기가 빠지고 점점 추레해 지는 거 내가 다 봤거든.
마지막 자존심이다,이거지?
좋아,확실히 세워주지,뭐...
무릎을 꿇었다.

아이고....내게 뭐 집어 던지시는 분들 누구랴?
지는 게 이기는 거라는 거 모르시남?

울남편 내가 져 준 거 아직도 모르고
나를 손에 꽈-악 잡은줄만 알고서
뒤이~게 행복해 하며 잘 살고있다.
그리하여 나도 뒤~게 행복해 하며 잘 살고있다.
따라서 울아들 둘도 뒤~게 행복해 하며 잘 살고있다.

그냥 놔 두셔.
나....이렇게 살다 죽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