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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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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에...


BY 별바다 2000-06-06

전쟁이 지나간 바로 그자리에

하이얀 싸리꽃이 눈 처럼 피었었다.

선홍의 복숭아 꽃이 흐드러지게 핀

작은 샛길을 따라 나서면

열길은 길어야 마실수 있는

깊디 깊은 맑은 우물이 있었다.

나설때 마시고

돌아올때 다시 마시고

갈증난 목을 적시어 주던

달디단 생명의 샘이 있었다.

봄이고, 꽃이고, 하늘이고, 바람이고,

전장에서 스러진

오래비의 가슴에서 흐르던

피빛으로 물들던날

그깊고 시린 우물 물을 길어내어

흔들어 흔들어 아픔을 헹구던,

메마른 영혼을 담구었던,

영겁을 퍼올리는 아주 깊은 샘이 있었다.

주술처럼 허기를 채워주던

깊은 우물이 거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