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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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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안과장 콩트(5) $ $ $ - - 카뮈의 뒷다리를 긁다 - -


BY 안진호 2001-06-03

1,
정치에만 여당, 야당, 주류, 비주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직장에도 주류, 비주류가있다.
주류가 고스톱을 좋아하면 밤새 같이 놀아주거나,
술을 좋아하면 밤새 2차 3차 어울리며 같이 마셔줘야
승진도 잘되고 신상에 이로운 것이다.

안대리 직장의 경우엔,
사장처남인 '게걸돼지' 이과장이 주류인데,
이넘이 항상 술독에 빠져사는 놈이다.
그 술값, 월급가지고는 감당이 안되니 납품처 등쳐 먹어야하고
그런 소문이 자자할 정도인데도 얼굴색 하나 안변하는 낯도 두꺼운 위인이다.
그러니 회사가 잘 될리없고 결국 십수년뒤에 회사가 망하고 말았다.

하여튼 그 이과장 늘 하는말,
'남자가 말이야, 술도 좀먹고 그래야지, 쫀쫀하게 몸 사리기는...
놀때 화끈하게 노는 놈이 일도 잘하는 법이야'
이 술먹고 비위맞추는 기준에의해 고과가 좌우되고 승진이 오락가락
하는 것이었다.
안대리가 사회생활의 비리와 비애를 한조각 맛보는 시기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술자체가 혐오스럽게 여기기까지했다.

당연히 안대리는 비주류,야당에 속했고,
그런 직장분위기에 염증을 느끼던 차에
어느 금속공업회사에 과장으로 옮기게 되었다.

2,
새직장에 입사한 안과장을 축하해주는 회식이 있었다.
예의 정형화된 회식을 끝내고 귀가하는데,
같은방향의 무역부 미스정과 동행을 하게 되었다.
'미스정, 어디까지 가세요?'

'미스 정이라뇨? 제가 어디 유흥업소 나가나요?'

'......?'

'직급이 없으면, 이름을 불러주셔야지요, 이름 뒀다 뭐하나요?'

'미국선 대통령도 미스터라고 하는데..'

'여기선 어디 그렇게 쓰이나요?
유흥업소 나가는 여자들의 호칭으로 많이 쓰이잖아요,
잘못된 관행은 우리 젊은이들이 고쳐나가야지요.
여자친구있으세요?'

(갑자기 왜 여자친구? 굳이 감출 이유도 없고,)
'네, 하나...'

'하나? 후후, 이름은요?'

'박 세실리아'

'그럼 안과장님은 그분을 '미스 박'이라고 부르나요?'

(아니긴 아니다, 되게 걸린 것같다)
'아! 그렇군요, 제가 실수를...그럼, 정...옥씨?'

'네 좋잖아요.'

둘은 커피숍에 들어갔다.

3,
둘은 직장이야기, 주변이야기등을 나누었다.

'정옥씨는 뭘 전공하셨죠?'

'불문과 나왔어요'

'아! 절에 다니세요?'

'네?...'

'불교문학을 전공하셨다니,'

'하하, 불어불문학과예요.'

(으이그,)

'안과장님 '까뮈'의 '이방인' 보셨어요?'

(뭐시기? 까망게 이방에 있어?)

'프랑스 작가인데,'

'아, 네..'(오늘 바보 도트는 소리많이 한다. )

'뫼르소가 태양때문에 살인을...'

(뭐시기, '뭔소'? '모르쇠'를 불어로 그렇게 부르나?
태양때문에 살인을? 그럼 이세상사람 하나도 안남아 나겠네..)

'실존주의가 어떻고 권태가 어떻고...
까뮈의 '페스트'는 보셨나요?'

(이방에 있는 놈도 못봤는데, 페스트걸린놈은 어떻게 보노?)

'부조리가 여차지차,지차여차,......'

새직장 초면에 이런 망신을 당하다니,
입벙긋은 고사하고,하는 말 알아듣지도 못하고 말았으니...
안과장은 자존심이 상했다.

4,
그녀와 헤어지고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카뮌지 까맹인지를 샀다.
안과장은 집에 오자마자 책을 붙들고 앉았다.

그런데 왠일인지 읽어도 읽어도 진도가 안나가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게 어디 무슨 동화책이나 애정소설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서문만 읽는데 두시간이요,
읽다보면 무슨말인지 제자리걸음이요,
또 읽다보면 글자만 멍하니 읽다가 뒷걸음질이요,
주인공의 행태가 이해가 안가서 재걸음질이고,
이러다보니 밤새읽어도 몇페이지 읽기가 어려운 지경이었다.
읽다가 책두께 재어보고 읽다가 두께재고 이러길 몇날인가!

고군분투,억지춘향,와신상담,절치부심,고진감래,대기만성,끝에가선
의기양양,혈기왕성,분기탱천,복수혈전,하면서 열흘남짓 걸려가며
겨우 '이방인''페스트'를 뗐다. 휴~~

(제 컴으론 한자가 안돼서 한글로 사자성어를 썼으니
이해가 안되시는 분들은 질문 주시면 성의껏 답해드립니다.)

5,
자신감에 찬 안과장,
'정옥씨, 차한잔 하실까요.'

안과장도 이젠 '카뮈,뫼르소,태양이 어떻고 저떻고 할 수있다는
뿌듯함을 진정시키며 의기양양하게 자리에 앉았다.
카뮈야 어서와라 내가왔다.
이방인 페스트 다 덤벼라 죽인다.

드디어 해박한(?) 지식의 물꼬를 터,
그대의 가슴을 흠뻑 적셔주리라. 흐흐

'험, 에...'

'안과장님, '카프카'의 '성'보셨어요?'

(오~~오~잉?
뭐, '카' 뭐라노? 또 '카'네!
이'카'는 '카뮈 카'가 아닌가?
이 카씨들이 왜이러나,
사람 쥑인다 정말로..)

안과장 완전히 카뮈의 뒷다리를 헛긁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