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아주, 쇠비름, 바라귀 등등, 이름도 모르는 풀들이 많다. 어렸을때 어느 집은 명아주잎이나 비들잎(이름이 맞는지 잘 모름)으로 나물을 무쳐먹는걸 본 적이 있다.
그 시절이야 농약을 안 뿌렸으니 당연히 풀들이 왕성하게 자랐다. 콩밭, 고추밭의 풀을 매주는 일이란 말이 그렇지 여간 더딘게 아니라서 품이 많이 들어갔다. 햇빛이 쨍쨍한 날 풀도 매어야 곧 말라죽는다. 이웃과 품앗이를 하며 밭을 맬때는 그래도 덜 지루하였다.
어머니를 도와 밭일을 하거나 놉(일하러 온 사람)들의 점심을 준비하여 날라다 주었던 일이 지금 그림처럼 떠오른다.
고추를 따는 일은 더욱 힘들다. 고추가지가 부러지기도 하여 여간 조심을 해야 된다.
땀은 비오듯하고 뜨거운 태양아래 숨은 턱까지 올라온다. 이따금 허리를 펼치면 불어오는 바람이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반갑다. 맑은 바람결을 따라 흘러가는 흰 구름이 더 없이 평화로워 비록 땀을 흘리면서 밭을 매고 있지만 콧 노래가 나도 모르게 나온다.
맘에 맞는 동무가 있으면 더 좋았다. 봄에 시집간 동무이야기에서 누가 맞선을 보았다는 이야기 등, 다가올 미래를 꿈꾸는 즐거움도 있었다.
지금은 콩밭을 매주는 일따윈 하질 않는다. 제초제를 뿌려 편안하게 농사를 지으니 그런 추억은 영영 사라질 것이다. 텃밭을 조금 가꾸는데 풀을 캐내는 일이 쉽지 않다. 풀은 유달리 잘 자라서 캐낸지 며칠만에 머리를 들고 일어난다. 때 맞춰서 나오는 풀들.
어둑 새벽. 밭에 오면 잠에서 덜 깬 콩잎들이 놀라 일어난다. 이슬에 바지 가랑이가 흠뻑 젖고, 호미에는 흙들이 달라붙는다. 쫑쫑거리며 풀들이 무어라고 하는듯이 호미에 달라 붙는다. 나를 향해 눈을 흘겨댄다. 땅속에서 귀를 세우고 땅 밖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의 들끼리 지금 나가도 되는지를 의논한 뒤 나왔을 풀.
해가 떠오르면 콩잎에 매달린 이슬이 구슬처럼 예쁘게 반짝인다.
지렁이, 금벵이, 어느 땐 두더지가 헤집고 다니기도한다. 깻잎이나 콩잎을 갉아먹지 못하도록 뿌연 가루약을 뿌려주는 집이 있지만 조금 더 손에 쥐겠다며 약을 뿌려주고 싶지는 않다.
가을이면 배추잎을 배 부르게 먹고선 잠을 자는 벌레들을 쉽게 보게 된다. 달팽이도 배춧잎을 갉아먹는다.
뿌려지는 농약으로 흙은 죽어가기 마련이다. 벌레가 먹은 흔적이 있어도 그게 건강다는것을 전혀 모르지는 않을것이데 우선 보기가 좋지 않아서일것이다.
요즘은 유기농 먹을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농민들이 많은것으로 안다. 또한 주말농장이니하여 무농약으로 직접 길러서 먹는 사람들도 늘어가니, 땅도 살리고 사람도 건강해지는데 시간을 쓰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땀을 적당히 흘리는 게 좋다지 않은가.
건강한 땅을 후손들에게 물려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