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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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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만남은 꽁트였다, 어느 뚱녀의 실화...


BY yjinm 2001-01-07

우리 남편 만나서 결혼까지 얘기 해 줄게.
우리 엄마와 시고모가 서로 알아서 중매로 만났단다.
1990년 7월 1일. 그당시 나는 뚱녀의 최전성기를 맞고 있었다.
그날 남편은 1시간 40분이나 늦게 나왔지.
그렇지만 나는 끝까지 기다렸지, 왜냐구? 그건 엄마의 친구분인 시고모님의 간청 때문이었지.
그렇게 나와서 얘기 나누고 헤어졌어.
일주일 있다가 연락이 와서 만났는데 그 때 내가 누구에게 빌려 주었던 책을
그날 받아서 나갔거든.
그 책은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가 그 날 나에게 사준 시집이었단다.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라는.
그래서 우리 신랑 만난 날 그 책이 좋다면서 빌려 주었어, 소개팅한 남자가 사준
책이라면서 말야.
나의 솔직과 푼수끼는 알아 주거든.
그리고 탁구를 치고 헤어졌지.

그리고는 2주정도 연락이 없더라.
그래서 책은 받고 헤어져야지 하고 연락을 해서 만났지.
그랬더니 친구처럼 지내자고 하더라.
자기는 결혼 생각이 없다고, 모아 놓은 것도 없고 하면서 말야.
그런데 사실은 자기의 형수가 엄마한테 너무 심하게 하는 것을 보고 자신은 엄마와
함께 결혼 안 하고 살려고 했나봐.
그런데 고모가 하도 나오라고 하는까 맞선 자리에 나왔더라구.
그래서 사람 좋아하는 내가 그러자고 했지.
선볼일 있으면 각자 보면서 만나기로 말야.
그리고 그 날 탁구를 치고 호프집에 갔지.

그 다음 만났을 때, 과천에 있는 서울대공원에 갔지.
그날은 참 민망함을 많이 당한 날이다.
첫번째, 다람쥐통을 탔지.
대학시절 친구들과 심심하면 많이 탔던 거였지.
그날도 당당하게 올라 앉았어.
근데 왠 날벼락!
으메 내 허벅지가 굵어서 안전 막대가 걸리지 않는 거야.
남편은 내 허벅지를 누르고 나는 안전막대를 최대한 눌러서 간신히 걸었지.
인간승리였단다.
에고 망신 망신이여.
두번째, 무엇인가 타려고 줄을 서있는데 남편이 그러더라구, 아무래도 바지 뒤가
터진 것 같다고...
얼른 똥꼬 부분은 보았더니 실이 풀려서 많이도 실이 주렁주렁 내려와 있더군.
그래서 얼른 화장실로 가서 실로 꿰맸지.
그런데 나는 민망스러워서 어쩔줄 모르는데 순진한 우리 남편 , 와! 실과 바늘도
가지고 다니냐고 감탄하더군.
사실은 어떻게 그날 내 핸드백 안에 고것이 들어 있더군.
말했잖아, 나는 여자들의 기본적인 소양과는 거리가 멀다고...
세번째 망신은 공원을 나와 호프집에 가서 일어났지, 아주머니에게 웬 망신.
맥주를 열심히 시켜 먹고 목소리가 큰 내가 또 시켰지.
/아주머니, 여기 맥주 더 주세요~~~~./
/아가씨, 이제 그만 마셔요. 저 총각 지금 세번이나 나가서 토하고 왔어./
??~~~
글쎄 나는 맥주를 500cc 11잔을, 남편은 9잔을 마셨더라구.
근데 그 맥주라는 것이 소변이 마렵고 배가 불러서 내가 5잔 이상 마셔본 적이
없었는데 그날은 난 화장실이라는 곳도 한 번도 안 가고 배도 부르지도 않고
취하지도 않더라.
인간이 아니지? 헤헤.
정말 내 인생에 술을 빼고서는 말이 안되는 구나. 히히.

놀이공원을 그렇게 나오고 호프집 아줌씨 한테 망신 당한 후 우리집까지, 아마
버스로 6정거장 정도, 걸어 왔지.
그런데 이 남자, 내성적인 것 같던데 몇 번 봤다고 나의 허리를 감는거야, 술김에.
으메 내가 얼마나 당황했겠니, 허리를 잡아서가 아니라 내 허리가 몸무게에 비례했으니...
헤어질 때 다음날 전화하겠다더 구나.
다음날 기다려도 전화가 없고 그 다음날도 없다가 오후에 연락이 왔지.
어제 맹장수술을 해서 병원에 있다고...
술마실 때 배가 살살 아프다고 하더니, 인간(나)을 잘못 만나 크게 당했지.
병원에 병문안을 갔어.
우리 엄마 성화 때문에, 사실은 아직 어색한 관계라서 가기도 그렇더라구.
우리 엄마 말씀이 /이웃집 개가 아파도 병문안 가는데 너는 병원이 집 옆인데도
안가냐./
쑥스러움을 무릎쓰고 갔지.
6인실에 누워 있는 남편을 보니 얼굴도 못 쳐다 보겠더군.
내 자신이 좀 우습기도 하고.
근데 더 웃긴 것은 내가 병실에 아무도 없고 노래책 한 권이 있길래 그 책을
차례차례 넘기면서 아는 노래는 다 불렀다는 거야.
내가 제일 못하는 것 중에 하나가 노래인데 말이야.
꽥꽥 목따는 소리로 다 불러 해치웠지.
왜 그런 일이 일어 났는지 나도 모르겠더군.
에고, 인연이라서 그랬는지.
밥 먹은 숟가락을 씻으러 간다고 간신히 일어나길래 내가 씻겠다고 받아서 화장실에
가서 씻는데 내가 여기서 지금 뭘하나 싶더라구, 조금 더럽기도 했고.
어쨌든 그 맹장수술은 결국 우리를 부부로 맺어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

우리는 만나면 맨날 술을 마셨지.
내가 워낙 술을 좋아해서리...
남편이 나한테 맞추느라 속 다버렸다는 것 아니겠어.
그리고 술에 못이겨서 길바닥에 넘어져 뒹굴다가 양복바지도 빵구가 나고.
결혼하고 시어머님이 결혼전에 술마시고 왔는데 보니까 양복바지가 빵구가 났더라고
말씀 하시는 거야.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했지, 그게 저 때문이여유~ 하다가는 눈 밖에
날까봐서리...
어쨌든 그렇게 7월 1일 선봐서 한달 동안 5번 만난 이후로는 매일 만나다시피
했어.
왜냐면 우리집과 남편회사가 가까와서.
그렇게 매일 만나니까 정도 들더라구.
한날 우리 엄마가 그렇게 사귈거면 끝내고 다시 선보라고 하시는 거야.
그래서 그 얘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선보지 말래, 우리집에 인사 오겠다더군.
우리집에 와서 아버지께 술을 따르는데 얼마나 떠는지 술병과 술잔이 만나 2중창을
하더군, 크크.
그리고 따를 때 한 쪽 무릎을 꿇고 따르는데 엄청 고통스러웠을 거야, 그 무릎
며칠전에 바지 빵구 내면서 다친 쪽이었거든...히히.
그리고 집에서 나오다가, 이 순간은 평생을 두고 내가 한탄하는 순간이야.
왜냐면 나는 나의 성질 급한 것 때문에 흔히 말하는 프로포즈라는 것을 못 받았거든.
나오면서 내가 그랬지, /우리 결혼할 거에요?/
그랬더니 우리 남편 고개를 끄덕끄덕 하더군.
참~ 남편한테는 쉬운 결혼약속이었고 나한테는 내 발등을 찍는 멍청한 결혼약속이
되어버렸지, 프로포즈라는 것도 없이...
지금도 생각하면 나의 오도방정이여...

기회가 닿으면 뚱녀의 결혼하기까지가 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