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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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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25시...


BY 올리비아 2001-08-12

요즘들어 부쩍 24시간 풀영업하는곳이 많아진듯싶다.
편의점은 이젠 24시간영업장소의 대명사가 된지 이미
오래이고 음식점에서부터 할인점.. 이젠 목욕탕까지..

야행성부류가 극심한 도심의 밤거리는 마치 대낮같이
밝은세상이 되었으니 나또한 두팔 번쩍들어 환영할 일이긴 한데,

이로인해 우리집안에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으니...
그리 좋아할법도 아니다 이말이다..

자유와 방종을 분간하지 못하면 저처럼 낭패를 볼수도..^^

사건은 저녁무렵..
퇴근길이라며 남편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 저녁에 목욕이나 갈까.."
" 음..그을쎄..갈까.. 말까.."
이렇게 망설이고 있는데 옆에있는 큰딸이 전화내용을 듣곤 함께
가자며 적극 호들갑에 그러마하고 준비하고 기다리기로 했다.(물론 24시간 목욕탕)

그렇게 이것저것 잡다한 목욕용품 챙겨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데
둘째딸아이가 갑자기 자긴 목욕안가고 그냥 집에 있겠다는것이다.

그녀석의 속셈은 바로 다름아닌 엄마없는 그시간에 컴퓨터를
맘놓고 할 심산이라는것을 이영악한 엄마는 이미 알고있었기에
그냥 속아주기로 하였다.
"알았어..대신 컴퓨터 넘 오래하지말구 알았지?"
"넵~~^^"
"열쇠는 엄마가 문잠그고 키 가지고 갈테니까 그리알고..."
"네..안녕히 다녀오세여~"

이리하여 우리식구들은 밤늦은시간에 24시간할인점에서
간단히 시장도보고 생긴지 얼마안된 24시간 목욕탕을 들어갔다.
여탕남탕 금지된구역으로 우린 서로 헤어지면서
밤 1시에 탕입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린 열심히 심야목욕에 충실했다.

목욕에 어찌나 충실하게 임무완수를 하였던지
속이 허전하고 섭섭하여 우리식구들 콩나물국밥집으로 향했다.(물론24시간영업)

이렇게 우리는 여유롭게 심심을 만족시키고나서
쇼핑봉지 나누어들고 아파트 현관앞에와 열쇠를 꺼내 키를 돌리데...

"헉@@ " 이게 어찌된일인고..
현관키를 넣고 아무리 돌리는데도 키가 돌아가지 않더란 말이다...
"이런...위아래 다잠그고 보조 잠금장치까지 죄다 잠그고 자는가보네.."
"이녀석 어쩌지..분명 위만 잠그기로 했는데.."
(참고로 둘째녀석은 늘 자기전에 본인이 문을 완벽하게 잠그는 습관이 있다)ㅠ.ㅠ;;

그때부터 난 손가락지문이 닳도록 초인종 사정없이 눌러데고
큰애는 핸드폰으로 집전화벨을 수십번을 누르고 눌러도
집안에서는 모기날라다니는 인기척하나 없었다.ㅠ.ㅠ;;
시끄러운 전화벨소리,초인종소리에도 못일어나는걸 보니
이녀석은 분명 완전히 골아떨어진 모양이 틀림이 없는듯하였다.
아마 거실도 아닌 안방에서 TV를 틀어놓고 자는듯 싶었다.
(나중에 현장검증결과 나의예상은 적중하였다.ㅎㅎ)

새벽2시에 이 무슨꼴이람...
우린 처음의 때깔좋았던 좀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어깨늘어트리고 풀죽은 지친모습으로 어쩔수 없이
남편의차에 잠시 있기로하고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에구..이게 뭔꼴이래..참내"
"경비아저씨가 볼까걱정이네..ㅋㅋ" 어이없어 웃었다.
차안에서도 우린 계속 간첩접선하듯 계속 핸드폰을 쳐보았지만
여전히 묵묵부답...
이젠 우리도 서서히 지쳐서 눈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그렇게 잠시 눈을 붙히고 일어나 시계를 보니 새벽4시..

거의 지칠대로 지친우린 거의포기하는 마음으로 습관처럼
다시한번 폰을들어 힘없이 걸어본다.
띠리리..띠리리..
".음...여..보..세..여~"(헉~ 밤새 애타게 기다리던 딸의 목소리아닌감..)
"야! 너..너..문안열어~~ .너정말 휴..."
반가움반 노여움반으로 댑따 소리 한마디 지르니 그나마 속이시원..
그녀석은 자다일어나선 나의 더듬거리는 고함소리에
상황 이미 감잡은듯..
".응..알았어.."(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엘리베이터안에서 남편은 나와 큰딸의
보복을 당할 둘째딸아이가 걱정이 되었던지
"야..넘.. 뭐라고 그러지마라.."
나와 큰딸은 대답도 없다. 아니 대답이 필요없었다.
그건 바로 우리의 비장한 눈빛이 대신 이야기해주고 있었기때문이다. -.-;;

현관앞에 다다르니 문은 이미 열어놓고 있었고
이녀석은 후환이 두려웠던지 제방으로 들어가 이불
머리끝까지 덮고 자는척을 하고있지 않은가..

내심 기가막혀 우습기도하고 밤새
차에서 새우잠자고 온거 생각하면 괘씸하기도 하고..
큰딸아이는 자는척하고 있는 그녀석에게 조용히 다가가서는
"넌 이젠 엄마한테 죽~었다.."
저음목소리 팍 내려깔며 그 한마디만 할뿐
이내 나에게 바톤을 넘겨주었다..

그다음은 내입에서는 쏟아지는 말들은 그야말로
하이소프라노의 랩이었다..어찌나 숨도안쉬고 퍼부었는지..
서태지? 박진영? 왠만한 랩퍼들하고는 아마 비교도 안될것이다...ㅎㅎ

랩이 별건감..
어쩌면 우리아줌마들 아이들한테 남편한테하는 잔소리들 모아서
노래하면 그게 다 랩이 되지않을까 싶다...
(어쩜 우리가 랩의 원조가 아닌가싶다.^^.)

그날밤...아니 그다음날 새벽에..
우리식구들은 침대에 대자로 누우면서
이렇게 편히 누워잘수 있는공간이 내게 있고
이렇게 자유롭게 쉴수있는 공간이 있다는게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그날 그 사건이후
둘째딸덕에 느끼게 되었으니 이게 어찌된일인감..ㅎㅎ

우린 그날뒤로 밤늦게 행여 외출할라하면 그녀석 또 혼자 집에
있겠다는 소리 나오면 우리식구들 모두 경기어린 모습으로
고개 설레이며 둘째녀석 꼭 끌고 나가는 묘한습관이 생겼다.ㅎㅎ

본사건은 24시간을 넘 좋아하다 생긴 사건으로 이엄마에게도
책임이 없지않은바, 우린 그날이후로 서로의 책임을 묻지않기로 하고
오늘 현재까지도 그날의 사건은 미결된상태로 남아있다.

음..딸아..

이만..내죄를 사하노라...아니 네죄를 사하노라..^^

-24시간 넘 즐기다 낭패본 아줌마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