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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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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같은 엄마, 엄마같은 아이


BY 박경숙(박아지) 2003-11-12

아이같은 엄마, 엄마같은 아이

오랜만에 한가한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었다. 비가 오기 시작 했다. 아이들은 우산도 없이 학교에 갔다. 다른 때 같았으면 비가 와도
'비 안맞고 오는 방법을 궁리해서 잘 오겠지.그것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거늘...'
하면서 여유로왔는데 그날 따라 따뜻하게 이해하고 감쌀 줄 아는 엄마 노릇이 하고 싶어졌다.
난 아무생각없이 집에서 편히 입고 있던 청바지에 티셔츠차림 그대로 학교로 향했다. 비오는 날의 축축함이 느껴져서인지 발 끝에 닿는 빗물의 느낌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 새로 건축하는 학교건물의 모습이 흉물스럽고 그 옆에 다닥다닥 붙은 콘테이너들이 답답함을 주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 애는 후년에 졸업할 아이라서 새로 건축된 건물에 들어 있었다. 학교 정문 앞에는 벌써 엄마들이 하나 둘 모습을 나타내고 있고, 운동장과 현관 앞에 엄마들이 늘어서 있었다.
난 우산을 교실까지 갖다 줘야 하나 아니면 마냥 기다려야하나 망설였다.
그전같으면 당당하게 들어갔을텐데 그날은 그렇지못했다. 기다리던 다른 엄마들끼리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자기네 아이들은 엄마 이쁘게 하고 학교에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엄마 나이가 많으니까 젊게 꾸미고 오라던지....주문들이 꽤나 많았던 모양이다.
내 경험에는 없는 모두 생소한 이야기였다. 아들이야 세상사에 관심없고 저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만을 고집하는 놈이니까 그러려니 하지만 딸아이에게서도 별로 그런걸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네들간의 이야기로 난 현관앞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니 수업 끝나는 종이 울렸다. 아이들이 우르르 나오고 자기들 엄마가 혹시 있나 내다보는 아이들에,장난치는 아이들에,아이들의 작은 움직임이 때론 정신 없게, 때론 의연하게 이루어 지고 있었다. 그때 청소 당번인 듯한 아이들이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들고 현관쪽으로 나왔다. 우리 작은 아이도 있기에..
"석진아!"
의외의 출현에 딸은 반가워 어쩔 줄을 몰라했다.
"엄마, 나 우산 갖고 왔어."
"그랬구나."
"끝날라면 멀었어?"
"아니, 이것만 하고 가는 거야."
"엄마, 우리 교실에 들어와서 기다려."
"아냐..."
"엄마아...엄마는 우리 교실 궁금하지도 않아?"
"아냐..다음에.."
"치..."
아이는 금새 뽀로통해져서 지가 맡은 청소를 하기시작했다.
집에서 청소하라면 휘이휘이 먼지만 날리더니 그래도 학교에서는 빗자루질이 제법 손에 익어 있었다.

며칠 뒤 아이는
"엄마는 딸이 어떤 교실에서 공부하는지 궁금하지 않았어? 무슨 엄마가 그래?"
무슨 얘기 끝인지 딸애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어..그건..엄마가 이쁘게 하고 가야하는데 그냥가서...너 챙피할까봐 그랬지..."
"엄마...이뻐야지만 내 엄마야? 안이뻐도 내 엄만데. 우리엄마니까 괜찮아.그럼. 못생긴 사람은 다 집에서 못 나오나?"
순간, 난 어색한 웃음에 눈물을 감춰야만 했다. 어느새 이렇게 컸는지 엄마보다 마음이 더 큰 딸이 대견하고도 고마웠다.

글/박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