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아 올 가을에 이 땅콩 많이 많이 먹자. 알았지?"
"응!"
"정순아 엄마가 이렇게 밭을 메면 가을에 땅콩이 주렁주렁 열릴꺼야.
그러면 맛있는 것도 많이 많이 해 먹자 응?"
"응!"
지금으로부터 26년 전 한 여름처럼 무더운 어느 봄날 새댁인 제 어머니와 3살배기 전 땅콩 밭에서 있었습니다. 어머닌 땅콩밭을 메면서 앞에가고 전 아장아장 걸음마 하며 어머니 뒤따르고 있었지요.
어머닌 어린 제가 걱정이 되어 자꾸만 말을 시키며 부지런히 일하고 계셨대요. 그렇게 한 참을 메고 이제 한 골 남았다면 기뻐할 때쯤이였어요. 어머닌 문득 제가 궁금해서 뒤돌아 보셨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
전 어머닐 돕는답시고 앞에서 기심(땅콩이 아닌 풀)을 뽑고 계신 어머닐 따라 땅콩을 뽑으며 쫓아오고 있었답니다. 그러니까 그 날일은 헛 한거지요.
너무나 기가 막혀 어머닌 올 한해 땅콩은 다먹었다며 어린 절 매반 야단 반....... 그렇게 절 울렸다고 합니다.
지난 5월 3살배기 아들과 함께 친정에 갔었습니다.
제 어머닐 따라 상추를 모조리 뽑는 외손주녀석으로 보며 어머닌 그 때 일을 회상하셨습니다. 그 때 새댁이라 아무것도 몰랐다고요.
어린 제 맘도 몰랐고 , 3살 배기는 뭘 알겠냐는 생각도 못하셨다고.....
이번엔 어머니가 제 손주녀석을 귀엽다며, 그 맘이 예쁘다고 칭찬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절 닮은 아들녀석이 사랑스럽습니다.
먹고살기만 바빴던 그 시절. 어쩌면 땅콩이 주식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가 얼마나 속상해 하셨을지..
이렇게 써내려가다 보니 언제나 화수분 처럼 퍼주기에 바쁜 어머니의 그 맘이 더 위대해 보입니다. 3살배기 어린 딸을 데리고 밭에 가셔야 했던 어머니의 그 안스러움이 느껴져서 가슴이 미여 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