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끝이 보이지 않는다.
국화 한 송이
피지 않는 여름
길 밖으로 튕겨 버려진
너의 의지처럼
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너의 뒷모습도 볼 수가 없다.
새벽이 와서
나의 무릎이 자꾸
굽어져 가면
넌 해가 되어 떠오를텐가.
떠오를텐가,
뺑뺑이 탄 하늘,
돌아가는 나무들,
언제나 어지러운 내 걸음을 앞질러.
길은
작고 튼튼한 심장을 가지고
그 줄기를 이어가지만
네가 바람 위로
잠들지 못하는 어깨를
둥글게 조이고 있을 때
까마귀 한 마리
길 끝 저만치서
푸드득 날아오른다.
자,
이제 넌 둥실 떠서
개나리 같은 햇살
가득 받은 얼굴 내밀고
난 핏빛으로 저물어
너로 하여 걷힌 길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