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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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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을 꿰매다.


BY 마가렛 2021-11-21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큰 창에 반사되어 건조대의 양말들을 포근히 안아주고 있는 아침이다.
널린 양말을 차근차근 걷어서 방 별로 구분을 해서 각방의 옷장에 넣어둔다.
그러던중 양말에 구멍이 뚫린게 보여 가만히
살펴보니 내가 소중하게 여기며 신었던 양말이다.

2년 전 친구가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작은 선물이라고 손에 쥐어 준, 바탕은 검정색에 발목은 빨간색에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의 그림이 새겨진 일명 명화양말이다.
작은흰구슬까지 박힌 그양말을 내가 많이도 신었는지 양말 한짝에 구멍이 난게다.
잠시 생각에 머문다.

오래전에 친구와 나는 대학가의 비디오방에서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비디오를 대여해서 우리는 세상 편한자세로 그 영화를 감상했었다.
아직도 풋풋하고 흡인력이 강한 눈매의 스칼렛 요한슨의 얼굴이 생생하다.
그녀가 나와 비다오 본 것을 추억의 책장에서 꺼내어 양말을 나에게 건넨게 아니었을까.
굳이 설명을 하지 않는 그녀였지만 내가 그녀의
마음을 알고도 남는다.

생각에 잠기다보니 구멍난 양말을 다른양말처럼 쉽게 버릴 수가 없어서 반짓고리를 찾아
양말을 꿰매려는데 구멍난 곳이 양말의 뒤굼치라서 전구가 필요했다.
그냥 꿰매도 되겠지만 그냥 전구를 찾고 싶었다.
 전구가 없어 궁여지책으로 둥근 뚜껑의 모기약을 양말에 끼워 꿰매니 
확실히 편하게 바느질이 되었다.

괜시리 웃음이 나오는 것은 솔직히 난 바느질과
거리가 먼 여인이다.
오죽하면 아이들 초등학교 이름표를 교복에 달아주다가 바늘에 피까지 본 사람이다.
그럼에도 친구의 선물이 소중하기에 까만 실을
바늘귀에 끼어 오래간만에 작은 바느질을 해보니
쓸만한 양말이 탄생되었다.
몇 번이나 더 신고 나와 헤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낡은 양말이 참으로 포근하다.