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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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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스민 꽃 향기 처럼


BY gys20001 2001-06-07

사랑하는 당신

오늘 하루도 얼마나 고단하셨을까요?

오늘은 유난히도 코를 골며 단잠에 빠져 있는 당신의 잠든 얼굴을
바라다 보니

오늘은 잠들기 어려운 밤이 될 것 같네요.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하루 하루를 살아가시는 당신에게
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진 못하고 살아갑니다.

거실로 나와 지난 봄 남기고 간 쟈스민 꽃 향을 그리워 하며
유난히도 반들거리는 잎사귀를 가만히 만져봅니다.

결혼한지 올해로 십년

그 지나간 시간들속에는 참으로 아픈 시간들도 많이 있었지요.

당신께선 여러번 직장을 옮길 수 밖에 없었고,
그리고, 두번의 교통사고....

그 아픈 마음의 조각들을 주워담으며

아마도 전 나무처럼 당신곁에 서 있으려 했었나 봅니다.

어쩌면 삶이란 이렇게 저렇게 살든 공허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동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란
그리 한가한 감상에 젖어들 만큼의 여유도 없이
살아온 시간이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3년 내내 적금을 부어 잔뜩 기대에 차 있던 나에게
어느날 찾아온 당신의 교통사고

하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우리 가족 중 아무도 다치지 않고 지나갈 수 있었다는 것

그 당시엔 왜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가
절망스럽고 그랬지만

내가 준비하며 살아온 때문으로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에

그래도 다행이라며 살아있음에 감사했던 우리였지요.

4년간의 서울 생활을 접고, 이곳 대전에서의 생활
당신에겐 새로운 출발이었지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그 힘든 시간동안
당신에게 난 큰 도움은 못 주었지만

당신이 가정 살림에 신경쓰이지 않게
저 혼자의 힘으로 모든 가계를 꾸려가다 시피 살았지요.

참으로 힘든 시간들이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아도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부분이었지요.

시부모님께 말씀드리자니 괜히 마음만 상하실 것 같고
친구에게 이야기 하자니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았어요.

어린 자식들에게 내색하지 않고 살기란 힘든 일이더군요.

그래도 내겐 결혼후에도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었고,
나 자신에게 버텨나갈 수 있는 힘을 주신 절대자에게 감사할 때가 있었지요.

때때로 너무 힘들 땐

화원을 찾았지요.

저마다 다른 모양새로 참 잘도 자라나던 나무와, 꽃들을 바라다 보면서 그냥 내 안에 있는 우울을 털어내 보려 했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지금 저의 베란다에는 제 삶의 일부분이 되어 버린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 나무와, 풀과 , 꽃들은 말없이 저의 삶을 지켜보고 있지요.

자신의 이야기를 다 알고 있는 그들에게
저는 좀더 아름다운 모습, 좀더 솔직한 모습으로 다가서며 살아보려 합니다.

언젠가 당신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올 때

나무처럼 늘 그자리에 묵묵히 서있는 나를 발견한다면

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면

난 당신과 밤새 이야기 보따리를 풀고 싶군요.

쟈스킨 꽃 향처럼 여운이 남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실컷 나누고 싶군요.

내가 당신의 고단한 삶을 이해하려 애쓰며 잠못 이루는 밤에
당신도 나의 가슴속에 들어와 언제나 친구가 되어준 그 나무들을

나를 사랑한다면
한번쯤 사랑의 시선으로 바라다 볼 수 있었면 하고 욕심내어 봅니다.

사랑합니다.
아니 사랑하며 살 것입니다.

온 몸으로 부딪쳐 큰 꿈을 이루기 위하여 노력하는 당신

당신의 잠든 얼굴을 가만히 바라다 보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넓은 바다 처럼 한 없는 이해를 바라진 않지만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고, 힘들어 하는 나를

조금쯤은 알려고 관심가져 주는 것으로도

커다란 행복은 어느새 나의 가슴속에 와 있음을

당신께서 알아주시리라 믿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