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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68

아줌마학(?) 개론


BY sj64 2001-06-08

세수비누 한가지만 살 요량으로 마트에 갔다.
하지만 어디 그런가.

-시식해보고 가세요

이 한마디에 아예 이쑤시게 손새에 끼워가지고 다님서 이것저것
맛보는 재미도 쏠쏠한걸

치즈, 만두, 보성녹돈, 제주 흑돈, 한방돼지고기 기타등등 하다가
느끼하다 싶으면 새로 출시?榮募?쥬스, 팔곡 또는 십곡 미싯가루도
한종지 걸치는 그 입맛 땡기는 오후.

이러면서도 가끔 반성 아닌 반성과 생각에 빠진다.

바로 이런 모습때문에 < 아줌마 > 다운 아줌마일수밖에 없는
흔히들 아줌마를 거론 할때마다 들고 나오는 몇가지 사례 중
하나인 전형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먹어보고 사라해서 먹어봤을 뿐이고 맘에 안들어 안사면 그만,
그렇다고 배 채울 작정하고 순례를 하는것은 결코 아닌데
배 부를 정도로 죽치고 서서 찍어올리는 것도 아닌데
늘 뒤통수가 부끄러운 까닭이 무엇일까

몇해전까지만 해도 싼 물건 줄지어 사는 행렬에도 끼지못했다.
실시 몇시간 전부터 구불텅거리는 줄도 모자라 나중엔
내자리니 네자리니 나란한 두발평수 자리다툼에
위아래 나이도 몰라보고 이런 사태일수록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콧노래를 부르고 아슬아슬한 정도에서
꼭 물건은 한정수량을 내세워 바닥나고 만다.
많은 사람들은 또 내일을 기약하며 다름없는 전쟁을 되풀이한다.
이런저런 이유때문인지 늘 우롱당하는 기분이 들어 애써 외면했고
살 필요가 없으면 먹어보지도 만져보지도 않았었다.

이러던 내가 참 많이 변했다싶다.
남편은 은근히 억척을 떠는 마누라를 기대하는것 같았다.
난생 처음 줄지어 사온 포도박스를 보고 대견해하고 기뻐하던 모습

-진짜로 싸네! 낼 또 가봐

(웬수, 얼마나 진땀나고 다리 아프고 조마조마했는데 만약 내 앞에서
포도가 바닥났다고 소리쳤으면 챙피해서 어쩔뻔했어, 다신 안가)

하지만 그 이후 제법 많이 늘었다.

내 앞에서 물건이 바닥나면 번호표라도 달라고 큰소리 칠줄도 안다.
사실 그때 내 가슴 얼마나 쿵쾅거리는지 터질 것 같다.
그러면서 -너 참 장하다-고 위로하기도 한다.

사람 중 사람 아줌마된다는것 자연스러운것 같지만 나름대로
조건과 시간 모험이 필요하다.

여자가 아닌바에야 축에 낄 생각 말아야되고
주책과 억척이라는 것도 연륜이 가져다준 무형의 자산이며
생각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분명한건 내 앞의 휴지한뭉탱이에 목숨걸고 소리지르기보단
내 이웃과 더불어 넓은 세상 이야기에 한목소리내는
정의의 사자로 분한다면 한단계 내려보는 세상의 분별심을 개선할
여지는 얼마든지있고 이 모든것 우리 아줌마하기 나름이 아닐까.


오랜만에 정색해서 야그하다보니 쑥쓰럽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