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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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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학에피소드


BY 천정자 2009-09-09

나는 한번도 문학을 한다고 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문학과의 나의 관계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나의 남편도 나의 친구도 그 누구도 내가 문학을 한다거나 문학을 하기 위해서

학교를 다녔거나 하다못해 무슨 전시회라도 다녀 본 적이 없는 아주 평범한 여자라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나의 고등학교 성적표를 떼어 보지 못해서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거의 꼴등이라는것은 내 짐작이다.

그래서 뭐 그런 것까지 떼어서 어디에다 제출할 일도 없고 그 동안 궁시렁대면서 이래저래 잘도 살았다. 남에게 돈도 떼여보고 남에게 돈을 꾸러 다닌 적도 있고, 애를 업고 포대기가 자꾸 헐렁해져 다시 업고 걷는 길에서 퍼질러 앉아 잠시 쉰 적도 있었다. 당장 먹고 죽을 돈이 없어 언제 한 번 돈벼락이라나 한 번 오부지게 맞아 봣으면 좋겠다는 것이 소원인 적도 있었다.불행인지 아직 이 소원은 이뤄지지 않앗다.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생긴다고 하더니 나에게도 그 별일이 생긴거다. 바로 인터넷이다. 그 인터넷에 메일을 만들고 메일덕분에 블로그가 저절로 생기고 누가 내 애길 볼까 말까 그런 거는 나중에 일어날 일이고 그저 생각나는 데로 않나면 되는 대로 수다를 떠드는 것이 나의 첫글쓰기엿다.  나는 늘 시끄러운 여자가 맨날 도화지에다가 주절주절 코박고 수다를 떨듯이 쓰다보니 나름대로 규칙이 있다는것을

체득을 한 것이다.

 

그 첫번째가 너무 무거운 주제는 절대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 삶에 죽음이나 생활이나 각자의 몫이거늘 그걸 나름대로 나의 줄자같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잣대를 재고 말하고 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 느낌이 왔다. 하다못해 남의 생명을 들고 죽었네 살았네 하는 말투의 주제가 나에겐 무척 이질감이 전부로 인식되었다. 그 덕분에 그 주제는 딴나라 딴 세계의 주제이니 나랑 하등 상관이 없게 느껴지는 글을 굳이 남에게 말하면 뭐하나 귀만 따갑게 듣는 원리원칙 설교만 들은 기분이었다.

 

두번째는 권위가 아주 식상한 채로 물들어 그대로 베끼듯이 드러내는 습관이었다. 내가 누군데, 내가 어디서 뭘 하건데 그 상대방이 인정하든 안하든 원래 그 자리가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걸 꼭 내세워 여러사람 기 죽이는 행실을 글에 언저리에 배인곳을 은근히 비춰진다. 선생님이 직업인 분이 고백을 하시는데. 가르치는 것은 학교에서만 하고 집에선 오히려 가족에게 배우는 학생처럼 살아야 했었는데. 남편이나 애들한테도 가르치는 말투로 대하다 보니 매일 삐그덕 거리더란다. 한 십여년 후에 그걸 깨닫고 난후 말 한 번 할때 마다  상대에게 들어서 우선 가르침을 하느냐 마냐 그걸 자꾸 상기해서 말투를 바꿨더니 가정에 평화가 오더란다.

 

세번째는 글에도 욕심이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이번에 잘 써야지. 남에게 그럴듯하게 보일려면 그 체면과 맞먹는 만큼 욕심이 자꾸 더하기 된다는 것이다. 어느 문단이든 어느 문학이든간에 나는 아무상관없는 일개 수다쟁이한테도 이런 일이 생기는데. 문인들이나 작가는 안 그럼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나는 자꾸 엉뚱한 딴짓을 한다. 엄숙한 주제나. 권위가 뭐던 간에 이 모든것이 욕심부터 비롯됀다고 주장하고 싶다.

 

앞으로는 각종 미디어의 혜택을 입어 종이가 아닌 책으로 핸드폰으로 돌아다니면서 읽어주는 책을 엠피로 듣는 시대가 곧 올것인데. 주제가 뭔들 우리 애들 십대부터 젊은 세대들은 절대적으로 권위나 체면치래에 절어 붙은 책은 그냥 줘도 사양한다는 것이다.우선 나부터 몇 쪽도 못읽고 베개삼아 목침이 될 것이다.

 

나는 문학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단 언제이든 심심하면 누가 재밌다거나 권유하는 책은 저절로 읽혀지면 읽고. 엉덩이가 너무 가벼워  한 두어시간 꼼짝없이 앉히게 할만큼 재미나게 쓴 글은 잘도 낼름 집어먹는다. 편식이든 편견이든 그만큼 나의 눈도 간사스런 독자다.

 

또 모른다. 나도 언제가는 미친 척하고 책 한권 낸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인데. 그 땐 내글 보고 책 한권 보내주세요 선주문 후출판하는 출판사가 생기면 고려해볼 만하다. 유명해지는 것도 귀찮고 어느 모임에 불려나가는 것도 나에겐 어색한 일이고 보니 내 맘데로 조잘조잘대다가 가도 나에겐 별로 손해가 없을 것 같다.

 

어찌되던 내 엉덩이가 의자에 오랫동안 붙잡아 매는 책 어디없나 한 번 또 찾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