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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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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다가 그치다.


BY 달빛 2022-01-17

집을 나설 때는 싸라기 같은 눈이 아주 미세하게 내리기에 무시하면서 걸었는데
여는 카페에 도착을 하니 그때부터 눈이 함박눈이 되어 펑펑 내린다.
이런 날엔 근심 걱정 모두 내려놓고 창밖을 내다보며 소담스레 내리는 눈을
멍하게 쳐다보며 희미하게 웃는 것이 인생의 힘든 삶에서 잠깐 비켜가는 길이다.
친구가 말을 한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했는데 가격이 싸고 제법 마음에 들어
기분이 좋았는데 눈까지 와서 더 기분이 좋아져서 나에게 전화를 했다고.
그 말이 얼마나 고마운가......
기분이 좋아서 친구를 찾고 그 친구가 다름 아닌 나라니까 고맙다.
자주 주고받는 전화지만 의미를 부여하니 한결 기분이 좋은 게 사람의 마음이고
그 마음이 전달되니 자꾸만 웃게 된다.
꽁꽁 언 개천에서 개구쟁이 세 명이 눈썰매를 끌고 가며 장난이 치는 모습이 정겹고
나도 옛추억의 책장을 꺼내 펼쳐보니 거기에는 논밭에서 뛰어노는 나와 사촌이 있다.
정확히 따지면 오빠지만 오빠라고 한번도 안 불렀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그것은 아마 같은 학년이기에 작은 자존심으로 허락하지 않아 친구 먹기를 했으니
당연히 엄마에게 혼이 나도 당연하지만 어른이 되기까지는 오빠가 아닌 친구였다.
남자 사촌들과 잘 어울려 놀아서 성격도 여성스럽지 못하고 행동도 털털했지만
나는 그게 좋았다.
지금도 나는 가식적이고 샘 많은 여자들보다는 조금은 꽉 차지 않고 한 곳 정도 허술한
남자들과 이야기 하는 게 더 편하다.
우리 남편은 제외다.
너무 여성스럽고 나를 무조건 이기려는 남편은 어떨 땐 성가스럽다.
그런데 혼인서약을 했으니 이제 그냥 가족이려니 하는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큰 애뜻함도 없이 살아가고 있으니 그것도 나쁘지 않다.
눈 오는 날이다 보니 자연스레  내 마음도 붕 떴는지 작은 일기를 옮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