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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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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BY 불루마운틴 2000-10-16

새벽 2시나 되어서 끝난 남편의 술상을 물려 치우고 나니
오늘도 다 가버린것 같다
이내 잠에 들어선 남편의 지친 얼굴을 쭈그리고 앉아 들여다
보았다
아이들은 언제나 처럼 편하게 잠들어 있다
커피 두껑을 열다말고 유자차를 마시기로 했다
커피를 지독히도 마시는 엄마때문에 자기 얼굴이 새까맣게
되었다고 입버릇 처럼 투덜대는 큰아이의 투정에 커피를 줄이기
로 했다
과연 며칠을 갈지는 나도 모른다
잠을 자야 새벽을 준비할텐데...
잠이 쉽게 오질 않는다
잇몸이 부은것 같다
욱신거리는 잇몸에 맛서 보려는 듯 진통제를 먹었다
서서히 서서히...
치통은 가라 앉았다
가을, 벌써 가을인가...
하고 싶은것도 하고 싶은 말도 많았는데 다 저버리고 또 겨울을
기다리는 것이다
지난 겨울엔 참으로 눈이 많이 내렸는데...
문듯 테레핀 냄새가 눈물나게 그리워 진다
언제쯤이면 다시 붓을 들수 있을까...
나의 꿈은 그렇게 큰것이 아닌데.
작은 캠버스를 세우고 싶고
가끔은 손물레를 돌리며 머그컵이랑 스픈 접시들을 만들고
싶은데...
답답한 마음을 휘갈겨 쓰고 싶은 원고지가 늘 책상머리에 있길
바랄 뿐인데...
이 모든것이 어느날 장롱속에서 불쑥 불쑥 꺼내지는 지금 마악
지나간 계절의 옷처럼 한발 늦은 쑥스러움으로 남는다
입을 옷이 마땅하지 않아 고민 했건만...
언제쯤이면 이 모든 나의 꿈들을 서두르지 않고 아주 조심스럽
게 꺼낼수 있는 것인지...
아주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열정마저 식어버려 남의 일인냥 무관심해 지기전에 말이다
깊게 잠들고 싶다
새벽을 상쾌하게 맞이 할수 있을정도로 깊고 편한 잠을 자고
싶은 것이다
잠버릇이 고약한 둘째 아이의 발길 세례를 받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