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사랑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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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이 이 生에서 멈춰야 한다면, 그리하여 길고 긴 生命의
시간동안 다음 生을 그리워해야 한다면, 나는 이쯤에서 나의 사랑을
멈추고 싶다. 결국 살아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스스로를
속이며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 결국 알 수 없는 삶의 시간 동안 미워하지도
잊지도 못할 그대를 위해 내 가슴만 숯덩이처럼 검게 타 들어 간다는 것.
- 2 -
이토록 안타깝게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내 生命의 심원 저
쪽에서부터 스스로를 망각하기 시작하여, 끝내는 나 자신을 잃어 버리고,
그 비어 내린 자리를 온전히 그대의 모습으로 바꾸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도 나는 행복하여라, 그대의 숨소리 한 줌, 갸녀린
맥박 속에도 내가 그대로 하여 다시 부활하고 있음을 안다.
- 3 -
내가 그대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나 자신을 온전히 그대의 모습으로
바꾸어 버린 것과, 나 자신은 결국 그대가 울고 웃으며 생활하는 그 모든
날의 그림자 속에서 간혹 발견되는 존재로 남아도 좋은 것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나는 前生의 기억 저 편에서부터 다가오는 작은 기억의 편린 속에서도
느낄 수 있으리라, 나는 진정으로 그대 있음에 행복할 수 있음을.
- 4 -
나의 사랑은 이토록 나약한 상상 속에서 살아, 그대가 무심코 지은
웃음 하나에도 마음 즐거워 하고 그대의 표정 없음에 가슴 아파하여,
무심한 생활속에서 그대의 주변에 편재되어 있는 내 스스로의 존재마저도
가벼이 여기게 된다. 내가 앞으로 나갈 수 있음은 내 지나 온 길에서
거대한 光望으로 지켜 오는 그대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 5 -
그대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나의 마음에 그대의
사랑에 대한 내 자신의 믿음 속에서도, 나는 불안해 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대의 웃음 속에서 태어나 그대의 손길 속에서 자라고 그대의
입맞춤 속에서 천둥 번개가 치는 힘 겨운 계절을 보낸 후 그대의
무관심 속에서 낙엽 져 버리는 나무와 같다.
- 6 -
그대를 이 生에서 사랑한다는 것이 내게는 무척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이 生에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 그리움으로 그대의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 등불은 한 줄기 가벼운 바람에도
두려워 몸을 떨듯, 그대의 무심한 몸짓 하나에도 내 영혼의 온전한 삶이
한 없는 마음고생으로 간직되는 것을 의미한다.
- 7 -
내 스스로 태어나지 않았지만 내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듯, 그대를 원해서
만나지 않았음에도 내 스스로 그대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고 있음이라.
운명을 믿지 않으면 내게 그대의 의미를 표현할 길이 없으나, 운명을
믿음으로 해서 그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 내 영혼의 길이 무너지고 있다.
- 8 -
서서히 어두워 가는 등불 아래 갈길 모르는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다.
그대의 그림자를 내 가슴에 안아 들이지 못하는 내 황망함으로 길게
늘어선 가로등 그림자 사이에 점점이 그대의 추억을 심고 있다.
하늘이 파랗고 바람이 불고 어제 지나온 길을 다시 걸으며, 문득 등불
아래 서성이는 많은 영혼들, 내가 그대를 사랑하여 심은 내 기억의 편린이
희망으로 되 살아나는 것임을 알게 된다.
- 9 -
사랑한다는 말보다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가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
나는 그대를 사랑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보고
싶다는 말이 더 어려운 것은 가슴을 부둥켜 안고 千年을 울어도 다
지우지 못할 내 마음의 멍울로 그대를 내 가슴에 간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어느날, 울음을 그치고 바라보는 푸른 하늘이여,
'그대가 못 견디게 보고싶다'.
- 10 -
그대를 알고 사랑하게 되면서 나의 마음은 날마다 불안하였다.
그대의 침묵은 나의 영혼에 알 수 없는 긴장을 주고, 내가 가진 단 한가지
걱정은 그대의 마음을 나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나의 사랑만큼 그대의
사랑이 없음을 걱정하는 내 자세에도 그대는 항상 머물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나는 그대의 한 마디에 귀 멀고 그대의 웃음 한 가닥에 눈 멀고
마는 사람이어라. 그리하여 지나가고 다가올 어느 천년의 날에도 나는
그대의 사랑에 자신이 없다.
- 11 -
그 짧은 날에 내 영혼이 그대로 하여 살게 된 데에는 내 살아 온 날
어느날에도 나는 스스로 서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대를
사랑하게 됨으로 하여 나는 그대에게 기대어 쉬고 싶다. 내 삶의 한
매듭이 이제 그대로 하여 지어지고 다음 매듭을 엮어가며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기를. 어느 千年의 날에도 나는 그대의 그림자 안에서
쉬어 가는 기다림과 같다.
- 12 -
어둠이 나를 속여 눈 오는 줄 몰랐네. 내 想念의 창가 어느 곳에서도
그대의 흔적은 없고 내 홀로 지새는 밤, 생각나는 사람 하나 있어 밤은
깊은데 가로등 불빛 아래 눈은쌓이고, 내 빈 가슴에 물방울 하나
떨어지듯, 그리운 소리는 여운만 길어라. 내 밤에 꿈 없어 잠 못 이뤄
하여도 사랑하는 이 하나 있어 그리운 밤에, 그대는 내 햐얗게 지새는
밤을 꿈으로 내리는 눈이 되어 내 창가에 쌓여갈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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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만나고부터 내가 그대를 생각함은, 밤을 잊고 서룬날 눈물 하나
맺지 못하던 날부터 지금까지, 그대가 오래된 사진 속의 낯 익은 풍경처럼
나의 곁에 앉아 있는 것이다. 그대가 곁에 있어 나의 밤은 그대의 나라로
향하고 별은, 서룬 내 가슴에 쏟아져 지워지지 않을 상처로 남을 지라도,
내 안에서 다시 나를 어루만지는 즐거운 약속으로 남는 그대를 나는
사랑하게 된다.
- 14 -
내가 그리움으로 한 해를 보내고 기다림으로 백년을 보낸 뒤, 알 수 없이
퇴락한 내 그리움의 뜨락에 고여 잠든 삶의 기억을 더듬거리며 다시
천년을 보내도, 그대의 여린 눈망울을 보며 하루를 보냄보다 오히려 짧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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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촛불을 사랑한다면, 아무도 모르는 어느 날 밤 내 영혼의 창가에
촛불을 켜고 어둠이 비어가는 공간 속에서, 나는 오직 그대를 기다려
이 한 밤 지새우려니, 그대는 아흔 아홉 개의 촛불을 대낮처럼 밝힌
타인의 나라보다 내 가난한 나라로 잔잔히 스며들 수 있을까. 창문을
열고 그대 발자국 소리 기다려, 달도 뜨지 않는 그믐밤에도 종잇장처럼
하얗게 내걸린 내 영혼을 찾아 그대는 그 먼 길을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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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밤은 길고 찾아오는 이 없어, 나는 하루 하루를 낙망하는 영혼이 되어
퇴색하고 있다. 누가 내게 그대의 의미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내게 그대는 내게로 이르는 길, 내 살 중의 살, 뼈 중의 뼈라 한다면,
나는 제 겨움에 수직의 파장을 그리며 떨어져 그대의 가을에 한 점
편린으로 기억될 낙엽과 같다.
- 17 -
한 사람으로 하여 또 한 사람의 영혼이 이토록 가벼울 수 있다는 것을
그대는 차마 이해 할 수 없으리라. 눈은 소리 없이 내려도 세상을 온전히
껴 안고, 기척 없이 다가온 그대의 의미로 하여 긴긴 겨울 밤에도 내 잠에
꿈은 없나니 부치지 않을 편지를 쓰며 한 밤 보내기를 천번 되풀이 하여도
나는 행복할 수 있어라. 그대가 오직 나 하나에게만 千日의 기다림을
허락하는 미소 지어 줄 수 있다면.
- 18 -
정작 하고픈 말은 한 마디 못하고 술잔에 담긴 그대 모습에 취해 지나는
시간을 안타까워 할 때가 幸福했다 하리니, 내 그대의 손을 잡으면 그대
영혼의 숨소리 전해와 한 순간의 입 맞춤에도 내 영혼은 흔들리고 있다.
그대를 생각하는 지금과 같이 그대의 영혼을 사랑할 수 있을까 염려하며,
시간 속에서 나는 촛불처럼 흔들리고, 퇴폐한 유행가 가사마저 나는 낮은
목소리로 따라 부르기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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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가슴에 간직하는 순간부터, 내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세상의
모든 것을 향하여 스스로 내미는 화해의 손길을 배우는 것이다.
하지만 그대로 인해 한 없이 약해지는 내 정신의 나라를 그대는 결국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그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전화를 든 후 백 번쯤,
한 천 번쯤 서성이고 그 보다 두 배쯤 안타까워 한다는 것을.
바람이 불지 않아도 내 기다림은 언제나 그대를 향해 끊임없이 흔들리는
푯대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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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대를 위해 등불을 켜는 것은 그대가 내 모르는 기억 하나 있어
내면의 괴로움으로 헤메일 때도 나는 그대 영혼의 집을 지키며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임을 약속하는 것이다. 머언 어느날에라도 그대가 그대의
방황을 마치고 돌아올 때, 그대의 작은 어깨 넘어 맨 먼저 나의 등불이
보이도록 하기 위함이다.
- 21 -
사흘을 그대와 만나 千日을 추억한다는 것은 그대를 다음 生에도 기억하기
위해 내 기다림과 사랑의 자세를 새로이 하는 것이다. 그대가 내 기억
속에서 그리움으로 살며, 켜켜이 쌓인 먼지를 털고 새로운 싹으로 돋아날
수 있도록, 그리하여 내가 그대의 나라로 가기 위하여 날마다 떠나는
그 먼 여정 속에서도 길 잃지 않고 돌아와 처음과 같이 그 자리에서
그대를 맞이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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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 가슴을 스쳐 가면서, 내게는 한 없이 서러운 사람의 언어가
둥지를 트나니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꺾어 곁에 두려 하지
말라'던 글귀만큼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없었다.
- 23 -
누구인가 그대와 나 사이에 흐르던 광막한 강물 위로 다리를 놓아
운명처럼 그대를 만나게 한 아름다운 이는. 눈물나는 세상 더 눈물나게 하는
사람의 일을 그대로 하여 채우게 한 운명 같은 이는.
- 24 -
바람부는 날이면 모든 창문을 닫고 나는 나의 내면을 향해 깊어지리니,
한 줄기 스치는 바람결에도 내 영혼 마디 마디 그대의 그리움이 박히고,
나는 거리에서 길 잃어 갈 곳 몰라 흔들리고 있다. 그러한 날 밤이면
내 위태로운 잠결마다 나를 찾아와 회한만 심어 놓고 부질 없이 사라질
나의 꿈이여, 내 육신의 편안함보다 더욱 그리운 사람 하나 있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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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대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대가 주는 짧은 기억들을 기억하면서
내 삶의 숨결마다 그대의 모습은 살 속에 박힌 사금파리처럼 날마다
도지며 낫지 않는 상처가 되었다. 누구나 마음속에, 몸 속에 영원히
낫지 않을 상처 하나 깊이 묻고 살아, 삶의 길에서 문득 멈춰서 하늘을
바라보면 회한의 생각으로 눈물 짓게 되나니, 세상의 헝클어짐에 꺾이고
나뉠지라도 아름다운 일이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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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부활하는 저녁 그림자 속에, 아무도 알지 못하는 전설로 살아
오르는 그대를 사랑하게 되면서, 밤이 깊어 가는 만큼 공허한 나의 영혼을
향해 그대가 내미는 위안의 손길이 그립다 하리니. 스스로 창을 닫고
안으로 몰락해 가는 내 정신의 황망함이, 비로서 그대를 잊을 수 있을
만큼 견고한 껍질로 나를 감싸며 윤회의 길목에서 잠들지라도,
그러나 어떻게 하나, 그대 그리움에 젖어 영혼 한 귀퉁이에서부터
돋아나는 그리움의 새 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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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하게 되면서 나는 그대가 아니고는 풀리지 아니 할 걱정하나
간직하고 살게 되었다. 내 안에서 다시 나를 감싸는 따듯한 손길로
마주 앉아 서툰 이야기라도 나누자면 긴 겨울 밤도 짧은데 내 헝클어진
영혼의 정원에 그대를 심어 놓았으나 이제는 나 보다 더 커져 버린 그대의
그림자로 인해 나 마저 잃을 것이 두려워라. 그대로 인해 나의 그림자는
항상 나의 뒤에 서는 것을 그대는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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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석 달쯤 앓고 허망한 마음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꽃잎처럼
내 가슴에서 그대의 기억 한 줌 떨어지려니, 내가 세상과 만나는 모든
길목을 열어 그 앓음의 시간을 고백하고 겨울의 짧은 햇빛 사이로 나는
도피하리라.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가는 곳 몰라 하여도 나는 그대로
하여 꽃 피고 흐드러지는 자운영 꽃이라 할 지니, 이 生이 아니고
그 다음 윤회의 어느 날에라도 다시는 나를 그대로 하여 회한케 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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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으로 하여 절망하여 본 것이 언제 였던가, 내 가슴에 걸린 값싼
장신구와 같이 그대 하나로 하여 참을 수 없이 쉬이 흔들리는 내 영혼의
가벼움이여. 그대를 위해 詩를 쓰며 내 가슴에 절망의 기록을 새기고
나는 오늘 하루도 그대로 하여 침묵 속으로 몰락하느니, 나는 잔인하게
긴 시간의 길목에서 내 가슴의 그대의 의미를 지우고 또 새기고 있어,
그대를 내 나라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내 욕심에
눈 멀어 나는 몰랐어라.
오늘도 긴 꼬리를 늘어뜨리며 희망은 유성처럼 생기고 또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