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주말드라마 '사랑은 아무나 하나'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계신 시어머님덕에 저도 그 드라마를 거의 매회 보고 있습니다.
저와 같이앉아 드라마를 보셔도 드라마 내용이 이해가 안되시는 지, 자꾸만 며느리인 제게 다시 물어보시거든요. 후후
그러니 제가 그 내용을 다 꿰고 있어야 한답니다.
그런데 저는 첫회부터 본 것이 아니어서, 중간 중간 배우들의 대사에서 그간의 상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부부가 이혼을 했는데, 딸 쌍둥이를 각자 하나씩 맡아 키우다가 아버지가 죽음으로해서 다시 그 자매가 한어머니밑에서 살게 된 게 그 배경 같습니다.
거기에 큰 딸은 사기결혼을 했더군요. 인물과 실력은 남부럽지 않은데, 전혀 배경과 조건이 따라주지않는 남자를 만나 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쌍둥이자매의 엄마(복심여사)는 아직까지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고......
둘째 딸도 엄마 속썩이는 상황으론 만만치 않습디다. 보물을 찾겠다는 황당무계한 꿈을 버리지 않는 무능한 시아버지에, 성질이 보통이 아닌 억척 시어머니가 장차 그의 시부모가 될테니까요. 인터넷에서 시놉시스를 보니 시집살이도 장난이 아니게 될 모양입니다. 물론 그것이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축이 될테지만요.
그 외의 잡다한 배역들도 충분히 문제성이 있는 듯 해요.
상처한 홀아비와 장모와 처제를 부양하며 살고 있더군요. 그는 또 둘째딸의 시아주버니가 될 사람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그 홀아비에게도 문제는 있어, 좋아지내는 여자를 자기 사는 집에 방을 세주어 같이 지내고(물론 모든 이에겐 아직까진 비밀이죠), 또 처제란 여자는 그런 형부를 짝사랑하고 있대요.
(여기까지도 또 그럴 수 있다 치고 봅니다.)
가장 가관인 것은 바로 중필이라는 사람, 바로 복심여사의 큰 딸 희주의 시아버지입니다.
일생을 허술하게 살아온 이가, 그래도 아들은 하나 반듯하게 둔 것 같은데 지금 아주 그 아들 덕을 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콩심은 데 콩난다고, 그 아들 역시 아버지못지 않은 사기성이 농후하고 또 현재 자기 처가를 말아먹을 공산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귀추가 주목됩니다.)
......
대강 이렇습니다. 이 드라마의 내용이......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단 하나, 과연 이런 내용이 보는 이에게 얼마나 공감을 줄 수 있느냐하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땐 전혀 보편타당성도 없고,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일들의 연속입니다.
그 내용 중엔 더 더욱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들이 많이 보입니다.
가령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집안좋고, 머리좋은 젊은 의사가 그동안 도닦으며 수양만 하고 살았는지 갑자기 아주 오래전에 한 동네 살던 이웃집 딸을 만났다고 느닷없이 사랑에 빠집디다.
아무리 순진해도 유분수지, 그동안 소식한장 모르는 이에게 그런 열정을 갖고 있었다는 것도 미심쩍고, 병원에서 엄마치료차 갔다가 만난다는 설정도 황당합니다.
실제로 병원에서 치료하는 의사와 보호자와 맞대면으로 만날 일은 극히 제한적이며, 또 그렇게 의사들이 병원 주변을 실실 배회하고 다니는 일도 적습니다.
오죽하면 병원 안에서 눈코 뜰새없이 뛰어다니는 일을 하는 게 의사들이거든요.
또 하나는, 둘째 딸에 대한 부분입니다. 아버지와 살 때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기업을 운영하는(사위에게 호텔까지 맡길 정도면 거의 준재벌은 될 듯)복심여사가 어떻게 둘째 딸은 그냥 그대로 방치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피한방울 안 섞인 사위에게도 결혼하자마자 호텔 사업을 턱~맡길 정도의 재력을 가진 이가, 어떻게 친딸은 전철역사에서 하루종일 고단한 일을 하게 방치할 수 있죠?
전철역에 근무하는 일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집 상황으로 봐선 너무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라 생각했어요.
(우선은 보수가 너무 적은 직종일테니 말입니다.)
거기다가 동휘(동희?)란 남자도 그렇습니다. 적어도 자기가 남자라면 여자 집안이 자신을 반대하는 이유가 경제적인 능력(?)부문에서 불신을 주기때문에 그런 거라는 것을 안다면, 어떤 식으로든 딸을 고생시키지 않고 살아보겠다는 믿음을 줘야하는 거 아닌가요?
소규모구멍가게(슈퍼던가?)하는 시댁에, 형제도 많은 집에 시집을 보내고 나면 나머지 뒷 감당은 누가 다 해주나요?
보아하니 방한칸 제대로 얻어줄 형편이 안되서, 홀아비아들의 장모는 가출하고 그 난리던데.......
제 남편이 그럽디다. 정말 저 여자를 사랑한다면, 시집와 고생길 뻔한 여자, 자기쪽에서부터 먼저 놔줘야하는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사랑한다는 이름으로 그 여자가 감내해야 할 시련과 고통이 너무 큰 게 너무도 명백하게 보이니까요.
게다가 드러내놓고 시집살이를 시키겠다는 시누이의 발언도 이미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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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저는 이 드라마가 빨리 끝나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입니다.
우리 시어머니께선 왜 이 드라마에 빠져드는 지 모르겠지만, 워낙 고생모르고 사신 양반이라, 그 삶이 참 신비롭게만 보이시는 모양입니다.
남편과 저는 '만화도 저런 만화는 없네.'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 드라마를 보고 있지만, 시어머님께는 절대로 내색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정색을 하며 이런 것 저런 것을 이야기도 해 드리고, 흥미를 유발하도록 제가 잘 하지요.
어머님은 그래서 그런지 저를 통해 (이미 보고 난 뒤도)그 드라마를 다시 음미하는 것을 즐기십니다.
나는 무슨 옛날 무성영화 시절 변사마냥, 어머님을 위해 이 드라마의 내용을 항상 되새겨줘야하고, 또 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한답니다.
그래도 함께 사는 게 아니어서, 따로 사는 외며느리의 효도(?)를 하게 해준, 제게는 효자드라마라고나 할까요?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