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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의 코스모스 축제


BY 빨강머리앤 2005-09-12

가을꽃 하면 아무래도 코스모스가 먼저 떠오른다. 기다란 줄기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큰 꽃잎을 한들 거리는 모습이 소녀의 이미지를 닮아서 학창시절에 참 좋아했던 꽃, 코스모스.. 한때,코스모스를 보지 않으면 가을이 아닌것 같았던 날들이 있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코스모스가 피었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기운이 도는듯 하지만 한낮은 여전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즈음, 코스모스가 피어 '그래도 가을이라'고 항변하듯 하늘 거린다. 코스모스 핀 길을 걸어가며 미리 가을을 만끽해 보는것도 이가을을 의미있게 맞이하는 방법이 아닐까?

흔히, 코스모스는 벼가 익어가는 들판을 수놓은 장면과 함께 연상되곤 한다. 그 위로 고추잠자리가 날아다니는 풍경은 한폭의 풍경화 다름 아니었다.

요즘은 지자체에서 대단위 코스모스밭을 조성하여 꽃감상을 겸한 다양한 축제를 벌이는 추세다. 구리시에서 주최하는  '한강 코스모스 축제'도 비슷한 일환으로 진행되는 축제이다.

지난주말 부터 시작된 코스모스 축제를 다녀왔다.  9월이라지만 한 낮의 기온이 여전히 무더웠다. 코스모스가 벌써 피었을까, 의문이 생길 정도로 아직은 한여름의 더위를 방불케 하던 ;일요일.

축제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일요일 아침 일찍 서둘렀으니 한가롭게 꽃구경을 할수 있으리라 느긋한 마음으로 축제의 현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차들이 밀려 앞으로 나아갈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강변쪽을 내려다 보니 주차장은 이미 주차된 차들로 빽빽해 보였다. 아마도 수도권에서 가까운 탓이 아니었을까 싶었으나  생각보다 붐비는 인파는 의외였다. 그만큼 '축제 문화'대한 갈증이 있었다는 방증이 아니었을까? 

주차하느라 보낸 시간이 참으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으로 가는 버스가 마땅한 것도 아니어서 너도나도 차를 가져온 탓인듯 싶었는데 꽃을 보기도 전에 지치는 느낌이었다.

날은 느긋하게 꽃을 구경하기에 지나치게 더운 날이었다. 입구쪽에서 얼린 식수와 음료수며 빙과류를 팔고 있었는데 여기서도 바가지 상혼이 판치니 이래저래 기분이 다운 될수 밖에...

무분별하게 배치된 포장마차들 대신에 꽃축제 현장임을 알리는 꽃길이 축제의 첫 관문을 장식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포장마차촌을 벗어나니 비로소 환하게 시야가 열리고4만여평이나 된다는 코스모스 밭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끝도 없이 펼쳐진 코스모스 밭은 너무도 아득하여 마치 분홍색 물감을 흩뿌려 놓은듯 보였다. 가까이 서 보는 한송이의 코스모스는 한없이 여리고 청순한 모습이나 넓은 밭을 이루고 한꺼번에 펼쳐진 코스모스밭은 말 그대로 분홍빛가득한 융단 다름아니었다.

분홍빛 융단처럼 펼쳐진 코스모스 밭을 보니 문득 이 꽃을 사랑하던 소녀시절의 내가 생각났다. 저 분홍빛 융단에 파묻히면 잠깐이라도 그 시절로 되돌아 갈수 있지 않을까 싶을 만큼 아득하게 펼쳐진 꽃밭은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을듯 싶었다.

연분홍, 진분홍, 하얀코스모스의 아름다운 색감에 취해 거닐던 사람들을 방해하는건 때늦은 더위.  양산을 펼치는건 기본이고 심심찮게 우산을 쓰고 다니는 이들도 볼수 있었다. 그것도 비를 완벽하게 가리기 위해 쓰는 폭이 넓은 우산으로... 그것도 검은색이며 진한청색의 우산을 쓰고서 그렇게 라도 무차별로 공격해 오는 햇빛을 피해 꽃구경을 나선 이들의 모습이 진풍경을 연출했다.

꽃구경을 왔는데 왜 그리도 산이 그립던지... 아이들마저 한마디씩 보탠다. '차라리 산을 오를 걸 그랬다'고.  생각해 보니 주변에 나무가 한그루도 없다. 이런날 잠깐 이라도 그늘에 들어가 있으면 한결 더위가 가실텐데 하는 아쉬움이 간절했다.

코스모스 꽃밭 주변에 '사진촬영'을 위한 정자가 서너개 놓여 있었지만 너무 비좁아 한가족이 차지하면 다음 사람이 그 속을 비집고 들어가기 민망할 정도였다.

이날 축제의 테마는 뭐니해도 '꽃과 무더위'라고 해야 할듯 싶었다. 그늘없는 더위속에서 지친 아이들은 집에 가자고 하고 코스모스 축제를 간절히 원했던 나때문에 이고생이라며 남편마저 원망스런 눈길을 보낼때 정말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하늘은 여전히 무심하기만 할뿐이었지만...  간간히 인심쓰듯 바람한줄기 보내주면  그 바람 한점에 감격해야 했다.

축제를 진행하기에 너무 더운 날이었다. 오죽하면 길가에 서 있는 돌탑이 만들어낸 손바닥 만한 그늘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늘을 차지하고 잠시 더위를 식히자니 얼마 지나지 않아 건너편에  작은무대가 펼쳐지고 인디언춤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 더위에 긴팔의 인디안 정통의상을 입고 머리에 깃을 꽂은 채 신명난 춤판을 벌이는 그들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내주었다. 기념으로 인디언무용수와 사진을 찍는 아이는 굉장히 신기했는지 두고 두고 그얘기다.

축제는 풍성한 즐길 거리를 마련해 놓고 있었다. 다만, 예상치 못한 늦더위에 관람객들의 불편사항을 예비하지 못한 탓에 즐기는 축제가 아닌 고역이 되고 말았지만.(그늘이 간절히 필요했다) 그것은 무대위에서 행사를 준비하는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요,직접 공연을 벌이는 이들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딸아이가 나무곤충공예를 원해서 천막으로 설치된 부스에 들어 가니 후끈 열기가 끼쳐온다. 곤충 만드는 법을 설명하는 진행자들은 땀을 비오듯 쏟으면서도 열심히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덕분에 아이는 이쁜 나무잠자리를 만들었고, 자신이 만든 작품( 손 쉽게 만들수 있게 미리 준비된 D I Y 제품임) 에 만족해 하며 집으로 돌아 올수 있었다.

축제의 현장엔 그렇게 더위에도 불구하고 땀을 흘리며 현장을 지키는 그런 이들로 하여 원활히 진행이 되는 건 아닌가 싶었다. 또 이날의 주인공인 '코스모스'의 공로도 잊으면 안되겠지. 늦더위에도 불구하고 고운빛의 여린꽃송이는 당당하게 피어나 뭇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실은 부드러운것이 강한 것이랍니다' 이렇게 말을 건네듯,  작은 바람 한점에도 가볍게 살랑이던 코스모스꽃송이는 뭐니해도 그날의 주인공이었다.

조금 서늘하고 한가한 날에 축제의 현장을 찾으면 참 좋았겠다 싶었다. 가을이라 하늘이 청명하면 금상첨화일 테지. 덩굴식물이 자라는 하우스를 지나 넓게 펼쳐진 코스모스 밭가를 맘껏 거닐어도 보고 풍물패의 공연에 덩달아 신명을 돋우며 어깨춤도 추어도 보고, 합기도 시범을 보이는 꼬마아이들의  재롱에 힘껏 박수로 격려를 해주어도 좋겠다.

인디언들의 이국적인 춤과 그들의 자연의 소리를 닮은 피리 소리에 흠뻑 취해도 보고 그들의 밝은 미소를 사진에 담아 와도 좋겠다.  둑 건너 한강이 유장하게 흐르는 물결을 보며 생을 한번 쯤 돌아보는 시간도 어떨까?

그날 하늘이 유난히 파랗거든,그 하늘을 배경으로 분홍 코스모스 꽃송이를 카메라에도 담고 가슴에도 담아 오는것도 좋겠지.  분홍빛꽃과 파란 가을하늘을 가슴 가득 담아 오는 당신은, 아마 가을이 내내 행복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