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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떠나며...
어둠을 어둠으로 보지 못하고
어둠에 취해 비틀거리는 서울
경직된 다리의 힘줄이 꼿꼿이 세워진 채
서울은 끈끈한 손으로
지하철을 잡는다
도둑놈 그림자처럼
기어다니는 수 많은 눈초리
핏줄이 응결된 눈동자들
목마름조차 절약해버려
대꼬챙이처럼 자라는
나의 애인 서울
나는 스믈 두해를 애인의 몸 안에서
애인의 신음을 알지 못했다
기차에 몸을 실고
점점 작아져 가는 애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스믈 두해동안 마음에 스민
애인의 체취는
겨울 긴 바람에도 쉽게 씻길 수 없는
것 임을 안다
어느 날인가 다시
애인의 모습을 보기 위하여
상행 열차를 탈 것이고
애인의 주머니에 가득 찬
어둠 속에 버려진 사랑들을 주울 것이고
지난 날
내가 버렸고
애인이 동조한
꼬깃 꼬깃 접혀진 채
먼지옷으로 두텁게 씌어 진
나의 사랑을 만나러 갈 것이다
`83.11.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