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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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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뭔 정신이 있것냐.


BY 김자인 2000-11-01

세식구가 단촐하게 살고 있는 우리집엔 남편인지, 세살먹은 얘인지도 모르는 그 사람땜엔 항상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남편의 유일한 취미는 카드도박입니다.
카드때문에 이미 질릴데로 질린저는, 보험카드와 전화카드외엔 다른 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다른사람들 지갑열면 너다섯개씩의 카드가 주루룩 있던데, 제 지갑은 항상 초라하죠.
주민등록증과, 공중전화카드몇개.
카드많은것처럼 보이려고 전화카드만 세개를 가지고 다닙니다.
걸어서 20분거리에 있는 시댁에 어머니 혼자살고계시는데, 자주찾아뵙질 못하고 있습니다.
제 맘이 편하지 못하다 보니, 전화드리는 것도 힘들더군요.
가끔 남편의 지갑을 보면 만원짜리가 지갑터질듯이 들어있고, 그럴때 2-3만원씩 쏙 빼서 반찬값도 하고,가정에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곤 했지요.
돈 냄새를 기가막히게 잘 맡는 남편때문에, 집에 있는 총재산인 몇만원을 함부로 못놔두고, 제 바지속에넣어, 그바지를 입고자기도 한답니다.
4월에일어난 일인데, 어머니가 제게 주실것이 있다면서, 중간지점에서 만나자고 하셨어요.
동네 모 아파트앞에서 어머니를만나서 깻잎, 부추김치를 주시는데, 참으로 어머니가 불쌍하게 여겨지더군요.
못난 아들두어서, 며느리에게 큰소리도 못치시는 어머니가 불쌍한 생각이 들었어요.
제 바지속에 손을 가만히 넣어보니, 둘둘말려진 돈이 서너장 잡히더군요.
제 비상금이었지만, 어머니손에 꽉 쥐어드리며
"어머니! 얼마안되지만, 이것으로 영양제라도 한대 맞으세요. 얼굴이 너무 안좋으시네요" 하며
"아니다, 괜찮다"하시는 어머니의 손을 더 힘껏 쥐며, 그 손을 펴지 못하게 "더 많이 못드려 죄송해요"하며, 꼭 영양제 맞으시라고 당부드리면서,저희집쪽의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길 기다렸습니다.
그때까지 어머니의 손을 양손으로 꼭 붙잡고(그 손을 놓으면, 그 돈을 나에게 주실까봐)있다가, 파란불로 바뀌자, 마지막으로"저 갈께요. 영양제 꼭 맞으세요" 하면서 재빨리 손을 놓으며 횡단보도를 건넜어요.
길을 일단 건넌후 어머니께 손을한번 흔들어 드리고,집에와서 저의 행동에 대해'그래 잘한 일이야' 하며, 대견함까지 느꼈답니다.
남편에게 언제 생활비를 탈지 막막하긴 했지만......
저녁때쯤 어머니께 전화드릴까 했지만, 몇만원드린것을 생색내려고 한것 같아서 참았지요.
그 다음날 오후에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가! 너 혹시 돈 잃어버리지 않았냐?"
순간 '내가 어제 어머니 돈 드릴때 땅에 돈을 떨어뜨렸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뇨? 무슨 돈 주으셨어요?" 했더니,
"아니 그게 아니라, 늬가 간후에 손을 펴봉께 사천원이 있드라, 영양제를 맞으라고 돈을 줬는디, 혹시 늬가 나 돈주다가 땅에 떨쳤는가 하고 물어본다"
아이고!
그 말을 듣고 제 바지속에 손을 넣으니, 만원짜리 네장이 나오지 뭡니까?
왼쪽엔 천원짜리 몇장, 오른쪽에 만원짜리 몇장 이렇게 구분해서 넣어두었는데, 왼쪽호주머니속에 든 천원짜리를 확인도 안하고 아무 의심없이 사천원을 큰 인심쓰듯, 어머니께 드린거였어요.
생각해보세요.
사거리 신호등앞에서, 어머니손에 사천원을 꼭 쥐어드리며, 영양주사 맞으라고 당부하는며느리.
그리고 그 손을 양손으로 꼭 싸안고 절대 손 못펴게 쥐고 있다가, 신호등불이 바뀌기만을 기다리던 며느리.
길을 건넌후 여유있게 손한번 흔들어 드리고온 며느리.
어머닌 제가 집에 돌아온 후에도 한참동안이나 그 자리에서 돈 떨어진것 없는가를 살피셨답니다.
사천원으로 이렇게 생색낸 며느리 보셨어요?
"늬가 요즘 뭔 정신이 있것냐"하시는 어머니께 죄송함을 느끼며. 요 몇달 정상적인 출.퇴근하고 있는 잘난 남편을 졸라 정말 좋은영양제 한대 맞으실수 있도록 해 드릴께요.
어머니! 장난친것 같아 죄송합니다.
정말 그땐 제가 뭔 정신이 있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