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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서다


BY 나목 2021-02-06

봄은 따뜻해서 봄이고요.
겨울은 추워서 겨울이지요.
암만 볕이 좋다고
겨울이 봄인가요.

물은 졸졸 흘러서 물이고요.
얼음은 꽁꽁 얼어서 얼음이지요.
암만 녹아 흐르기로
얼음이 물인가요.

울면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는 일이 삶이고요.
생이 다해 목숨이 끊어지는 일이
죽음이지요.
암만 생과 사가 한몸이라고
한번 가신 님 모습 다시
볼 수야 있나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시간의 길 위에서
때마다 봄이 오고
여름, 가을 또 겨울이
그렇게 살다 보면
기약없는 어느 날인가는
알게 될까요.
무한한 시공간의 우주에서
자그마한 잎사귀로 떠다니다
다시 돌아가게 될 먼 고향.

강바닥이 얼어도 그 아래
강물은 흘러 흘러 바다로 가고요.
파도가 일렁이다 사라진다고
넓고 깊은 바다가 없어지나요.
삶은 그 자체만으로 삶이 아니고요.
죽음 또한 마찬가지.
억의 억의 조 만큼의 원자일 뿐
헛것같은 몸뚱아리의
생사가 매한가지지요.

겨울 들판을 내달리다
흔적없이 사라지는 바람이며
봄날 피는 어느 꽃인들
때없이 선명하게 살아오는
그립던 님.
어디나 삶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