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다 키웠다 하믄 어떤 기준을 말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은 젖뗀 아일, 보고 다키웠다 그러고,
어떤사람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일보고 다키웠다 그러고,
어떤 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일보고 다키웠다 그런다.
또 어떤이는 결혼하는 자녀를 보고 다 키웠다 그런다.
그리고 어떤이는 평생 자식을 애물단지라 그런다.
그렇담 아이를 다 키웠다는 말 두고 두고 써먹고 쓰고
나 죽을때까지 입에 달고 살아야 하는 말은 아닌지...
딸을 시집보냈다는 옆집 아줌마는 결혼생활 잘하고 있는지
늘 걱정스럽다 그랬다. 결혼하면 이젠 그만 그마음 놓아도 될것 같은데
그게 아닌모양이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이제 겨우 자식 기른지 십년 남짓 살아온
내가 생각해도 아이를 잘 기른다는게 어떤건지,,항상 물음표다.
뱃속에 아이가 있을땐 어떻게 하면 좋은섭생을 해서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날 것인지, 또 어떻게 태교를 해야 건강한 생각을 갖고 태어날
것인지 잘 모를때는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일 것만 같았다.
아이가 태어나 열두달 젖을 먹여 기르면서
아이키우는거 너무 힘이 들다 불만을 숨기지 않으면서 아이가
얼른 걷게 되면 조금 나아지겠지 생각했다.
아이가 걸어다니니 왜 그리도 위험한 것들이 도처에 널려 있던지,
저애가 혼자 밥도 먹고 혼자 대소변도 해결할 때즈음엔 스스로 위험도
피해갈 지혜를 얻게 되면 그때는 내가 더 편해지겠지 생각했다.
아이가 책을 읽고 제법 재롱도 부리면서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져
귀찮을 정도로 질문을 해대던 때엔 얼른 저것이 유치원, 또 학교에
가면 저혼자 자신이 해야할일 척척해 내겠지 생각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 이것 저것 챙겨주면서 다시 생각이 바뀌었다. 나도
같이 학교에 다니는듯한 착각... 적어도 1학년때는 그랬다.
뭐야, 저혼자 알아서 '혼자서도 잘해요'를 할때는 도대체 언제란 말인지..
생각해 보면 아이가 나이를 한살씩 더 먹을수록 그에 비례해서
주변의 문제가 확대되는건 아닌가 싶다.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다닐때는 그냥 그애가 불편하지 않게만 해주면
되었던 것을 사고의 확장이 가져오는 그 범위만큼 엄마도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범위가 넓어진 느낌이다.
일찍부터 책을 읽게 되고 주변에 널려진 정보기기를 통해서
이미 너무 많은 지식을 알게된 녀석들은 단편적인 지식을 가지고 내게
질문을 하곤 한다. 문학, 예술, 지리, 인문, 세계사, 우주, 그리고 인생까지....
아, 엄마는 박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인지.
요즈음 한창 삼국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어하는 아들녀석이
묻는 질문인즉, '고구려의 두번째 왕은 누구였어?'다.
그런것쯤은 몰라도 될것 같은데 대답을 못하면
'그것도 모르는 엄마'가 될것 같아 대답을 얼버무리고 말았다.
벌써 사회과목과 과학을 배우는 딸아이의 질문도 너무 많아졌다.
'네가 찾아봐' 할말 없는 난 그렇게 말해주고 돌아서서 가슴이 뜨끔할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래도 엄마 체면이 있으니 한마디 더 보탠다.
'누가 가르켜 줘서 아는 것보다 네 스스로 찾아서 알게 되면 훨씬 오래
기억되고 진정한 너의 지식이 되는거야.'ㅎㅎ그럴듯한 변명을 했지만
위기의식을 느끼곤 하는 솔직한 요즈음 심경이다.
수퍼우먼, 이란 말을 자주 한다. 주부이면서 동시에 사회인 이면서
아이들에게 엄마와 교사노릇까지 충실해 해야 하는 오늘날 우리 엄마들의
모습을 표현하는말 '수퍼우먼'.
수퍼우먼 이라야 오늘을 사는 백점짜리 엄마가 되는 세상이다.
그런데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들을 붙잡고 이리 힘들다고 하소연 하는난
몇점짜리 엄마인지...
그리고 순전히 나한테만 육아의 총사령관 총대를 짊어지게 하는
남편은 또 몇점짜리 아빠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