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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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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케단 목발....


BY 이경 2000-11-06

11월 첫주가 시작되었다.
11월은 내게 무척이나 많은 기억을 준 달이다.
남편을 만난게 11월이고
결혼을 한게 11월이고
내게 첫 자격증을 주어진게 11월이다.
(물론 운전면허증)

벌써 내가 결혼한지도 12년이 흘렀다.
남편과 만나 3년만에 결혼식 날짜를 잡았다.
3년전 그날짜에....
청첩장을 돌리고 드디어 부부가 되는 설레임에
부풀어 있던 우린
사내 커플이었다.

결혼식을 앞두고 회사에 사표를 낸 나는 집에서
신부수업을 하고있었다.

회사에선 체육대회가 열렸다.
해마다 직원가족들의 단합을 위한 체육대회가 열린다.
저녁무렵이었을까?
하루라도 못보면 안달이 나던 나는 전화기 앞에서 떠날줄을
몰랐다.
따르릉.....
여보세요?

이런일이....
아주버님 될분께서 전화를 하신것이었다.
동생이 축구하다가 다리를 다쳐서 경희의료원에 입원을 했다고.
큰일났다.
결혼식이 열흘밖에 안남았는데....

그때부터 남편은 기부스를 하고 정형외과 입원실에 누워있었고
아무도 간호를 할사람이 없는관계로 내가 병수발을 들게 되었다.
결혼을 열흘 앞둔 신부가 신랑감 병수발을 한다는 소문이
경희의료원에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치료를 받으러 가도 의사들이
치료에는 관심이 없고 "약혼녀시죠? 결혼식 몇일 남았어요?"
가는곳 마다 듣는 인사가 약혼녀냐는 거였다.

일부러 우릴 보러오는 인턴들도 있었다.
담당 박사님은 결혼식날까지 절대로 기부스를 풀수없다고 했고.
이미 청첩장은 돌려버린터라 결혼식을 연기할수도 없었다.

드디어 다음날이 결혼식이었다.
사정사정해서 기부스를 풀고
그래도 결혼전날이라고 조카의 도움을 받아
목욕탕에도 갔다고 했다.

결혼식날
시골에서 올라오신 시어머님과 다른 형님들....
어이없어 하시는 표정에 몸둘바를 몰랐다.
"아니. 이런몸으로 결혼식을 하다니......"
결혼식날 시어머님에게 꾸지람을 들은 신부를 아마 나말고
또 있을까?

신랑입장이 있었다.
하객들은 물론 내입도 다물수가 없었다.
신랑이 목발을 집고 입장을 하는데
그 목발이 은색 반짝이로 칭칭감겨져 있고
손잡이 밑으로 화려한 부케가 치렁치렁 달려 내려와 있었다.

내겐 언니들이 셋이나 있다.
이 언니들이 목발이 볼상사납다고 멋을 내준것이었다.
기가 막히기도 했지만
여기저기서 수근대는 소리가 더 나를 웃게 만들었다.
(신랑이 다리병신이네....)
(아니 쟤가 왜 온전치도 못한사람하고....?)
(저건 뭐야? 저 부케는...?)
걱정스러워 보고있던 신부는 갑자기 깔깔거리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시댁식구들의 일그러진 표정
친정식구들의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들....

벌써 1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지금은 멀쩡한 다리로 회사를 다니고 있다.
하지만 결혼식 때문에 조금 일찍 기부스를 풀었던 관계로
날씨만 안좋으면 발목이 쑤신다고 한다.

엇그제도 회사 체육대회가 있었는데
바로 12년전 그곳에서 열렸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돌아온 남편이 다리를 절룩거린다.
축구하다가 다리를 다쳤다나...?
????????
대체 그곳에서 체육대회만 하면 다리를...?
회사 높은분들께 건의를 해야겠다.
내년부턴 다시는 그곳에서 체육대회를 하지말아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