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치기 좋아하는 아이처럼
봄 은 살며시 다가온다
아직 채 겨울이 가지 않았으련만
대지는 가슴을 찟고 무수한 생명을 움틔우고는
연두빛 작은 잎새 뒤로 살며시 숨었다
겨우내 제법 뽀해진
시골 노총각이 게으른 몸놀림으로
텃밭에 뒤엄 한 경운기 실어내곤
제법 힘이 들었는가
밭 둑에 걸터 앉아
담배 한대 피워 문다
지난 이른 아침 촌노 (村老)의 심술로
까맣게 죽어 버린 길다란 논둑엔
기적처럼 쑥순이며 민들래가
가득히 태어나고
뛰어 노는 시골 아이들이
부드러운 봄 빛속에 축제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