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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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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BY 마가렛 2019-10-04

사람마다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이 목소리도 하나같이 조금씩 다르다.
나는 사람을 볼 때 얼굴이 이쁜사람 보다는 목소리가 좋은 사람에게 시선이 가고
목소리가 좋은 사람에게 친근감이 간다.
얼굴은 요즘 성형이 너무 발달되다보니 오히려 의술의 힘을 빌린 사람의 얼굴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예전의 얼굴이 더 자연스럼고 예쁘다는 생각에, 아니 조금 덜 예뻤어도 그시절의 본인의얼굴이
부모로 부터 물러 받은 얼굴이 그사람에게 더 잘 어울린다.

잘 듣는 방송 중에 배미향의 저녁스케치란 라디로 프로그랭이 있다.
애청자가 된지 상당히 오래되었다.
저녁을 준비할 때면 의례히 자동으로 그 방송에서 팝송이 흘러나온다.
아는 노래는 따라서 흥얼거리면서 국도 끓이고, 반찬도 준비하고 테이블도 셋팅하고
그러면 저녁시간이 좀 덜 힘들고 즐겁다.
처음 그녀의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내 귀에 꽂혔을 때 나는 두 귀를 종끗거리며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쩜 목소리가 저리도 차분하고 음색이 좋을까?
그녀가 읽어주는 글은 자연스레 집중하게 듣게 하는 마법의 힘이 있다.
그런데 남편은 나와 다른 의견이다.
버터향이 강해서 좀 느끼하다고 한다.
"그래? 나는 차분한게 내목소리와 좀 달라서 좋은데."
"난 그래도 자기 목소리가 더 좋은데."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인지 몰라도,
사람마다 와닿는 느낌이 다르구나. 난 당연히 남편도 그녀의 목소리가 좋다고 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가끔 처음 만난 사람에게 듣는 말 중에
"목소리가 좋으세요. 성우인줄 알았어요."
이런 멘트를 들으면 다시한번 나의 목소리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사실 난 내목소리가 좋다는 생각은 별로 해보질 않아서 인사치례인가 했는데,
사람마다 좋아하는 목소리가 다르니 아주 가끔 그런 인사를 받으면 목소리가 나쁘진 않아서
다행이구나 하는 정도다.

난 중학교1학년 때 목소리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국어선생님께서 무작위로 번호를 불러 책을 읽게 했는데 내번호가 불러졌다.
한 줄을 읽었는데 선생님이 그만 앉으라며 다른 번호를 호명해서 어리둥절하며 나는 그때 내 목소리가
선생님 귀에 거슬려서 그런가보다 생각했었다.
그후로 난 내목소리에 자신감도 없었고나와 다른 목소리좋은 사람이 참 부러웠는데
가끔 목소리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오히려 의야하다.
그선생님이 흘러가면서 하신 행동이 나에겐 오랫동안 각인이 되었는데 그선생님은 이 사실을 모르실게다.

얼마 전부터 알게 된 언니가 한 명 있는데
언니는 수수한 얼굴에 거의 화장도 하지 않는다.
그언니의 매력은 목소리다.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의 소유자.
그런데다 유머와 재치가  다른사람보다 한 수 위라 늘 웃음을 제공한다.
영어학원 선생님인데 아이들이 언니의 목소리로 영어공부를 함께하면 좋아하고
공부도 잘 따라 갈 것 같다.
시어머님도 잘 모시고, 요양원에 계시는 친정엄마께도 일주일에 한 번씩 꼭 찾아 뵙고,
덩치와는 다르게 남편에게도 애교가 넘치는 듯 했다.
힘들어도 힘든표정없이 묵묵히 자기의 현재의 삶을 받아들이는 연륜,
자연스레 스며드는 사람냄새까지 향기롭게 풍기는 언니를 만난게 나에게 행운이다.
언니는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늘 잘챙겨준다.
좋은 사람을,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사람을 만나는 것도 큰 복인데 올가을엔 호박이,
누런 둥근호박이 내게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