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저것 봐. 거북이가 있네."
"무슨 거북이......?"
어이 없이 쳐다보며 남편이 하는 말.
"물방개지 무슨 거북이.몰라도 그렇게 모르냐. 걱정이다, 걱정."
이 자연에 대한 무지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자연 교과서에서 그림으로만 본 물방개를 내가 어떻게 알아 볼 수 있었겠나 말이다. 벌써 볓 년 전 일인데.......
스스로 위로는 했지만 빨개지는 얼굴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 일이 있은 후로도 그런 일이 많았다. 오이잎과 호박잎을 구분하지 못한다거나 사마귀를 방아개비라며 아이에게 내미는 등등의 일들이 발생했다.
어렸을 적에 자연을 가까이 접하지 못한 나로서는 길가에 핀 꽃들은 들꽃이요, 키가 좀 큰 풀은 나무라는 단어로 생각해 버렸다. 그런 내가 시골 사람과 결혼하면서, 지금까지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들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된 것이다.
처음 시집에 가서 수도꼭지를 있는 대로 틀어놓고 서울서 물쓰던 습관 그대로 깔끔을 떨고 있을 때 시어머니께서 슬그머니 수도꼭지를 잠그셨다.
물값을 내는 것도 아니고 산에서 내려오는 물 모아 쓰는거라면서 왜 저러실까? 이런 게 시집살이인가? 하면서 섭섭하게 생각했다.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물을 물쓰듯 쓰면서 살았다. 물을 틀어놓고 복도 청소를 하면서도 아이와 물장난을 하며 어른들이 보시면 낭비라고 할 일들을 저질렀다. 어느 날 친정 엄마께서 보시더니
"누가 보면 흉보겠다."
"엄마, 누가 뭐래? 내 돈 내고 쓴느 건데!"
"요즘 가물었는데 그렇게 쓰면 욕들 하지."
난 얼른 물을 잠궜다. 그제야 시어머니께서 수도꼭지를 자꾸 잠그시던 이유도 알 것 같았다.
흘러가면 그만인 물이 농사일에는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먼 옛날에만 물이 귀한 게 아니었다. 비가 많이 모녀 오는 대로 가가물면 가문대로 걱정을 하시며 살아오신 어머니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연 보호와는 다른, 직접 실천하는 자연 사랑을 보여 주시고 가르쳐 주셨던 것이다.
난 지금까지도 그런 어머님 행동을 관찰한다.
뜨거운 물은 절대로 버리지 않으시고 설거지 세제는 꼭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신다. 어른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 젊은 사람들은 궁상맞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궁상이 자연을 보호하고 우리 다음 세대를 보호한다는 생각을 한 번씩만 한다면 지금보다 조금은 더 효과적인 자연 보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박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