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간 에미 찾느라고 한시간 이상을 고래고래 고함 지르며 우는 네살바기 조카녀석이 부러웠다.
나에게는 숨죽이며 어깨 들먹여 울수있는 공간이 언제부터인가 좁아지고 있었다.
아니 좁아진게 아니고 스스로 면적을 줄여 나가야 했다.
퉁퉁 부어오른 나의 모습을 또다른 거울속의 여자가 비웃듯이 멀건히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속에는 차츰 헐리워지는 세월의 흔적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그 모습이 진저리치게 싫었다.
그래서 좁히고 또 좁히고 싶었다-- 바늘꽂을 자리 한점도 내어 주기 싫었다.
갈수기의 논바닥 같이 조금씩 틈을 보이는 쉰살의 살껍질......
언제부터인가 짙은 회색빛으로 색을 잃어가는 눈동자.....
그러나 얼굴 한 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콧날은 아직 허물어지지 않고 있는게 신기했고
루즈의 힘으로 아직은 버틸 수 있는 입술은 그런대로 쓸만했다............
그런데도 난 이미 나의 색깔을 서서히 놓치고 있었다.
아니,
놓치고 있는게 아니고 놓아주고 있다고 해야 솔직할것 같다.
거머 쥘수 있는 손아귀의 힘이 질곡의 시간을 초월하기엔 이미 그 힘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계절이 바닥채로 뒤집힐때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계절병에 항상 캑캑 거려야 했고
목에걸린 토악물을 뱉어낼때까지 난 계속 아파해야 했다.
그리곤 또다른 날을 맞이 할땐 꾀병 앓듯이 탈탈 털어 버릴려는 헛손질에 익숙해야 했다.
한세기를 반으로 뚝잘라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반쪽은 어떤 모습으로 나를 기다릴까
앞날에 대한 불안감은 없다.
지나온 날이 그러했듯이 남아있는 날들도 분명 그러할 것이다로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봤다.
그러나,.......
불안감이 없는 그 한가운데 분명 티가 섞일것 같은 조급함의 정체를 알수 없다.
내가 서있는 발바닥 한 가운데가 갈기갈기 찢기워 질것 같다.
살면서 부딪히는 사소한 티끌에 너무 매달리는 내 성격이 문제라는 답을 내리기엔 뭔가가 부족하다
무얼까.....
나의 정체성(Identity)에 대한 의구심은 오늘도 끝없이 꼬리를 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