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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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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6)


BY 선물 2006-06-02

어느 날 어머님과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는데 갑자기 웃음이 픽 나왔다.

어머님, 쟤가 왜 저러나 하시는 표정이시다.

말씀 드릴까말까 아주 잠깐 망설였다.

-어머님, 갑자기 어머님이랑 막둥이랑 너무 닮아 보여요.

어머님, 잠시 무슨 말인가 하는 표정이시다.

하지만, 싫은 표정은 아니시다.

안심을 하고 설명을 해 드렸다. 기분이 좋아지시도록.

-어머님 흰머리랑 막둥이랑 정말 비슷해요. 그리고 눈도 동그래서 닮았어요.

-내 눈이 무슨... 막둥이 눈처럼 예쁠까..

하신다.

어머님 눈에도 막둥이 눈이 어지간히 예쁘게 보이시나 보다.


저녁에 남편이 내게 뭐라뭐라 하는데 말 내용은 제대로 들리지 않고 요리조리 움직이는 남편 입술만 보인다.

-여보, 자기 입술이랑 막둥이 입술이랑 너무 닮았어요.

거기다 덧붙인다. 남편 기분  좋아지게.

-자기 입술처럼 막둥이 입술도 매력적이에요.

사실 난 남편의 입술을 좋아한다.

또 고백하자면 그 입술과의 뽀뽀도 좋아한다.

그런데 문제는 남편이 나와의 뽀뽀를 썩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심인지, 괜히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래, 괜히 그러는 거겠지.

어쨌든 나보고 의지의 한국인이라 칭한다. 시도 때도 없이 뽀뽀하잔다면서...

근데 문제는 우리 집 수컷들이 모두 뽀뽀에 대해 자만하다는 점이다.

남편이 하는 양을 본 아들도 내가 귀엽다고 뽀뽀하자면 질색하는 시늉을 한다.

물론 그건 시늉일 뿐이겠지. 착각일지라도 혼자 이렇게 생각하면 덜 서글프다.

그러나 막둥이는 다르다.

이 아이가 설마 시늉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이 놈이 내 입술을 피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혹 이 글을 보고 놀라실까 걱정이 된다.

아니, 개와의 뽀뽀라고...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아무 곳이나 핥고 다니는 강아지랑 어떻게 입을 맞출까, 더럽지도 않을까...

모르겠다. 내가 의지의 한국인이라 그런지 막상 막둥이 까만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있음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그런데 막둥이는 그런 나를 참을 수 없어 한다.

지는 강아지니까 강아지답게 사람을 혀로 핥아대는 것이 당연하지만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게 그런 행동을 하니 좀 두려웠나 보았다.

사실 지금도 개냄새나 개털에 대해선 비위가 약하다. 그렇지만 그것을 극복하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막둥이와의 뽀뽀는 어머님 앞에선 절대적으로 삼가고 있다.  나를 엽기 취급하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입술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야한 이야기로 새어 버렸다.

 

어쨌든 막둥이와 완전히 거리가 좁혀지기 전이었는데도 나는 모든 사물을 볼 때 막둥이가 기준이 되는 것이다.

하얀색 차가 앞에 달려 가면 막둥이가 뛰어드는 것 같고 하얀 걸레도 막둥이가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막둥이가 시어머님이나 남편을 닮았다고 해서 미워지진 않았다. 내 자식이 제 조상 닮았다고 무턱대고 미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다.

 

내가 그렇게 막둥이에 대한 감정의 큰 변화를 일으킨 데에는 다 그럴만한 사건과 이유가 있었다. 사랑은 언제나 아픔을 통해 더 크게 얻게 되는 법인가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