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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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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소풍 후기.


BY 안진호 2001-05-28

이 이야기는 '에세이..'방이나, '아무얘기...'방에 올려야 맞다고 생각합니다. 콩트가 아니니까요.

그러나, 이 콩트방에도 아컴 봄소풍의 향기가 조금이라도 풍겨야겠다는 충정에서 올리오니,
일종의 '콩트방소식'쯤으로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조금 콩트적인 내용도 있구요.
(제가 너무 콩트방에 집착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

1,
26일 대구에 볼일이 있어,
27일의 아컴 봄소풍은 진작에 포기하고 있었다.
일정이 맞지도 않았지만,

특히 아줌마컴이라는 아줌마세상에 남자인 내가
글 같지도않은 글을 글이랍시고 들고,
껍쭉대는 것도 늘 미안하게 생각하던차에,

주인공들이 직접 모이는 현장에 젊지도 않은 흉물이
나타나 주접을 떤다는 것이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라는 생각이 나의 발목을 더 붙들어 매놓았던 것이다.


2,
아내와 함께 대구의 일을 끝내고,

우리는,이왕 길을 나선김에,
바닷풍경을 감상하며 북상하다 적당한 곳에서 일박하고 가는,
동해안일주를 하기로했다.

그러다보니 이곳에서 알게된 라일락님의 집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라일락님은 하루전날(26일)에 미리 대전으로 올라간다는 이야기있었던 차라
안계실 것을 생각하니 섭섭하기도했지만,
한편 부담을 덜어드리게 됐다는 안도감도 들었다.


3,
일을 하는 아내는 사실 이곳에 가끔 들어올뿐 글을 쓰지 않는다.
그래그런지 아내는 나보다 이곳에대한 이해의 폭이 좁다.
그래서 가는 차안에서,
가끔 일어나는 아컴의 논쟁,또는 싸움,이곳 분들의 이야기등등을 브리핑하며 도착했다.

4,
당연히 없으리라 생각했던 라일락님은 계셨고,
서로서로들은 놀랐고,
반가운 해후와 아내와의 새로운 만남들이 어우러졌다.

어쩌구 저쩌구 여차지차해서, 아컴봄소풍에 참석하기로했다.
대구에서 일행을 합류해 가기위해 새벽 4시에 출발하기로했고
내일을 위해 일찍 쉬기로했다.

5,
밤 11시, 잠자리에 누웠다.
해변가이며 회등 음식냄새때문인지 파리가 몇마리 알짱거리는 게아닌가.
과히 날쌔지않은 게 잡으면 잡힐 것같았다.

경험법칙상,그냥 자면 밤새 이놈들은 얼굴에 붙었다
다리에도 갔다가 입술에 앉아선 응가를 하는지 키스를하는지
애매한 행동을 취하는등 수면을 방해하는 것이다.
아주 둔하면 그냥 코골고 자면 되는데,
경매가 없어도 내일 새벽에 일어나야하니
자기전에 저놈들을 잡아야만 숙면을 보장받는 것이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파리채가 없으면 신문지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파리채로 전용해 쓸만한 것이없었다.
아쉬운대로 방석을 둘로 접어 천정에 붙어있는 파리를향해
한마리당 5~6회씩 반복하여 반바지차림으로 폴짝폴짝뛰며,
예의 그'생x랄 쑈'가 근 20년만에 되풀이 되었던 것이다.

'10 분 투자하면, 하룻 밤이 편안하다.'라는 구호를 되뇌이며...

6,
새벽의 어두움과 찬공기를 가르며,
라일락님차를 앞세우고 우리일행은 대구를 향했다.

동대구 톨게이트에서 잠만보님과 호호님을 태우고 다시 대전행.
추풍령휴게소에서 라일락님이 준비해온 아침을 나무밑에 펼치고
식사를했다.
먹는다는 한가지만으로도 즐거울텐데,
이렇게 침묵이 흐르고 상상만 가득한 흑백의 글자로만 만나다가,
실제의 칼라와 소리와 감정이 어우러져 만나 식사를 하는데 어찌
웃음꽃이 피지않으랴.

7,
대전장소에 도착하니 맑은 날씨와 공기 상쾌한 분위기였다.
속속 도착하는분들, 존칭생략하고
복숭,나리,두찬,젠젠,희야,코스모스,마포할매,정화,못나니,자목련,
베오울프,놀웨이,무지개,인간문화재,영자,소음사모,홍사모,
홍차,등 여기저기 포옹과 환성이 난무했다.
나하고는 포옹하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었다.
무서운 걸까, 떨리는 걸까, 용기가 없는 걸까,
옆에 아내가 있어서 그랬을까?

8,
식사후 식사가 시작됐다.(개회식 사)
라일락님이 싸오신 찹쌀밥, 쌈,반찬류, 회무침,미역국, 과일등
풍성했다.
복숭님은 쉬지않고 말을 하는 것같았는데
어느새 먹을 것은 다먹었다

각 조별로 게임이 시작됐고,일부는 천막그늘의 잔디밭에 앉아있었다.

9,
그때,
한여인이 눈에 들어왔는데,
청순하기는 맑은 계곡의 샘물같고,
모습또한 아름답기그지없는 백합 장미 수선화같은 그런 여인이었다.

나는 미소를 보냈다.
그녀는 부끄러운듯 살짝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것이아닌가.
나는 머뭇거리지않고 그녀에게 팔을 들어 포옹의 뜻을 전했다.
그녀는 몇번 망서리며 웃기만하다가 결국 참지를 못하고
내품에 살포시 안기는 것이 아닌가.
그리곤 계속 행복한 웃음을 그윽하게 내게보내는 것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김은지'
그녀의 어머니는 20대의'희야'였다

아컴의 봄소풍에서 느낀 오래간직할만한 아름다운 광경중의 하나였다.(자칭!)

10,
해가 기운다는 것이 쓸쓸함을 준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데도,
많은 이들과 헤어진다는 사실이, 그 숫자만큼이나 감정의 농도를
짙게하는 모양이다.
짧은 시간에 흩어져 사라지는 님들,
허전한 마음을 안고
옥산에 내릴 희야님과 은지, 수지에 가실 정화님과함께
봄소풍의 자리를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