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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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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이야기


BY Suzy 2000-12-18

어릴적 내가 살든 우리동네는 복숭아꽃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노래속의 마을이었다.

동네 앞을 휘돌아 흐르는 실개천에서 물고기를 잡고
구름이 흘러가는 뒷동산에선 "마음이 답답할땐 언더억에 오올라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했다.

50 여호 정도 되는 마을에는 유난히 내 또래 여자애 들이 많았다.

D; 내 어릴적 소꼽동무다.
우리는 같이놀고 같이웃고 같이 울었다.

너나할것없이 어렵던 6.25 이후 맨 바닥에 앉아서 공부하던 학교도 같이 다녔고,
끼니대신 나물을 뜯던 시절도 같이했다.

여름 으스름녘에 개울가에 목욕을 할때도 같이했고
팬티만 입고 마을앞 냇가에서 세숫대야를 엎어놓고 물장구를 칠때도 같이했다.

콩서리를 해 불끄스름에 입주위가 까매지면 서로를 마주보고 깔깔 웃었다.

그런 내친구가 아들 등록금이 없단다.
전화를 내려놓자마자 난 서둘러 은행으로 뛰었다.
내 남편의 동의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얼마나 화급했으면 부산서 나한테까지 전화를 했겠는가?
난 가슴이 뻐근해옴을 느꼈다.

"지지리도 복도 없구나..." 누군지 모르게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 깔끔하고 자존심 강한것이...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난 몇번인가 그녀와 통화를 했다.
물론 아들은 무사히 대학에 갔고 그녀는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혼자 아이 둘을 키우자면 얼마나 힘들겠노, 난 재혼을 권하기도 했다.
그녀는 씩씩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혼자서도 잘할수 있다고...
하기는 재혼이 능사는 아니리라-----?

그후로 일년이 지나도 그녀는 소식이 없다. 전화를 했으나 번호가 바뀌었단다.
복잡한일이 생겼나? 난 기다렸다. 주변이 정리되면 전화 하겟지...하고.

5년인가? 6년인가? 이제는 기억이 가물거린다.
여지껏 그녀는 소식이 없고 내 주변 친구들 하고도 연락이 끊겼다.

내가 뭘 잘못 했을가?
"아들 성공하면 갚어" 미리 말할걸 그랬나?
아님, "너 여유있을때 아무때나..."
"내가 니 아들한테 주는 장학금이야!" 이건 어땠을가?

어느 친구가 내게 말했다.
"나 한테도 돈 빌려 달라고 전화 했었는데...
부산서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 그돈을 여기까지 부탁하는건 이상하쟎아?
친척이나 그동네에 신용을 잃었다거나..."

그럴수도 있겠다, 싶은건 그친구 말을 듣고난 후였다.
그래도 난 그돈을 보내준걸 잘했다고 믿고싶다.
그녀가 정말로 어려울때 나를 떠올렸다면 손을 잡아 줘야 마땅한것 아닌가?

지금도 난 그녀의 연락을 기다린다,
옛날처럼 깔깔웃는 웃음소리와 함께 느닷없이 걸려온 전화를....

(그럼 돈 얘기는 하지 말어야지!)

해마다 대학 입시때가 다가오면 그녀 아들은 지금 무얼할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녀가 지울수 없는 아픈 한점이 되어 나를 따라 다닌다. 바보같이...

그리운 내 친구야, 옛날처럼 그냥 빈손으로 달려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