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산화탄소 포집 공장 메머드 가동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50

박정희 대통령이 죽었다며?


BY 허브 2000-11-19

"박정희 대통령이 죽었다며?"
우리 아버지의 질문이다.
지난번 보궐선거가 있을 때
TV에서 유세하는 것을 보시고
하시는 말씀이다.
"그럼요. 박정희 대통령 죽은지가
언젠대요..."
"난 또 이 번 선거에 나오는 줄 알았지..."
가슴이 미어진다.
우리 아버지 또 한참 전의 과거로 가 계시다.
벌써 5년전에 쓰러지셔서
처음엔 의식도 없으시다가,
사람도 몰라 보시다가,
겨우 사람을 알아보시고,
그러고도 정신이 드셨다가 나셨다가
하셨었는데...
퇴원해서 또 한번 넘어지신 뒤론
이젠 완전히 앉은뱅이가 되어 버리셨다.
일어서질 못하신다.
걸음은 더더욱 걷질 못하신다.
그런데도 우리가 친정에 가면
"농협에 사료 사러 가야하는데
너희들 아빠 농협까지 태워다 줄래?"
이러시질 않나...
"사위가 왔는데 농협연쇄점에 가서
소주나 한박스 사와야지..."
하시며 나갈 채비를 하신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볼때면
가슴이 아프다.
아직도 기억력은 좋으셔서
동네 어르신들 생신을 다 기억하시고,
지금도 우리 생일이면 아침일찍 전화하셔서
"오늘 네 생일이다. 미역국은 먹었니?"
하시며 챙겨주시는데...
그런데, 가끔 시대착오가 있으시기도 하고,
TV 뉴스나 드라마를 보시다가 마구 흥분하셔서
할머니에게 엄마에게 마구 욕을 하시며
난동을 부리시기도 하신다.
그럴때의 아버지 모습은 제 정신이 아니신것 같다.
불쌍한 내 아버지...
늘 뒤에서 우리 뒷바라지만 하시며
조용하셨던 분인데...
아직도 젊다면 젊은 나이신데...
이제 예순 여섯이시다.
아버지 회갑땐 우리들 형편이 다들 안좋아서
누가 먼저 나서서 회갑잔치를 해 드리자고
말을 못했었다.
그런데 내심 아버진 섭섭해 하셨고,
엄마에게 눈치를 주셨다.
우린 형편이 안되면 안되는 대로
회갑잔치를 해드리자고 맘먹었다.
안그러면 아버지 몸도 약하신데,
혹시라도 후회가 더 클것 같기도 해서...
아니나 다를까?
회갑을 치른 그 다음 해 구정 때
아버지가 쓰러지신 것이다.
그 뒤론 바깥 구경을 별로 못하셨다.
우리들이 친정에 가면 가끔 아버지를 모시고
드라이브도 하고,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장어도 사드리고,
회도 먹으러 가고 그러지만
늘 부족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아기자기 하셔서 꽃가꾸기를 좋아하셨고,
무엇이든 씨를 모아서 심기를 좋아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과일을 먹으면
수박씨며, 참외씨며 모아서 종이에 싸두신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면
가슴이 저려온다.
아버지 때문에 힘들어 하시는 엄마를 보면
엄마를 위해서 이제 그만 돌아가셔 주셨으면
하는 나쁜 생각을 하다가도
그런 모습으로라도 내 아버지로,
살아계신 내 아버지로 계셔 주셨으면 하고
다시금 바래본다.
아버지 오래 오래 제 곁에 있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