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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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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는 어디에?


BY pjr1017 2001-06-05

나는 아침부터 머리가 아팠다.
직장에서 일찍 나와 병원에 들렀다가 집으로 와서 누워 있었다.
시간은 벌써 오후 5시가 넘었다.
아이들이 밖에서 노는 소리가 들린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다섯 살짜리 작은 아이가 유난히 밖에 나가 놀려고 한다. 초등학교 2학년인 큰 아이에게 부탁을 하고 내보냈지만 온 신경은 밖으로 향해 있다.
요즈음은 작은 아이가 형이 없어도 혼자 밖에서 자전거를 탄다. 로울러를 탄다 하면서 나가 있기가 일쑤다. 직장에 갔다오면 몸도 마음도 다 바쁘기 때문에 같이 나가 있을 수가 없어서 나는 수시로 밖을 내다보면서 집안 일을 하느라 분주하다.
오늘은 몸이 좋지 않은 관계로 시간이 다시 6시가 되어가는데도 그대로 누워서 뭉게고 있다.
잠시 뒤에 남편이 들어왔고, 밖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았느냐는 내 말에 아무도 없다는 말을 했다. 만약에 있었다면 아이들이 이렇게 조용 히 아빠를 들여보낼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아빠가 오면 뭔가 사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환호성을 지르고 반긴다.
힘들겠지만 밖에 나가서 아이들을 좀 찾아보라고 말했다.
남편은 아무 생각없이 나가서는 집에서 좀 떨어진 공원까지 갔다 왔는데도 없다고 얼굴이 사색이 되어 들어왔다. 다시 학교 앞으로 가보라고 말하고 나는 집 앞의 냉면 집에 들어가서 혹시 놀던 우리 아이를 보았느냐고 물었다. 다행히 그 분은 우리 집 아래층에 사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와 같이 손을 잡고 학교 쪽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고 말해주었다.
조금 있다가 남편은 다시 혼자 왔다.
"왜, 영준이는 데리고 오지 않아요?"
"없던데?"
"냉면 집 아저씨가 학교 쪽으로 갔다고 알려주시던데?"
"학교 앞을 한 바퀴 돌았는데 보이지 않았어."
나는 남편이 대충 훑어봤을 거라고 생각하며 눈을 흘기면서 다시 자세히 좀 살펴보라고 보냈다.
그사이 냉면 집 아저씨, 아래 집 창기엄마, 앞 집 종수엄마까지 사람들이 두런두런 모여들었다.
나는 머리도 아팠지만 허리가 틀어져서 걷기가 힘들었고 아이가 없어졌다는 불안에 심장까지 쿵쿵거리기 시작했다. 식은 땀이 흘러 내렸다.
큰 아이가 혼자 걸어 오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
"동생은 어디에 놓고 왔니?"
"나랑 같이 안갔는데요?"
"엄마가 동생을 잘 보살피라고 부탁을 했는데, 어디에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있으면 어떻게?"
"영준이가 없어졌어요?"
"좀 찾아봐."
영민이는 영준이를 끔찍히 좋아한다. 영준이도 엄마보다 형이 더 좋다고 말할 정도로 형제간의 우애가 좋은 편이다.
그래서 마음이 더 놓였었는데.....
아빠가 학교 앞으로 영준이 찾으러 갔다고 하니까 영민이도 최고속도로 뛰어서 학교로 갔다.

얼마 뒤에 양손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타난 남편은 오락기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작은 아이를 찾았다는 것이다. 영준이는 거의 얼굴이 탄광에서 금을 캐다가 나온 것 같이 더러웠고, 무엇을 먹었는지 입술 주위에는 시커먼 뭔가가 묻어있었다. 나를 보고 뛰어오는 아이를 피하고 싶을 만큼 지저분했다. 창민이 형이 맛있는 것을 사주었다고 하면서 히죽 웃는 모양이 야단을 칠 수가 없었다.
남편은 오락기 한 대에 너무 많은 아이들이 붙어 있어서 처음에는 설마 다섯 살난 영준이가 거기에 같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인 형도 아직까지 오락기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영준이가 혼자 학교까지 간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물론 아래 층의 형이랑 같이 가기는 했지만......
우리는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있으면 안된다고 다짐을 받기는 했다. 하지만 영준이는 너무나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자기가 학교에 영민이 형 없이 갔다 왔다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자랑을 하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