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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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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가브리엘(11)


BY 아미라 2004-02-19

5.

 

    늦은 오후인데도 식지 않은 지열에 머리끝부터 녹아내릴 것만 같다.

목사관저도 그렇고 교회 안도 기도실도 어디나 끓고 있다. 이런 날은 시원한 새소리도 맞추어 끊어지고 바람도 늦은 잠을 잔다.

  목회자로서 이런 바램이 금기인줄은 알지만, 솔직히 이런 날에는 상담자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 폭포 아래에라도 가서 수영이나 해볼까 하는 유혹이 새벽부터 지금까지 줄창 머릿속에 끈을 대놓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가브리엘은 오늘이 목요일인 것에 생각이 미쳤다.오늘 저녁에 있을 '지난 월요일부터 목을 빼고 기다려온' 어떤 약속 -그러나 하마트면 이 무더위에 사장될뻔한- 이 떠올랐다. 아직 시간이야 넉넉히 남긴 했지마는 해야 할 일들이 갑자기 왈칵 밀려들었다. 우선 자기몸에서 나는 시큼한 땀냄새도 말려야 하고 저녁식탁도 준비해야 하고 촛대 두 개도 사와야 한다. 또 그의 사랑스런 '빨간 빵봉지'도 식혀두어야 제대로 굴러갈 것같다.

  지난 주부터 성경과외수강 신청자가 셋으로 늘어났다. 다행히 조금 먼저 배운 이삭이 후배들을 맡겠다고 나섰다. 이삭의 수업은 다른 날 보충을 해주기로 얘기가 되어있다.

  목 뒤까지 곱슬거리는 머리를 닭꽁지처럼 묶을까 풀어버릴까 고민이 되었다. 전에는 한 번도 하지 않던 걱정이다. 셔츠를 입을까 간편한 티종류를 입어야 할까. 스테이크를 만들까 닭을 구어야 할까. 은은한 째즈를 깔아두는 게 좋을까 로맨틱한 발라드로 할까. 5개국어를 할 수 있다는 걸 말해야 할까 아니면 풍경화를 잘 그린다는 것만 이야기할까. 생각이 자라니 걱정도 자라고 해야할 일꺼리만 자꾸자꾸 늘어났다.

 신학대학원에 들어가기로 했다는 결심을 밝혔을 때 여자친구가 떠나간 이후로 데이트다운 데이트는 이번이 처음인 것같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당신의 종을 이제 그만 딱하게 여기실 때도 되긴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