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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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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산에나 갈거나?


BY 봄비내린아침 2001-06-07

아침에 나 참 오랫만에 '푸하핫' 큰 소리로 웃었어.
운동<이구 부끄러라..아직 채 3달도 못 채워놓고, 운동 운동 할려니..쫌 부끄럽네..>가면, 아직은 낯설어.

원래가 유별스레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 나는 2달이 가까워지는데도 아침마다 정해진 시간대에 만나지곤 하는 이들과도 쉽게 친해지질 못하고 있지..
물론, 어쩌다 정면으로 눈이 마주치면야 베시시 웃어주는 정도는 하지만..

그곳 스포츠센터엔 스쿼시를 하는 일무리가 있어..
그들은 동호회를 결성해서 내가 가는 그 시간대쯤에 항상 운동을 하곤 하는데..
아줌마, 아저씨가 대부분이고, 보기좋게 부부가 나란히 오는 경우도 있지.

그 중에서도 특히 키는 좀 작달막하지만, 덩치가 그런데로 있는 걸걸하고 터프한 아줌마가 있거든..
그 아줌마,,아니 걍 그녀로 해야겠다.
나도 아줌마이지만, 아줌마는 아줌마란 말을 그닥 좋아하지않으니까..

그녀의 목소리는 몸체에서 나오나?
스포츠센타 입구에 들어서면, 그녀가 있고 없음을 가늠할만큼 목소리가 유달리 커.
웃음소리 또한 터푸하고,,
그리고 함께 샤워할때 '핑'하고 터져나오는 그녀의 코푸는 소리는 시셋말로 과히 엽기적이더라구..
첨에 난 그 소리 듣구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몰라..

한번은 화장실 입구에서 그녀와 딱 맞딱트려졌는데,,찬찬 보니 참 이뿌게 생겼더라..

그런 그녀와 나는 1주일이면 한 5일정도는 샤워장에서 마주쳐..거기 드나드는 시간대가 비슷하거든..
샤워장에서 볼륨감이 지나친 그녀의 몸과 마주치거나, 공을 치는 그녀의 씩씩하고 힘있는 뒷모습을 보곤하지..

꼭히 관심이 있어서 그런건 아니지만, 늘 런닝머신위에서 뭐 특별나게 눈둘데가 없으니, 풍경처럼 그녀들을 봐..

그녀들 공이 라켓에 잘 맞아주는 날은 내 기분도 덩달아 좋고, 왜인지 그녀들 공이 자꾸 제동이 걸리는 날은 내 기분도 찌푸둥해지더라구..

오늘도 예외없이 내가 샤워하고 있는데, 그녀 무리가 들어왔어..
나와서 나는 머리를 말리고 얼굴에 기초화장을 하고 있었는데
뒤늦게 샤워를 마치고 나온 그녀,,

"언니야..내 어제 월매나 황당했는지 아나?
그녀가 드뎌, 우람찬 목소리를 내놓기 시작하대..

"왜?"
"있제,,신랑이랑 윈드/아마, 호프집 이름같았어/에 맥주 한잔 하러 엊저녁에 갔었어"
"근데?"
"핸폰이 삐릭릭 울려서 보니깐,, 메세지가 떠더라구.."
"응"

그때까지 나는 새침을 떨고 못 들은척 내 할일만 하고 있었겠지..사실은 다 듣구 있으면서 말야..

"핸폰? 누구한테서 왔는데?"
"얼마전에 우연히 길가다가 초등학교 동창생눔 만났었거든"
"응"
"학교때 같이 과외두 받고 해서 넘 넘 반가워서 폰번호 주고 받았어"
"근데?"
"가끔, 문자 들어오구, 나두 심심하먼 넣구,,그랬지"
"응...계속해"
"그런 눈으론 보지마..내 모양새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우린 그런 사인 절대 아님.."
누가 뭐라는 것두 아닌데 그녀가 정색을 하며 애기를 이어갔어..

나는 슬금, 구미가 당겨서 귀를 쫑긋 세웠어..

"문자에 뭐라고 들어왔는데?"
"응..금오산 가고싶지 않나? 이렇게 문자가 들어왔어"
"그래서?"
"내가 탁 받아서 바로 문자 넣었지..'문디,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하고 있네'라고.."
"응..으응"

옆에서 가만 보던 신랑이
"누꼬?"
하잖어..
"당연하지..묻는게"
"난,,원래 그런 거 잘 안 숨기거든..그래서 궁시렁 궁시렁 다 말해줬어.."
"그랬더니?"
"첨엔, 걍 넘어가는듯 하더라구,,근데 몇잔쯤 술이 오르니 이 남자 계속 했던 말을 반복하는 거 있지?"
"뭐라고?"
"니,,금오산 가라..라고"
"푸하핫.."

난 나도 모르게 그녀들 무리와 함께 크게 웃음보를 터트리고 말았다..
나보다 더 놀란 건 그녀들인 듯 했어.
힐끔 소리내어 웃는 내 얼굴을 거울을 통해 자꾸 쳐다보잖겠어..
속으로 아마 이랬을거야..
"어머머,,저 여자 평시엔 잘 웃지도 인사도, 아는척도 않더니,, 오늘은 소리내어 웃네. 어머머머머..별꼴이야. 별꼴이 반쪽이야..."
아마,,그랬을거야..

"니, 금오산 가라"
"니, 금오산 가라"
자꾸 자꾸 신랑이 그러더래네..
그래서 기분좋게 술먹자고 손잡고 간 그들 부부는 나올땐 사팔눈을 뜨며 분위기 망쳐서 돌아왔다고..그녀가 연신 투덜거렸어..
그녀 신랑이 다그쳐 말하기를
"만일에 내한테 어떤 여자가 문자 날렸다고 치자,,그라먼 니는 가만 있겠나?"
그녀, 씩씩거리면서 이렇게 대꾸했대.
"뭐시라? 내가 가만있기는 왜 가만있어? 핸폰을 확 뽀샤버리지.."

허 허 허
잼나다...인생은 참 잼나다. 그치?

왜 인생은 첨먹은 맘대로 그 방향대로 가지지않고 늘 가다가 삐딱선을 타곤하는지 말야..

막,,소지품 챙겨서 나오는데 성격 좋은 그녀가 또 한 마디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
"언냐,,우리 말난 김에 금오산이나 확 갓부릴래?"
ㅎㅎ
"우리도 말난김에 걍 금오산이나 가버릴까?
말난김에,,말난김에
거기 금오산에 여름이 왔나 안 왔나,
또는 꽃은 얼마나 폈고, 또 얼마나 졌나?
아니면, 신록은 어느정도의 농도로 퍼져가고 있나.
.뭐 그딴 거 한번 볼겸해서..
말난김에 금오산이나 갈까? 그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