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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말아톤-


BY 빨강머리앤 2005-05-20

중견 탤런트 김미숙이 몇십년만에 스크린 나들이를 해서, 조승우 라는 배우가 자폐아를 연기 했대서 , 예상외로 대박을 터트린 영화라서 유명해진,,,, 영화 '말아톤'.

얼마전까지 성황리에 극장에서 상영 되었던 말아톤이 비디오로 출시가 되었다. 이때만을 손꼽아 기다렸으니 반가워 한달음에 비디오 가게로 달려갔다. '전체관람가'등급이니 아이들과 함께 보아도 좋을 영화를 빌려 오면서 말아톤의 영상들이 파노라마 처럼  떠올랐다.

과도한 마케팅의 영향 이랄까, 언론과 매체를 통해 이 영화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을 꿰고 있는 차 였고, 더군다나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배형진 군은 인간극장을 통해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이야기 일수도 있었지만...

 

정상인이 장애인 역활을 한다는 것, 그것도 자연스럽게 연기로 표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란걸 우린 안다. 배우는 연기자 이기에 어떤 역활이든 자기화의 과정을 거쳐 진짜처럼, 혹은 비슷하게 연기를 해 내야 하는 것이지만... 조승우가 해낸 초원이는 실제를 흉내내는 수준 이상의 너무도 자연스러운 나머지 조승우와 초원이를 도무지 구별을 할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연기를 보여 주었다.

조승우 라는 배우를 꽤 오랫동안 지켜 보게 되었던 계기는 그가 처음으로 출연한 영화'춘향뎐'을 통해서였다. 대한민국의 최고의 영화감독이랄수 있는 임권택 감독의 눈에 띄어 첫작품을 주연작으로 받아 들수 있었던 배우가 과연 어떤 배우인가 궁금했었다. 그는 첫 주연 작품으로 베니스의 레드카펫을 밟는 행운을 가졌다. 그랬기에 그는 기고 만장해 질수도 있었고 인기에 영합하여 얼마든지 단시일에 인기를 한몸에 받을수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했다면 상업적 성공은 따논 당상이었을 테지만 그는 묵묵히 내공을 다지는 내실있는 길을 택했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그는 맡은 배역을 가장 자연스럽게 그리고 아름답게 그려 내는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후아유','클래식'에서의 주연을 했던 모습도, '와니와 준하'에서의 조연을 연기했던 모습도 그래서 참 아름답게 느껴졌더랬다. 그리고 내게 있어 그의 연기가 참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묘하게도 잠깐 얼굴을 비칠 뿐이었던 'YMCA야구단'에서의 그의 모습이었다. 대사도 거의 없었고 역할도 미미했을 뿐더러 댕기머리 말먹이꾼으로 변장(?) 그의 모습은 그가 조승운가 싶을 정도 였기 때문이다. 말먹이꾼이었던 조승우는 급하게 서울로 가야 하는 송강호에게 말을 태워주는 역활을 한다. 줄곧 대사가 없이 진행되다 영화가 끝날 무렵 무력하게 쓰러진 송강호 뒤로 갑자기 '암행어사 출두요~'를 외치던 조승우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고 그 말에 힘은 얻는 송강호가 다시 일어나 홈런 한방을 때려치던 호쾌한 장면이 연출된다.

 

말아톤은 인간승리의 과정을 보여 주기 보다는 장애인도 의지와 감정을 가진 평범한 사람과 다를게 없다는 새삼스러운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영화였다. 장애인이라는 굴레를 가졌음에도 이러 저러한 고난의 과정을 이겨내고 마침내 꿈을 이루는 내용을 다루면서도 기존의 장애영화가 보여준 억지 감동을 이끌어 내려고 하지 않았다. 다만, 초원이라는 아이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 내면서 당신과 마찬가지로, 혹은 당신 아이와 마찬가지로 그도 다만 꿈을 가진 한 인간이라는 사실, 자폐 라는 장애는 당뇨에 걸린 당신이 식이조절을 해야 하거나, 디스크가 있는 당신이 운동요법을 실시해야 하는 정도의 불편함 그이상 그이하도 아니라는 걸 조용히 강변 한다. 그 점이 이 영화의 미덕이었다.

초원이라는 장애아가 달리기를 잘하고, 42.195킬로 라는 정상인 에게도 쉽지 않는 코스를 그것도 서브쓰리( 세시간 안에 코스를 완주하는것) 를 달성한 것 만큼이나 세렝게티 초원(아ㅡ 그래서 초원인가?) 의 동물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라거나, 언젠가 한번 보았으니 '봄의 소리 왈츠'가 나오면 으례껏 발레를 춤춘다든가, 비의 의미를 일깨워 주려고 무던히도 애쓴 엄마의 바램이 무색하게 받아들여짐이 없던 초원이가 엄마가 병원에 입원한 어느날 내리를 비를 보며 비로소 '주룩주룩 내리는 비'의 의미를 깨달아 가는 과정이 훨씬 감동 적이었다.

조금 다른 차원의 감동은 내가 엄마인 까닭게 극중 초원엄마인 경숙의 입장에서 느끼는 감동이었다. 나는 자신의 아이가 장애의 유무에 상관없이 그들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하기 보단 종속적인 존재로 취급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예외인 경우도 많겠지만 대체로 그러하다는 것이다. 내가 출근을 하고 밖에서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동안 내 주파수가 항상 아이들한테도 맞춰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놀랄 때가 있다. 엄마가 없는 동안 아이들의 행태가 궁금하고 심지어는 불안하여 여러번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 또 해야할일을 일러주다 보면 내가 참 잔소리쟁이 엄마구나 싶어진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늘상 반복이 되고 있다.

경숙은 자폐아 이기에 초원을 자신의 우리 안에 가두려고만 한다. 그래서 그녀의 가장 큰 소망은 자신이 죽기 하루전에 초원이의 죽음을 지켜보는 일이라 했다. 어찌 보면 지나치게 비정한 엄마 일수도 있지만 자폐아를 가진 엄마의 처절한 심정은 당사자가 아닌 이상 결코 이해할수가 없을 것이다. 또한 초원이와 한시도 떨어지지 못하고 아이의 행동반경을 맴도는 경숙의 태도를 이해 할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경숙의 초원에 대한 과보호의 인식을 전환시켜 주는 이는 죄를 짓고 200시간 이라는 사회봉사 명령에 부단히 반항기를 보이던 코치 정욱이다. 영화를 통해 보건데 결코 모범적이랄수 없는 정욱의 삶 또한 달리기에 대한 순수한 의지 하나로 똘똘 뭉친 초원에 의해 구제 된다.

장애를 가진 아이에 대한 지나친 보호의식이 경숙을 드러눕게 하고 자연스럽게 초원은 경숙의 손길로 멀어지면서 비로소 초원은 자신이 가진 의지라는 시험대에 서게 된다. 놀라운 것은 그런 과정을 통해 초원이 조금씩 성장을 해간다는 것이다. 결국엔 초원은 혼자서 춘천마라톤에 참가하는 버스에 오르고 마라톤의 출발선에 선다.

걱정스럽게 따라 붙는 초원의 엄마와 코치 정욱은 이제 자신들의 손에서 놓여난 한마리의 자유로운 새(초원) 에게 '열심히 해'라는 격려의 말외엔 필요가 없다는걸 깨닫는다. 자유로운 바람의 결을 한손으로 느끼며 누군가 건넨 초코파이( 초원이가 잘 할때마다 상으로 받았던 너무도 좋아한 과자)도 던져 버리고 앞으로 내달리는 초원이는 자유롭게 비상하는 한마리의 작은 새처럼 보였다.

달리다  발목이 풀리는 바람에 잠깐 주저 앉았지만 그런 시련 쯤은 이제 초원이도 거뜬히 이겨 낼수 있게 된다. '비가 오면 마구 달리는 거야, 세랭게티 초원의 치타처럼' 라고 했던 정욱의 말을 초원이 기억해 내고 42.195킬로를 완주하고 트랙을 돌아 결승점에 도달한다. 그 끝에는 이제 초원과 더불어 새로운 독립체로 우뚝선 엄마, 경숙이 팔을 벌리고 서있다. 초원과 경숙의 포옹은 감동적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장면에서 모성애가 강하게 느껴졌다. 내 아이들이 생각났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초원의 달리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장애를 넘어, 편견을 넘어  모든 방해물을 넘어서 달리고 달려 마침내 세렝게티 초원으로 달리는 초원은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동물'얼룩말'을 만날때 까지, 자신의 꿈과 마주설때까지 초원은 달리고 또 달릴 것이다.

'스마일' 초원이 싱긋 웃는다. 아니, 조승우가 더이상 환할수 없게 활짝 웃는다. 그의 미소는 백만불 짜리 미소, 배형진군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