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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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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831

꼬마주부의 알.콩.달.콩//14.아쿠아리움 감상문


BY 꼬마주부 2000-07-30

읽기전에: 내용이 넘 길어요. A4 4장분량..읽기 지겨우시더라도 복사,붙이기 하셔서 한글96으로 보시거나, 출력을 해서 보시면...-.-;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당...

1.ACUARIUM

아쿠아리움-그 경이로운 물고기들의 움직임

땅에서는 흙을 밟고 공기를 마시고 손짓을 할 줄 아는 사람하고 앙증맞기도 하고 사납기도 한 암수의
동물들이 서로 어울리며 살아갑니다. 땅 위엔 이루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아름다운 꽃들이 그 종류를
달리하며 살아가구요 나뭇잎인 듯 꽃잎인 듯 조롱조롱 날아 다니는 작고 귀여운 새들도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땅의 경치를 보며 흔히들 경이로운 목소리로 말하죠. "야하~이건 절경이야, 절경. 저 울창한
나무, 저 부드러운 흙, 저것봐! 저건 지구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구!"
하지만 저는 오늘, 이 지구에는 분명 땅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왔습니다.
그래요, 바다. 바다가 있었어요.
바다 모르는 사람이 어딨냐구요? 당연히 아시겠죠. 지금은 여름인데다가 아이들도 물만 보면 좋아서
펄쩍펄쩍 뛰는데 바다를 모르냐니, 그건 바다가 있다고 알려주는 제가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죠.
그런데요, 제가 오늘 보고 온 바다는 우리가 헤엄치고 일광욕하는 바다가 아니라, 우리처럼 물을 밟고
공기를 마시고 손짓을 할 줄 아는 물고기들이 있는 또 하나의 땅이였어요!

며칠 안되는 휴가지만 동해바다라도 보고 오자는 신랑의 말에 저는 사실, 별로 내키지가 않았었어요.
돈도 없거니와 땡볕에 사서 고생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신랑은 그런 제 맘을 눈치챘는지 "하긴, 갔다
오는게 더 고생이겠다. 그냥 놀이공원이나 다녀 오자." 그러더군요.
그때 번뜩 스쳤어요. 아침방송에서 아나운서가 경이에 찬 목소리로 말하던 "아쿠아리움!"
신랑은 당연히 좋아 어쩔 줄을 몰라했고 저는 약도와 교통편, 입장료 등의 자료를 조사했어요.

삼성동 코엑스
지하철 : 삼성역(역과 연결)
좌석 :30.37,64,64-1,933(봉은사 방면)~772(현대백화점 방면)~773,1111
일반 : 21,212,300,571-1(봉은사방면)~33-2,235,555-2(현대백화점방면)
33,56-2,63-1,63-2,65,69,141-1
공항버스:600

입장료가 쫌 비싸죠? 영화 두 편 값보다 더 비싸다니..엄청 비싼거예요. 그러나! 인터넷
구석구석, 신용카드.백화점카드 DM발송된 것 잘 뒤져보면 의외의 할인쿠폰을 발견하실 수 있을거예요.
저희는 신랑 회사 동료가 LG카드에서 제공된 할인권을 줬거든요. 대인이 10,000원으로 할인되는거 있죠! 둘이 합하면 9,000원 할인! 웬떡이냐,했는데 카드로 결제를 해야만 할인이 되요. 그래도 우겨볼 심보로 가져가 봤거든요. 당연히 안된다고 하죠. 그런데, 우리 뒤에 서있던 아줌마가 자기 LG카드 있다면서 달라고 하는 거예요. 배가 아팠지만 마음 착한 신랑이 양보하더군요. 그런데, 아줌마가 "대신 이거 가지세요."그러면서 내민 것은 백화점 할인 쿠폰이었어요. 2,000원씩 할인되서 둘이 합쳐 25,000원에 입장료를 낙찰봤어요. 역시 사람은 심보가 곱고 봐야겠어요^^*

그리고 저희는 차를 가져 갔는데 주차료가 또 엄청난거예요. 최초30분에 3,000원, 다음부턴 10분당
1,000원. 1시간이면 6,000원 2시간이면 12,000원. 주말에만 60%정도 할인이 된대요. 그래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클 판이라서 저희는 꾀를 좀 냈죠. 건너편이 주택가 겸 음식점 밀집 지역이었는데
골목을 돌아돌아 어느 집 담벼락 나무그늘 밑에 조용히 주차를 시키고 손잡고 걸어갔어요. 여러분도 골목을
뒤져보시길.

-코엑스 아쿠아리움과 떠나는 신나는 물의 여행-
방학이라 역시 아이들 천국이었어요. 갓난아기부터 초등학생이 주류였고 사람 수는 북적대기 바로
직전 정도였어요. 그런데 주말에 가면 물고기 구경을 간건지 사람 물결 타러 간건지를 모를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입구에 들어서면 간단한 VTR시청을 해요. 아쿠아리움에 오신걸 환영한다는 뭐 그런 내용이죠.
아쿠아리움은 전부 6개의 테마로 이루어져 있어요. 지구의 3/4를 덮고 있다는 '물'을 큰 주제로 삼아
물의 원천부터 저 암흑같이 깊은 바닷속까지 신나는 물의 여행을 떠나게 된답니다.
그 처음이 '잉카(The Inca Empire)'인데 물의 원천을 그곳으로 잡고 그 시대의 흔적들을
만나본답니다.
두 번째 길은 '아마조니안 월드(Amazonian World)'인데 와하~아마존의 정글 물소리가 더위를
몰아내줘요. 얼키고 설켜 하늘조차 보이지 않는 나무덩쿨과 시원스레 쏟아지는 폭포수에 우리는 그만
타잔이 된 것만 같았어요. 길을 따라 솟아난 기둥 속에는 떼지은 물고기들이 무성한 작은 나뭇잎 처럼
떠 있었어요. 요 작은 물고기들은 주걱턱 마냥 아랫입술을 쭉 내밀고 있기도 하고 커다란 물고기들은
까만 줄무늬를 하고 있기도 하고 골이 난 듯 입을 눈 위까지 치켜 올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아마존은
역시 험한 정글이라서 그런지 물고기들이 제 멋대로 못생겼더라구요. 신기해서 탄성을 내뱉긴 했지만
못생긴건 못생긴거죠.
세 번째 길은 '세븐씨즈(Seven Seas)'예요. 일곱 개의 바다. 알죠? 이름만 들어도 이국적 정취가
샘솟는 카리브해, 이탈리아의 지중해, 빨간 바다 홍해, 태평양, 하와이, 남극.북극.........
카리브 해변에는 아트란틱 포크피쉬(Atlantic Porkfish), 카우노 우즈 레이(Cownose Ray), 퀸
트리거(Queen Trigger), 버넷헤드 샤크(Bonnethead Shark) 등등등 이라는 물고기들이 살고
있었어요.
거참, 이름 한 번 복잡하죠? 솔직히 뭐 이름과 물고기를 한 번에 외울 수 있는 사람이 몇 이나
되겠어요? 들어도 들어도 그게 그거 같지 않아요? 그런데요, 영어를 가만히 살펴 보세요. 음,
'아트란틱 포크 피쉬(Atlantic Porkfish)'는요 머리 위가 불쑥 솟아 있는데 물 밖으로 꺼내면 돼지처럼
꿀꿀 소리를 낸다고 해서 포크(돼지)피쉬라는 이름이 지어졌대요. 재미있죠? 이렇게 단어 단어
연결하다 보면 보지 않아도 대충 머리 속에 그려 낼 수 있겠죠?
지중해에는 '씨 스콜피온(Sea Scorpion)'이라는 물고기가 있는데 깡패 물고기 들한테 맞았는지 온
몸이 울퉁불퉁해요. 가만히 보니 가시가 돋았는데 거기엔 독이 있대요. 25센티미터 정도 되고
적갈색으로 얼룩덜룩해서 지저분한 바위에 붙으면 발견할 수 없겠어요. 깡패 물고기들한테 그만
맞으려고 보호색으로 자신을 지키나봐요.
홍해, 태평양, 하와이...와, 신랑이 그래요. "와하, 이건 믿을 수 없어. 그림을 그렸나봐. 선명하고
빛이 나는 물감으로 물 속에다 물고기 그림을 그렸나봐!"
샛노랗고 새파랗고 샛까맣고 새하얀 줄무늬가 있는...자기들은 가만히 움직이는 건데도 사람들은 별이
빛난다고 하기도 하고 물고기에서 물감이 빠져 바다가 샛노랗게 될거라고 하기도 하고 쫑쫑 거리며
지느러미 움직일 때마다 저건 새일거라고, 새가 아니고선 물 속을 날아다닐 순 없을 거라고 하기도
하고 등살에 안테나를 달았다고, 파란 눈 화장을 한 것을 보니 아가씨 물고기임에 틀림없다고, 눈이
반 쯤 감긴 걸 보니 자고 막 일어났나보다고 하고, 입을 뾰로통 내밀고 있는 것을 보니 분명
심술꾸러기 일것이라고 하고, 눈에 까맣게 선그라스를 쓴 것은 피서를 가나 보다고.....
와하~저와 신랑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의 화려한 색깔을 파닥이는 크고 작은 물고기들을 보며 차마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그 아름다운 물고기들은 저희로 하여금 꺼지지 않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어요.
'그래, 땅 위의 꽃들보다 더 예쁜 물고기가 있다는 것은 분명 상상이야. 그래, 우리는 지금 상상 속
세계를 여행하고 있는거고 조금만 있으면 빨간 머리의 상냥한 인어공주가 가재 세바스찬을 데리고
"왜 이제 오셨어요?"하며 반갑게 맞아줄거야. 용궁에 가면 나도 나소 탱(Naso Tang)씨가 입은
귀티나는 옷이랑 오렌지 립스틱을 바르고 싶다고 소원해야지.'
그것들이 정말 물고기일까요?
'세븐 씨즈' 길을 막 빠져 나왔더니 커다란 물속이 보여요. 그러더니 갑자기 저쪽에서 맹렬한
기세로 뭔가가 헤엄쳐 오더니 쉭~지나가요.
"상어다, 상어다!"
기다랗고 매끈한 몸의 상어였어요. 그 뒤로 엉금엉금 헤엄쳐 오는 두꺼운 거북.

잠깐 스넥바에서 고 깜찍한 물고기들과 무서운 상어로 어지러진 머리를 식혔어요. 콜라랑 소세지를
먹으면서 한 쪽에 마련된 네 번째 길, '마린터치(Marine Touch)'에서 불가사리, 해삼, 멍게,
조개 등 척추가 없는 동물을 만지작 만지작 거리며 놀았어요. 함께 있던 아이들은 거의 빠질 기세로
매달려 만지고 말 것 이라는 신념을 보이고 있었죠.

그 다음 다섯 번째 길은, 바로,..바로, 그 유명한 '오션킹덤(Ocean Kingdom)이예요. 말 그대로
해저왕국이죠.
아마 다른 것은 그게 뭐냐, 해도 여기 만큼은 다들 한 번쯤은 tv에서 "우와~"하며 보셨을거예요.
바로, 머리 위 180도 방향으로 거침없이 헤엄쳐 다니는 상어들의 무시무시한 모습!
둥근 아치형의 바다가 머리 위로 펼쳐지고 있었어요. 오른 쪽으로는 자동 보드가 움직여서 가만히 서
있어도 거대한 물고기 들을 만나 볼 수가 있어요. 수십마리의 식인 상어, 양 지느러미를 휘날리는
아싸 가오리, 여전히 느린 거북이...그 길 72m를 움직이면서 사람들은 그 바다속 환희에 어쩔 줄을
몰랐어요. 연신 카메라가 번쩍거리고 경악의 감탄사가 끊이질 않았으며 주둥이가 뾰족한 상어를 따라
고개가 일제히 움직이기도 했죠. 신랑도 신이 나는지 저 끝에서 상어의 모습이 보이기라도 하면
재빨리 나를 세워 놓고 "온다, 온다, 온다"를 외치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바빴어요. 우리는 우리
옆에서 머리 위로 지나가는 식인상어의 입 속을 들여다 보며 그 험악한 상어의 이빨을 찍으려고
고개를 내리지 못했어요. 햐, 정말 상어가 내 머리 위로 지나가는 날이 올 것이라고 그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자동 보드가 끝에 다다랐는데도 사람들은 못내 아쉬운지 다시 되돌아 가서 타기도
하고 한 참을 그 자리에 서서 눈을 떼지 못하곤 했어요. 신랑과 저는 신이 나서 떠들기에 바빴구요.

마지막 여섯 번째 길에 다 왔어요.
여섯 번째 길에 오니 조용하고 차분해요. 뭔가 봤더니, "딥 블루씨(Deep blue Sea)'예요.
파란 빛이 짙은 네모난 프레임이 여러개 있어요. 프레임 속은 온통 짙은 파란 물이 환하게 빛을 내고
있어요. 아무것도 없어요. 구름한점 없이 높고 푸른 하늘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아요.
가까이 갔어요. 나풀 나풀 나풀. 색은 없는데 형체가 있는 무엇이 나풀거리며 이리로 오고 있어요.
기다란 실 뭉텡이. 오그렸다 풀어지면서 한 올 한 올 나풀거리는 그 발짓. '문 젤리(Moon
Jelly)'라는 해파리예요. 정말 젤리처럼 말랑말랑 하고 투명한 하얀 색이예요.
그 옆엔 빨간 형광 물체가 짙은 파랑색 프레임 안에서 천천히 선을 그려요. 천천히 천천히
움직이면서 벽에 착 달라붙었어요. 빨간 형광 물감을 헝겊에 묻혀 유리를 살살 닦는 것 같아요.
이 것은 '라이온 마네(Lion's Mane)'라는 해파리.

역시 물 속에 있는 것들은 전부 자유로워 보여요. 물 속엔 사람이 살지 않아서 일까요? 사람의 손이
깊숙히 닿질 않으니 자유로울 수 밖에 없는거겠죠?
저는 다시 믿기로 했어요. 이렇게 신비로운 바다속에 인어공주가 살지 않는 다는건 말도 안된다구요.
분명 바다 어디쯤에서 가재 세바스찬과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을거라는 것을요.

다 끝이 났어요.
한참동안 그 수많은 물고기들이 눈 앞에 아른거려서 출구에 연결된 기념품 코너에서 이것저것
만져보았어요. 물론 사지도 않을거면서요. 출구를 빠져 나오니 이 번엔 선물을 나눠주고 있어요. 파랗고
둥근 CD Case. 오예! 선물까지 주다니 이렇게 고마울때가.

헤엄치러 바다로 피서 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되었어요.
다리품을 좀 팔았지만 어때요? 이만하면 공부도 하고 좋은 체험도 한 유익한 피서가 아닌가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생각보다 그 180도 아치형 수족관이 좁고 작았다는 것과 예상 소요 시간으로
2시간을 잡았었는데 30분~1시간이면 끝이 난 다는 것, 코엑스 입구에서 아쿠아리움 전시관까지
한참을 걷고 헤매야 찾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역시 입장료가 비싸다는 것!
제 글을 읽고 "입장료가 문제랴!"하시는 분들은 평일에 일찍 다녀 오시구요, "가고 싶지만 돈이
없다네."하시는 분들은 뭐 어때요. 제가 이렇게 실감나게 썼는데 좋은 이야기 한 편 들었다
생각하시고 이걸로 때우세요.

신랑은 집에 들어오자 마자 뻗어버렸어요. 꿈 속에서 뭘 봤는지 자꾸만 중얼중얼 거려요.
혹시 물고기들을 다시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읽어주셔서 눈물나게 감사합니다.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