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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18

파이란....


BY 봄비내린아침 2001-05-09

파이란의 그 남자 최민식

그에게선 쉰김치 냄새가 나는듯 했다.
몇일 감지않아 기름기 줄줄 흐르는 머리며, 헐렁하고 구김이 잔뜩 들어간 바지,
반들거리는 구식셔츠..

어느 시대, 우리의 이웃이었을법한 좀은 편안한 웃음을 가진 남자..
이 강 재.

어촌출신인 그가 고기잡이 배 한척을 마련해 귀향하겠노라던 꿈을 이루기에, 세상은 너무 이기적이었나?

3류건달로서 도시의 뒷골목을 배회하지만, 약거나 처세술에 강하지 못한 그는 동료가 보스로 자리매김할 동안 줄곧 이용만 당한다.

슈퍼아줌마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러 간 자리에서 여린마음을 가진 그는 멱살을 잡히고, 뒤로 밀쳐져 깨지기까지하는데..
그런 그는 전혀 건달도 양아치도 될 수 없는 정많은 우리의 이웃인듯했다.

사랑,,
그에게 사랑이 왔다.
정말 사랑이라 말해도 될까 말까,,
헷갈릴만큼 중국여인 파이란과 그 이 강재는 한번도 만나지 못한다.

파이란,,
그녀의 눈빛은 잔뜩 겁에 질린 사슴같았다.
이강재와 파이란을 엮어준것은 달랑 몇장의 서류뿐..

위장결혼으로 묶어진 인연과, 증빙서류에 첨부되어온 촌스런 웃음의 사진 한장..

그 사진을 보고 순수한 중국여인 파이란은
그가 자신과 결혼해준것에 감사하고,
얼마나 친절한 남자인지에 감탄 감탄하고,
그로해서, 그와 결혼함으로 해서, 흐름한 바닷가 세탁소에서 고된 허드렛일이나마 할 수 있음에 목메어 한다.

그들의 사랑은
그녀의 죽음앞에서 연결된다.
파이란은 먼 먼 타국땅에서 홀홀단신 죽음을 맞고
명목상 남편인 강재는 호적상의 아내인 파이란의 주검을 인수하기위해 그녀가 있는 바닷가 마을로 향해간다..

싸늘히 식어버린 파이란의 시신과
그를 향해 남겨진 그녀의 연서를 보면서
조금씩 조금씩 강재를 적셔오는 사랑이란 감정...

너무 늦어버린 사랑,
시기를 놓친 사랑,
엇갈린 사랑,
한 템포뒤에 찾아든 사랑
그리고, 불꽃같이 한순간에 타오르는 사랑이 아닌,,
저도 모르는새 서서히 먹물처럼 번져가는 그런 사랑이 이 영화속에 들어앉아있었다.

인생의 패배자인 강재에게 저리게 처음으로 찾아든 사랑은 채 시작도 하기전 끝나버린다.

영화속에서 그들은 늘 엇갈린다.

영화의 주제가 분명 사랑인데,
영화속에서 그들은 한번도 다정히 마주앉지 못한다.

파이란이 강재의 사진을 책상머리에 두고
늘 웃고있는 그를 서서히 사랑하게 되면서
강재가 있는 비디오가게로 그를 찾아가지만
가슴 졸이며 윈도우 너머로 그를 건너다보는 사이, 몇명의 경찰에 끌려가는 강재의 뒷모습만 보게된다.
엇 갈 림..

강재가 세파에 흔들리고, 투덜대며 귀찮은듯 찾아간 파이란의 주검앞에서 거부할 수 없는 위력으로 한웅큼의 사랑을 받아들였을 ??,
그녀 파이란은 이미 존재하지않아서 그들은 또 엇갈린다..

사랑은,

현실앞에 우뚝서버린 사랑은,

이미 내 손안에 들어와 나의 일상이 되고 생활이 되어버린 사랑은,

절실함 애틋함을 잃어버릴지 모른다..

파이란이란 영화속
강재와 파이란의 사랑은
만날 수 없어서 애틋했고
연결될 수 없어서 간절했으며
그 남자,
강한듯 거친듯한 이강재의 내면을 흠뻑적셔준 파이란의 대조적인 순수때문에 더욱 오래 빛난 건 아니었나 생각한다..

엔딩..
그 여자 파이란은 죽었다.
자신이 처음 가져본 사랑이란 감정을 그, 이강재의 가슴에 불씨처럼 던져버리고..

그 남자 이 강재는 살았다.
그녀가 던진 사랑의 불씨를 끌어안고
온통 두서없는 혼란뿐이던 자신의 인생 행로를 조용히 바꾸기 시작하면서...

사랑은 대단하다...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