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는 아침마다 카풀을 한다. 집에서 500미터 지나면 주유소 옆에 아파트가 하나 있다. 창조아파트에 사는 미린이라는 아가씨를 태우고 출근을 하는 기분은 참 좋다. 창호의 직장이 등기소이고 그 옆에 구청이 있는데 미린은 그 구청에 근무한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침마다 만나면 무슨말로 시작할까? 날마다 궁리에 궁리를 해보고 이것저것 물어 보지만 늘 대답은 시원치 않고 대답대신 수줍은 미소뿐이다. 속디 답답하기도 하고 자신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해 보게 되는 창호는 어떻게 하면 미린에게 잘 보일까 생각하고 사는게 일과가 되었다. 친구들에게 물어도 보고 누나에게 조언도 받고 선물도 더러 사주려고 했지만 한번도 받아주지 않는 그녀가 야속하다 못해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그래 오늘은 침묵으로 가는거야. 창호는 마음을 굳게 먹고 집을 나선다. 그러나 그 맹세는 금방 헛소리가 된다.
"어제 뭐하셨어요? 단풍구경이라도 ?"
이소리 저소리 하다보면 실수도 하고 어이없는 말도 해대고
"내일봐요"
그녀를 내려주고 사무실로 가는길은 정말 답답하기가 그지없다
"빌어먹을 카풀을 하지 말던지 이거 원 속터져 살수가 있나"
서류를 획 집어 내버리는데
"이봐, 김주사 뭐야 왜그래 뭐 잘안되나?"
날이면 날마다 죽을 쑨다
이제 아침이 싫다 그렇다고 카풀을 하지 말자는 용기는 더욱 안나고 늘 눈치만 살피고 횡설수설 하기를 열한달이 지났다.
포기해야지 뭐 애인이 있나보지 뭐
오늘은 11월 6일 창호는 어제 술탓에 껄끄름한 옷차림으로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언제나 처럼 그녀는 청아한 모습으로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다. 담배를 내동이치고 차를 그녀 앞에 세운다.다소곳이 앉은 그녀의 하얀 다리가 매력적이다.
아이구 속터져 애라 모르겠다. 말도 말아야지..
타던말던 곁눈질 한번하고는 화난 얼굴로 차를 몬다. 차들이 밀린다. 성질대로 빵빵거리고 인상도 써 본다.
"저, 저자식 저거 왜저래. 운전을 하는거야 뭐야!"
이제 미린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는 포기했다고 생각했다.그ㄱ동안 위선(?)의 탈을 쓰고 잘 보이려 했던것이 너무 아까웠다.
구청 후문앞에다 차를 댄다
끽!
그녀가 놀란듯 눈이 휘둥그래 진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미린의 보조개가 참 이쁘다
"창호씨, 미안해요. 매일 차태워 주셔서 고마워요. 잊지않고 있어요. 저도 한번 태워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