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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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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은 어딨는겨~~(후편)


BY 올리비아 2001-07-13

왜이리 늦었어?"
"어휴..차가 막히고 화장이 좀 늦어져서.."
이렇게 두신부는 서로 마주 앉아 쫑알쫑알..

누구냐구여? 우리 형님입니다.(남편의 형의 부인..)
아시겠죠? 그래여.. ㅋㅋ
지영의 결혼식은 성질급한 아우팀과
성질 느긋한 노총각 형님과의 합동결혼식이었습니다.

서른이 넘어도 결혼은커녕 애인도 없는 형땜시
우린 추월할 엄두도 못내고 뒤에서 목빼고 눈치보다가
결국은 목마른놈이 우물 판다고 동생이 형의 애인
(지금의 신부)을 소개시켜주었고 가뭄끝의 단비였던지
형은 최단시간내에 초강력스피드의 연애로 이렇게나마
함께 예식장에 들어서게 되었답니다..ㅋㅋ

이렇게 무사히 결혼식에 들어선 친구같은 신부들..
(저와 형님은 동갑나기로 지금까지도 친구처럼 지냄..)

형은 신랑입장에서 두팔을 번쩍들어 만세를 하며
입장하는 깜짝쇼로 인해서 식장은 한때 웃음바다가 되었다한다.

드뎌 신부입장..
형님팀입장 끝내고 아우팀입장..
난 신부대기실에서 일어나면서 걸음걸이가 영 신통치않다..

왜냐구여?
고무신을 신었거든여..
형님팀과 아우팀의 평균키차이가 10센티..

나혼자 튀자고 굽있는신 신기도그렇고
이런저런 고민끝에 선택한 신발이 고무신이었다.^^

그러니 드레스입고 고무신신고
걸음을 걷자니 온신경이 신발로 갈수밖에..^^

그래도 남들에게 눈치채지않게 아주 우아한걸음으로
결혼식장에 들어갔고 다음은 남들 하는 예식대로
행복한 (지루하고 피곤한) 식을 치루었다..

식이끝난 해질녘쯤 우리두팀은 신혼여행지로 떠나기위해
친척들과 친구들과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차에 올랐다.

우린 차를 가지고 동해안쪽으로
3박4일의 신혼여행을 함께 그렇게 떠났다...

두신랑이 서로 교대로 운전하며 가다가 경치좋은곳 있으면
내려서 쉬어가고 사진도 서로 찍어주고 ..차도 마시고..

정신없던 그날의 결혼식..
어느덧 해는지고 우리는 잠을 청할곳을 정한뒤
시내로 나와 저녁을 함께하고 피곤한 몸으로 숙소에 들어왔다..

형의방은 2층이요 우리방은 3층이었다.

가면극을 쓴듯한 얼굴과 머리를 한시바삐 씻어내고
싶은 급한마음에 욕실먼저 찾아 들어간다.

무스로 뻗뻗해진 머리와 핀들로부터 머리를 자유롭게
씻겨주고 화장을 열심히 지우고 있는데 이눔의
인조 속눈썹이 도대체 떨어지지 않는것이다.

거울을 보며 속눈썹 뽑느라 쌩씨름을 하고 있는데
욕실에서 함흥차사인 신부를 신랑이 찾는다.
" 뭐해.."
"어~ 나지금 속눈썹 뽑고 있는데 영 안뽑아지네.."

차라리 애초에 뽑질 말던지 뽑다만 나의 속눈썹은
우습기 그지 없었다.. 드디어 눈물이 나올만큼의 고통을
참아내며 인조눈썹 말살을 다끝내고 욕실문을 열고 나오니

" 헉,,형이 우리방에 들어와 있었다.
"에그머니나..^^*"

에구 그래도 우린 남사스럽게 잠옷바람으로
자연스럽게 시숙과 인사를 나누었다.ㅋㅋ

지영의 잠옷은 야시시한 드레스잠옷이 아니고
개량한복같은 잠옷이었기에 얼떨결에 그렇게
부담없이 시숙과 얘기 나누고 놀다갔다. (이래도 되남..ㅋㅋ)
우리시숙은 발목까지 오는 잠옷가운을 입고 있었고..
작은키에 동안인 형은 무지 귀여웠다..^^

그날 우리의 첫날밤과 형의 첫날밤을
(첫날밤의 의미는 그냥 결혼식마치고 첫날자는잠이
첫날밤이다..지영생각..^^) 보내고 다음날 동해바다로 갔다.

다소 쌀쌀한듯한 바다를 보며
몸과 마음을 바닷빛으로 물들이고서야
우린 3박4일의 여행을 무사히 보내고
시댁식구들과 신랑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시골집을 향해 돌아오고 있었다..

여행에 피곤함이 누적된 몸으로
신부둘은 뒷자리에 푹 기대앉아
이미 수다에도 지쳐 눈을 감고 자는듯 마는듯
앉아있었고 앞자리에선 형이 조용히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불현듯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오토바이가..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 우리차를 향해 달려 오지 않는가.....

어,.
어..어..!! 꽝!!..- -;;;

- - - - - - -

뒤에서 잠시 졸던 신부들 -
금속성 마찰소리와 충격으로 몸은 어딘가에 부딪치고..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신부들과 신랑들
역시 놀라 어찌할바를 모르고 당황하고 있었다.

다행히 차안에 있던 우리들은 다치지 않았고
약간의 부딪침으로 인한 일시적인 아픔만 있었다.

편도2차선이었던 읍단위였던 충주시내..
남편은 놀란 우리들을 사고현장을
보지않게 하려고 근처 다방으로 데려가면서
이곳에서 나오지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우린 누가보아도 신혼여행을 마치고
온 사람으로 보임에 충분한 그런모습으로

소리없이 시골다방에 앉아 기다림과 초조함을 참으며
두신부가 곱게 한복을 입은채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후에 형이 들어왔다.

오토바이운전자는 술에 취한채 운전을 하고 왔었고
건넌편 골목길을 가기위해 감히 중앙선을 넘어서
가려 했었던 모양이었다 한다..(음주운전 절대하지마세여..)

어쨌든 교통사고는 이유불문하고
사고처리하려면 시간이 걸릴테고..

다친자는 병원으로..
사고경위는 경찰서로...
할일이 많은법..

매사 형같은동생은 사고당시 운전한 형대신
이번사건도 나서서 해결하느라 얼굴코빼기도 안보인다.

우찌된건지 결혼식 하기전에도 교통경찰의 인도로
예식장에 들어오더니 이젠 결혼식 마치고 시골집으로
가는길에도 교통경찰과 인연을 맺게 되는지,,^^

에구..정말..아이러니하다..

신랑은 뒤늦게 다방으로 들어와선
걱정말라며 곧 해결하고 이곳일 마무리 짓고
곧 따라갈테니 형하고 먼저 시골집에 가 있으라고 한다.

그렇게 해질녘쯤 서로의 마음을 그런데로 진정시키고
형이 다시 운전해서 난 짝잃은 신부가 되어
형님부부와 함께 우리끼리만 시골집으로 들어왔다.

어둠이 내려앉은 시골집은 잔치집분위기로
들떠 있었고 가까운 시댁친지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형님팀은 형친구들이 있는 건넌방으로,
짝잃은 신부인 나는 남편의 친구들이
기다리고있는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들려오는
친구들의 함성과 박수소리..

"와..축하합니다여..지영씨..
신혼여행은 잘다녀왔나여~~^^**"

벌써 술한잔한 친구들의 장난끼섞인 인사를
건네며 먼저 방문을 열고 들어온 나를 반기더니
곧 신랑이 따라들어올줄 알고 기다리던 친구들은...
또한마디 건네다..

" 뭐여~~ 지영씨 또 신랑 어디다 떼놓고 다니는겨~~"
푸하하하..
"아니 결혼식때도 신랑 떼놓고 늦게 오더니
.. 또 신랑 어디다 놓고 혼자 온겨 ~ ~"

우린 각본데로 식구들과 친구들이 걱정하지않게 사실을 숨기고
잠깐일이 있어 조금있음 올거라는 거짓말을 해야만했다..

에구구...ㅠ.ㅠ

그날 난 짖궂은 친구들틈에서
한마리의 앵무새가 되어 가무를 겸한 노래를 불러야만 했구..
맥주 두모금의 주량으로 난 벌주 두잔을 먹고서 맛이 완전히 가삐렸다..

(니 들어오면 죽었다..죄없는 신랑만 오길 벼르고..ㅎㅎ)

아~
그날 건넌방에서 들려오는 형님의 용기있는
노래소리가 밤하늘을 소리없이 뒤흔든다.

~~비~ 내리는~~호남선~~~남~행~~열~차~에~~
젓가락행진곡에 맞추어 들려오는 신혼행진곡...

우린 지금도 가끔 그때일을 떠올리며
"형님아.. 그노래함 불러봐.." ㅋㅋ

누가 이런글을 쓴내용을 보았다.
노인내외가 나와서 퀴즈를 푸는 프로그램이라한다.

천생연분이라는 네글자를 맞추어야 되는 게임에서-

할아버지가 할머니께 묻는다.

할아버지; 할매..자네와 나는 어떤 사이지?

(할머니 큰소리로 자신있게 외친다.. )

할머니; 웬수..

할아버지; 에구 아니 네글자여~

(할머니 더욱 자신있는목소리로..)

할머니; 평.생.웬.수!!
ㅎㅎㅎ

할머니 말씀데로 평생웬수가 만나서 부부가 되는건지..
아님 부부로 만나서 평생웬수가 되는건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서 ....

지영의 결혼이야기 여기서 마치기로 한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